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bidden 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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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rbidden portrait

2017-12-28T22:30:42+00:00 2017.12.28|

이젤 뒤에서 조용히, 침착하게 앉아 화가의 시선이 닿은 곳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이 경험이 불편하고도 이상하게 흥분되는 순간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샤를 드 모의 영화이자 예술 작품인 〈금지된 초상화〉 이야기다.

Attiret J.D. inv2001.5.1_cl. JL. Mathieu

샤를 드 모(Charles de Meaux)의 새로운 장편영화 <금지된 초상화(Le Portrait Interdit, 영문 제목은 Lady in the Portrait)>는 18세기 중국 황후로 자금성에 살던 어떤 여인의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다. 슈퍼스타 판빙빙과 멜빌 푸포(Melvil Poupaud)를 주인공으로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어로 촬영된 이 영화는 원래 카톨릭교 수도사로 중국에 갔다가 황제 건륭의 궁정 화가로 활동했던 장 드니 아티레(Jean-denis Attiret, 1702~1768)의 실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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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은 마을 돌(Dole) 출신인 아티레는 당시 중국에서 왕즈청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황제는 그에게 황후인 우라나라(Ulanara)의 초상화를 의뢰한다. 문제의 초상화는 현재 돌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Dole) 소장품으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당시 ‘한 후궁의 초상화(Portrait of a Concubine)’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동양과 서양의 회화 기법으로 완성된 작품으로, 수백 년 후 우라나라 역을 연기한 판빙빙에 의해 되살아났다. 가였던 주세페 카스틸리오네(Giuseppe Castiglione), 지오반니 다마셰노(Giovanni Damasceno)가 이 작업을 수행했는데, 당시 그들은 인상적인 열여섯 장면을 창조했다. 이들이 그린 드로잉은 프랑스에서 판화의 형식으로 완성한 후 다시 중국으로 보냈다. 아티레가 베이징에서 죽은 지 몇 년 지난 1774년의 일이었다.

건륭 황제는 중앙아시아에서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그때의 전투 장면을 자세히 묘사해줄 것을 의뢰했다. 장 드니 아티레와 같은 수도사 화가였던 주세페 카스틸리오네(Giuseppe Castiglione), 지오반니 다마셰노(Giovanni Damasceno)가 이 작업을 수행했는데, 당시 그들은 인상적인 열여섯 장면을 창조했다. 이들이 그린 드로잉은 프랑스에서 판화의 형식으로 완성한 후 다시 중국으로 보냈다. 아티레가 베이징에서 죽은 지 몇 년 지난 1774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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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세실 몰리니(Cécile Maulini)의 스케치는 가장 먼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말을 타고 천천히 전쟁터를 달리는 기사들과 풍경을 묘사한 스케치였다. 사막과 어둠 그리고 피로 얼룩진 오프닝 장면을 연출하는 건 언제나 크나큰 도전이지만, 익숙한 제임스 본드 영화의 도입부를 상기하면 된다. 세실 몰리니의 움직이는 그림은 시적이고도 섬세하며, 영화가 머나먼 타클라마칸(Taklamakan) 사막에서 곧장 시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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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초상>은 화가가 모델과 눈으로 나눈 대화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황제나 황후를 직접 쳐다보지 못하던 시대였고, 따라서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서양에서 교육받은 화가가 그림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지극히 동양적으로, 자연과 동물과 꽃과 사람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바꾸어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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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는 강렬한 붓 터치와 착색 안료에 대한 이야기인데, 모델을 압도해 대조적으로 돋보이는 그녀의 입술 화장을 퇴색시킬 정도였다. 영화에는 판빙빙의 얼굴 화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장면이 두 번 나온다. 하나는 즐겁고도 역설적인 장면으로, 그녀는 눈을 감으면 눈꺼풀에 또 한 쌍의 (화장한) 눈이 나타날 정도로 눈꺼풀을 화장으로 덧칠한다. 다른 하나는 더욱 극적인 장면으로, 판빙빙은 마치 ‘페인팅’을 지우려는 듯 입술에 칠한 붉은 립스틱을 마구 문질러 닦아낸다. 그리고 그 눈과 입을 통해 사랑에 빠진 여인의 마음, 눈을 감아도 역력히 보이는 내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 “보기도, 말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 볼 수도, 말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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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초상화>는 장식과 언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순수한 기쁨의 순간에 춤을 추며 뛰어다니는 궁정 여인과 하녀와 어린이들이 나오는 야외 장면을 포함, 다양한 장면에 배치된 골동품이나 가구 사이로 신중하게 현대에 다시 디자인한 등장인물의 의상을 선보인다.

감독이 동양과 서양을 예술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이 ‘컨템퍼러리 무비’는 역사로 되돌아간다. 인디언 화가들에게 교회와 같은 종교적 건물에서 서양 화가들과 함께 하나님을 섬기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던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새로운 시대와 유사한 방식으로 연출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아름다움의 소유자 판빙빙은 수도사 화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동안 로맨틱한 방종의 순간을 탐하는 서양인의 새로운 시선에 빠져든다. 화가와 모델은 미술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시나리오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개 그 장면에 실재한 사람들을 잊곤 하는데, 이 영화는 그림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을 말해준다. 외국인인 로마 가톨릭 교도와 황후 사이의 불가능한 로맨스는 은유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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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는 아티레의 고향인 돌의 미술관 벽에 걸려 거의 무시된 채 잊히고 있다가, 결정적인 시작과 성취의 순간으로 되돌려 놓인다. 서로 마주 보며 자신들의 관계에 집중하는 화가와 모델은 중국 궁정의 부적절한 장면에 대해 큰 소리로 떠들고 비웃는 다른 많은 신하, 내시, 후궁들에 둘러싸여 방해를 받는다. 극 중 아티레는 자신이 특별히 서양의 지식을 가미하며 중국의 매너를 담아내는 그림에 집중하려 애쓰면서 작업하는 와중에, 중국인 이웃들이 얼마나 무례하고 시끄러웠는지 불평하는 편지를 남겼다.

