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Cinema Paradiso

2017.12.22

by VOGUE

    Cinema Paradiso

    창조와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 펜디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의 중심에는 스토리텔링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펜디의 이야기는 실제 세계와 환상의 세계, 그 안에 사는 인물을 모두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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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디는 영화계에 대한 애정을 아주 오래전부터 드러내왔다. 피에로 토시, 밀레나 카노네로, 안나 셰퍼드 같은 세계적인 의상 디자이너들이 197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펜디 하우스와 손잡고 선보인 영화 의상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이코닉한 의상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미셸 파이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순수의 시대>(1993)에서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페스쿠치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펜디 모피 코트를 입고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고, 페스쿠치는 이 영화로 1994년에 오스카 의상 상을 받았다. 또 <에비타>(1996)를 연기한 마돈나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제트기에 오를 때 입은 밍크 코트는 에비타가 실제 입었던 옷과 똑같이 펜디 공방에서 재현해낸 것이다. 그뿐 아니라, <로얄 테넌바움>(2001)에서 우아하고 매력적인 기네스 팰트로가 영화 내내 입고 등장한 긴 밍크 트렌치코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아이 엠 러브>(2009)에서 상류층 여인을 연기한 마리아 파이아토가 입은 여우털 코트,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에서 에드워드 노튼과 틸다 스윈튼이 입은 독특한 코트가 전부 펜디의 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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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되면, 펜디가 대체 영화계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영화는 언제나 우리 가문과 브랜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사실 펜디는 치네치타(이탈리아의 할리우드라 불리는 대규모 영화 세트장)와 인연이 깊습니다. 로마에서 창작과 예술 활동을 해온 펜디 자매는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인 협업을 이뤄냈어요. 그중 한 가지가 내로라하는 무대 의상 디자이너들과 함께 영화 속 의상을 제작한 것이죠. 루치노 비스콘티부터 웨스 앤더슨까지, 마틴 스콜세지부터 주세페 토르나토레까지 과거와 현재의 위대한 감독들이 펜디와 함께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함께 실험하고 꿈을 현실로 만든 영화계와의 인연을 기념하는 자리입니다.” 펜디의 액세서리, 남성복, 아동복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2017년 10월 펜디의 헤드쿼터인 로마 사옥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 의 오프닝에 앞서 하우스와 영화 산업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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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필름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시작된 펜디 스튜디오 전시는 그동안 펜디가 영화계와 맺어온 오랜 인연을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초대장이었다. 펜디는 신사옥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무솔리니에 의해 지어진 이 건물 역시 여러 영화 속에 등장한 유서 깊은 장소다)를 실제 영화가 펼쳐지는 스튜디오로 꾸미고, 몰입형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관객이 실제로 영화 속 펜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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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탈리아의 뉴웨이브에서 미국의 블록버스터에 이르는 세계적인 영화에 등장한 펜디 의상과 액세서리, 모피가 이 전시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장에 마련된 여러 개의 방 안에서는 놀랍도록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의상과 함께 바로 그 옷이 등장한 영화 장면을 상영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그 영화 장면 속으로 들어가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첫 번째 전시장 ‘이지 라이더’ 룸에서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나오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실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상을 촬영한 뒤 파일을 휴대폰 MMS로 전송할 수 있었다. 덕분에 셀러브리티나 유명 프레스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빨간 자동차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두 번째 전시장 ‘뷰가 있는 방’에서는 거대한 거울과 영상 투사를 통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순수의 시대>의 배경이 된 뉴욕에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고, 세 번째 공간 ‘테넌바움랜드’의 룸에 들어서면 <로얄 테넌바움> 속 명장면이 무한으로 반사되는 거울 회랑이 나타나 관객들은 저마다 셀피를 촬영하느라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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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경험이 가득한 전시를 체험한 다음 순서는 영사실이라 불리는 펜디의 미니 영화관에서 안토니오 몬프레다와 패트릭 킨먼스 감독의 를 감상하는 것. 이 영화는 펜디가 2013년에 치네치타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펜디의 영화 속 아이코닉한 모피 의상을 조명한 단편영화다. 이날 오프닝 리셉션 이후 오는 3월까지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전시 기간 동안에는 <피아니스트의 전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블루 재스민> <원초적 본능> 등 펜디와 관계 깊은 영화를 매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상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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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에도 인내심이 요구된다는 젊은 세대들, 모든 것에서 가속화가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영화와 패션 하우스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이 전시가 가치 있게 느껴진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영화만이 선사할 수 있는 판타지와 미학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 그리고 꽤 아날로그적인 콘텐츠라고 느껴질 이 전시를 관람객으로 하여금 디지털 세계에 몰입해 ‘영화 장면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며 직접 주인공이 되거나 셀피를 찍어 특별한 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풀어낸 것!

    12_FENDI STUDIOS_Exhibition Images_The Palazzo of Desires

    시대상과 가치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동시대적인 감수성에 한발 앞선 채로 하우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까다롭지만 오늘날의 럭셔리 하우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덧붙였다. “이미 잘 알려진 유명 인사의 옷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가공의 인물도 새롭게 풀어내는 것이 펜디 하우스의 상상력입니다. 제작은 도전이고, 펜디는 모든 도전에 있어 장인 정신과 독창성, 소재를 노련하게 결합하죠. 앞으로도 이 특별한 행보를 이어갈 것입니다.”

      에디터
      김지영
      스폰서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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