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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여사의 사생활은 〈트루먼 쇼〉처럼 전 세계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단, 주인공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프린지 디테일 롱 카디건은 폴로 랄프 로렌, 귀고리는 젬앤페블스(Jem&Pebbles), 자개와 터키석 반지는 에나 주얼리,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프린지 디테일 롱 카디건은 폴로 랄프
로렌, 귀고리는 젬앤페블스(Jem&Pebbles),
자개와 터키석 반지는 에나 주얼리,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지난 2월, 뉴욕 패션 위크 쇼장에서 기은세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한 손에 스마트폰, 다른 한 손엔 작은 카메라를 든 채로 찡긋 미소 지으며 고운 목소리로 사근사근 말했다. “둘 다 찍어야 하거든요.” 패션, 뷰티, 인테리어 전 분야에서 섭외하고 싶어 하는 명실상부한 파워 인플루언서지만 그녀의 패션쇼 관람은 생각만큼 우아하지 않았다. 세상 여자들은 기은세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한숨짓는다. 모든 걸 갖춘 여자의 완벽한 삶. 모두가 꿈꾸고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결코 쉽게 손에 넣을 수는 없다. 최소한 그녀는 그랬다.

VK 지금까지 어떤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했나요?
KES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인스타그램이었어요.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정말 예쁘게 나온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시작했죠. 2014년쯤 처음 계정을 만들었을 때는 팔로어 수도 적었고 태그 거는 방식도 익숙지 않았어요. 제 팔로어 수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늘어난 건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덕분이죠. 그녀가 포스팅에 태그를 걸어줬거든요. 당시만 해도 팔로어가 5,000~6,000명이라 댓글에 일일이 답을 달아주며 소통하는 게 즐거웠어요. 그 재미에 개인 블로그도 잠시 운영하고, 패션 뷰티 모바일 미디어인 ‘우먼스톡’에서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도 1년 반 정도 진행했답니다.

VK 친밀한 방식의 소통이 부담스럽거나 어렵지는 않았나요?
KES 사실 연기자로 20대를 보내다 보니 대중 앞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조금 소극적이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렇잖아요, 처음에는 아무도 없이 혼자 카메라 보면서 막 떠드는 게 낯간지럽죠. 하지만 스스로를 놨다고 해야 할까, 마음을 비웠던 거 같아요. 연기자로서 인지도를 쌓기보다 다른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과 고민도 컸던 시기고요. 그리고 다들 내가 지극히 여성스러울 거라고 짐작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영상을 봐도 의식적인 태도나 의도적으로 꾸며진 것보다 자연스러운 쪽이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는 재미도 경험하고 뷰티 방송도 하면서 점점더 편안해졌죠.

피코트와 데님 셔츠, 데님 재킷, 화이트 팬츠, 벨트, 슈즈, 장갑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터키석 귀고리는 에나 주얼리(Aena Jewelry).

피코트와 데님 셔츠, 데님 재킷,
화이트 팬츠, 벨트, 슈즈, 장갑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터키석
귀고리는 에나 주얼리(Aena Jewelry).

VK 연기보다 지금의 일이 본인에게 잘 맞다고 느끼나요?
KES 이 일을 하면서 처음에 가장 어려웠던 건 모든 걸 직접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연기를 할 때는 작가도 있고, 촬영감독도 있는데 혈혈단신으로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촬영까지 하려니 머리가 복잡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니 콘텐츠, 출연, 시기까지 모든 걸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었죠. 반면 연기는 내 마음대로 역할이나 작품을 고를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 하게 될지 짐작할 수도 없고요. 굳이 어느 쪽이 더 잘 맞다기보다 내 뜻대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VK 인플루언서로 성공한 비결이 있다면요?
KES 난 스타일리스트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아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아니에요.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가는 아니죠. 그렇지만 전부 여자라면 누구나 살면서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난 삶을 예쁘게 사는 걸 좋아하고요. 이왕이면 예쁘게 입고 머리도 예쁘게 만지고 집도 예쁘게 꾸미고 싶어요. 그 순간 사진 찍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게 제 삶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부지런히, 열심히 하고 있어요. 외출 계획이 없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늘 메이크업을 하고 불시에 친구가 오더라도 기꺼이 식사 대접을 하죠(그러면 친구가 그걸 찍어주고요!). 꽃을 새로 꽂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몸이 안 좋더라도 꼭 꽃 시장에 다녀와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커져서 사진 한 장을 찍거나 고르는 데 시간이 점점 더 오래 걸려요. 예전에는 기분에 따라 한두 장씩 포스팅했다면 요즘은 계획적으로 내 나름의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려고 하고요. 의무감이 더 커지고, 하나의 직업처럼 느끼죠.