이 초상화는 이를테면 황후 우라나라를 응시하는 이방인 남자의 시선, 금지된 것에 도전을 받는 화가의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자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스케치한 로맨스, 세련된 세팅에서 안무를 맡은 발레, 수놓은 의상, 전통적인 통굽 슈즈에 올라선 여자들도 그리고 있다. 스토리는 황제의 궁에서 벌어지는데, 이곳은 저속한 세상과 분리된 폐쇄된 사회다. 음모와 권력을 둘러싼 갈등이 늘 존재하는 곳이자 후궁과 내시들이 규칙과 안건을 전하며 무언가를 부탁하는 곳이다.

종교적 법칙에 따라 성적으로 금욕하는 종교인인 수도사는 아름다운 옷을 차려입고 치장한 수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물리적으로 거세당해 성적으로 금욕해야 하는 내시들과 맞서고 있다. 비주얼은 19세기 패션에서 물려받은 중국 영화의 표준적인 장식 연출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조심스럽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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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에 살짝 올라간 눈꼬리, 창백한 얼굴 덕분에 로레알의 뮤즈가 된 중국의 슈퍼스타 판빙빙은 우아하고 섬세하게 황후를 연기했다. 판빙빙은 그들이 얼마나 젊었는지, 그들이 영광을 누린 후 얼마나 쉽게 금방 패배했는지에 대해 지적한다. 사실 황제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우라나라에게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황후는 비극적인 인물로 남아 있고 그나마 역사적 기록으로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신비한 분위기가 황후의 운명을 충분히 상상하며 연기할 수 있게 했다고 판빙빙은 말했다.

판빙빙의 예술적 행보는 이미 증명된 바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선정되었지만, 하필 판빙빙이 같은 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이 되는 바람에 결국 영화는 비경쟁 부문에 출품되는 일종의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그녀는 지난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스트레치(Stretch)>에서도 샤를 드 모와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이스탄불 출생으로 현재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1967년생의 남자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인 동시에 영화감독 그리고 제작자다. 시각 미술계에서는 2015년 퐁피두센터 전시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에 설치한 거대한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현실이 사라진 자리를 감정으로 채워넣는 초현실적인 순간과 풍경을 다루는 데 매우 능숙하다. 또한 이 영화는 발리우드에서 촬영한 할리우드식 영화이고, 프랑스 누벨바그 거리에서 촬영한 중국의 ‘슈퍼 프로덕션’이다. 영화 속에서 그림을 다루려는 대부분의 시도가 무지했거나 키치했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는 회화와 잘 어울린다. 지난 11월 중순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프리미어 행사에는 예술, 문화계 사람들이 대거 참석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으며 한국에서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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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드러나는 욕망과 남자 대 여자, 두 쌍의 눈 사이에서 소리 없이 중개 역할을 하던 한 장의 종이 등 금단의 강물에 자신을 비춰보는 한 여인에 대한 이 이야기는 화가가 초월적 욕망의 대상인 자신의 모델에 대해 느꼈을 매혹을 드러낸다. 한 남자가 훔쳐서 소유하고 싶은 존재에 대해 키울 수 있는 욕망은 결국 드라마틱하게 끝이 난다. 한편 영화는 끝난 후에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필름을 영화이자 예술 작품이 되게 하는가? 단지 등장인물과 오브제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건가? 관객도 게임의 일부인가? 이 영화는 관객이 생각과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잠시 마음속 깊이 간직할 정도의 자기 인식(Self-Identification)을 넘어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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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매우 잘 아는 아티스트인 샤를 드 모는 비주얼과는 달리 현대적인 시각으로 사운드트랙을 구성했다.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앙리 뒤티외(Henri Dutilleux), 지아친토 셸시(Giacinto Scelsi), 모튼 서벗닉(Morton Subotnick), 잔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레오시 야나체크(Leoš Janá ek), 존 케이지(John Cage), 필 니블록(Phill Niblock),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등이 탄생시킨 20세기 음악이 비주얼의 파트너가 되어 영화의 무대를 완성한다. 나직하게 실크가 사각거리는 소리와 귀고리가 살랑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사운드는 매우 섬세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3D 효과를 도입한다. 중국어는 특별한 질감과 소리를 갖고 있고, 사운드 엔지니어는 등장인물의 윤기 흐르는 목소리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히 세심한 주의를 요구했다.

무자비한 황제는 새로운 후궁을 위해 우리나라를 차버릴 것이다. 로맨틱한 여주인공은 실패했다. 하지만 그림은 그녀보다 오래 살아남았고, 판빙빙의 눈에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새롭게 현재형으로 간직되어 있다. 영화 <금지된 초상>은 오로지 절제와 신중함, 지성과 통찰력, 감정과 태도의 리얼리티로 가득 차 있다. 그림은 앞으로 나아가는 걸 돕고, 초상화는 어떻게 시작할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얼굴을 맞대고 협력할지 결정하는 것을 돕는다.

여기에서 영화는 장식된 방과 사람들을 통해 유동성이라는 통로를 요구한다. 영화는 수많은 규칙과 사회 속에서 대담한 개성을 드러내며, 마치 ‘도둑맞은 방귀’처럼 부지불식간에 수치스럽고도 은밀하게 사랑이 찾아올 때, 우리의 자의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