나바호 패턴의 면 드레스와 여유로운 스웨터, 자수 장식 블로퍼, 메탈 벨트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레이어링한 터키석 목걸이와 자개 반지는 에나 주얼리(Aena Jewelry).

나바호 패턴의 면 드레스와 여유로운
스웨터, 자수 장식 블로퍼, 메탈 벨트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레이어링한 터키석 목걸이와
자개 반지는 에나 주얼리(Aena Jewelry).

VK 인플루언서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나요?
KES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없어요. 21세기 신종 직업이죠.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언니 처럼 살고 싶은데, 언니는 직업이 뭐예요?”라고요. 잘 모르겠지만 인플루언서가 맞는 거 같아요. 방송을 했던 경력이 좀더 넓고 다양하게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된 건 사실입니다. 아마 방송 경험이 없었다면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아무리 많아도 지금의 인지도를 얻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앞으로도 더 대중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게 바람이에요.

VK 사람들은 인플루언서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KES 제 주위를 봐도 그렇고 잘되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특별한 감각이든, 재능이든, 성실함이든 말이죠. 요즘은 재능이 있으면 얼마든지 펼칠 기회가 있는 시대예요. 열심히 하면 자신을 세울 수 있죠. 어떤 분야든 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인 건 사실이에요. 의미 없이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삶이라는 건 분명하죠.

VK 인플루언서의 화려한 삶 이면에는 무엇이 있나요?
KES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걸 이야기합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중 최고의 컷을 올려서 그걸 본 사람들이 ‘나도 기은세가 간 여행지에 가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해요. 그래야 인플루언서로서 직업적인 가치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래서 여행 가서도 정말 피곤한 게 사실이에요. 이제는 정보의 싸움이죠. 직업이 되려면 그저 예쁜 사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담고, 그 정보가 보는 사람들에게 받아 들여져야 해요. 나 역시 나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볼까 구상 중 이랍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요.

재킷과 벨벳 캐미솔, 스커트, 벨트는 폴로 랄프 로렌,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터키석 목걸이와 귀고리는 에나 주얼리, 금속 뱅글은 젬앤페블스(Jem&Pebbles).

재킷과 벨벳 캐미솔, 스커트,
벨트는 폴로 랄프 로렌,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터키석
목걸이와 귀고리는 에나 주얼리,
금속 뱅글은 젬앤페블스(Jem&Pebbles).

VK 기존의 전통적 매체와 요즘의 온라인 매체를 경험했을 텐데, 어떻게 느끼는지궁금해요.
KES 과거에는 뭘 하나 만들면 그 가치가 훨씬 컸어요. 요즘에는 똑같이 공을 들여도 순식간에 소모돼버리죠. 그래서 사람들도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더 이상 웰메이드라고 다 인정받는 것도 아니니 잘 찍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예전에는 1분짜리 광고를 밤새워서 하루 종일 찍었다면 요즘은 인터넷광고 같은 건 최소한의 인원으로 뚝딱 끝내버려요. 그 대신 아이디어와 신선함이 중요해졌죠. 그게 아니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거나,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거나. 그냥 다들 적응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많은 콘텐츠와 과도한 노출에 익숙해지는 거죠. 그리고 사람들은 쉽게 지루해하고요. 내가 인스타그램에 옷 입은 사진만 줄곧 포스팅하거나 요리만 계속 포스팅하면 팔로어들은 지루해해요. 적당히 사생활도 있고, 여행도 가고, 요리도 하고 뭐든 골고루 다양하게 있어야 흥미로워하죠.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많이 연구하게 돼요.

VK 지난 2월에는 패션 위크에도 참석했죠.
KES 내 인생에서 하길 잘했다고 한 경험 중 하나예요. 딩고TV의 뷰티 채널 촬영으로 갔는데 쇼 보면서 계속 찍어야해서 정말 힘들었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웠죠! 딩고TV는 처음이었는데 반응도 좋고, 10~20대 사이에서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겨 기회가 되면 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참, 그거 알아요? 요즘 10~20대들은 TV를 안 보고 웹드라마를 본대요. 게다가 10대 사이에서 최고 인기 직업 중 하나가 유튜버죠. 나조차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