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all that sparkles

2018.01.05

by VOGUE

    all that sparkles

    다채로운 컬러와 매혹적인 시퀸으로 무장한 할펀의 의상을 입은 리네이시 몬테로(Lineisy Montero@Next Models).

    다채로운 컬러와 매혹적인 시퀸으로 무장한 할펀의 의상을 입은 리네이시 몬테로(Lineisy Montero@Next Models).

    지금 패션계 인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단 한 명의 신성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맨 먼저 런던 디자이너 마이클 할펀 (Michael Halpern)을 떠올릴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반짝이를 쏟아부은 듯한 컬렉션은 미니멀리즘과 정반대다. 화려한 옷을 보고 그의 부모님 직업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원자력 엔지니어 아버지와 은행 출납원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가 대체 왜 반짝이에 매료됐을까? “60년대 후반 어머니가 점프수트를 입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사진을 봤어요. 그 모습에 끌렸습니다.” 그러한 영감은 곧 디스코 문화를 즐긴 70년대로 이어졌다. 실제로 스튜디오 54를 즐겨 다니던 어머니의 추억도 영향을 끼쳤다. “지금처럼 그때도 힘든 시기였어요.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여자들에게 몽환적인 시퀸은 갑옷 같은 든든한 기운을 선사한다고 믿어요.” 여기에 전성기 셰어의 무대 의상을 담당했던 전설적인 의상 디자이너 밥 맥키, 디스코 시대의 여왕 비앙카 재거 등이 그가 추앙하는 우상들.

    화려한 디스코 시대 여성을 위한 그의 옷은 현학적 의상으로 가득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패션쇼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런던 패션의 대모이자 미국 <보그>의 사라 무어는 곧 그를 도나텔라 베르사체에게 소개했다. “마이클의 작업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죠.” 도나텔라는 이제 서른 살이 된 디자이너에게 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색채 감각과 자수 실력이 놀라운 수준이에요.” 베르사체는 그를 꾸뛰르 라인인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컨설턴트로 데려갔다.  그의 졸업 컬렉션은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과 매치스패션이 경쟁적으로 바잉해갔다. 그야말로 런던의 새로운 패션 악동 탄생.

    당연하지만 그의 눈부신 매력을 맨 먼저 알아본 건 당대 슈퍼스타들이다. 마리옹 코티아르, 비욘세, 루피타 뇽 등이 할펀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섰다. 분명 보라색 거울 비즈와 금빛 메시 소재가 함께 어우러진 미니 드레스를 일상에서 입기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제 옷을 입기 위해선 외모와 사고방식이 조금 특별해야겠죠.” 하지만 단순히 튀기 위한 옷을 찾는 여자는 그가 그리는 여성상과 거리가 멀다. “빈티지 티셔츠나 스니커즈와 매치해도 좋아요. 그 위에 데님재킷을 입어도 좋죠. 튀기 위한 게 아니라 반항적 태도를 지닌 여자에게 어울릴 거예요.”

    9월 런던의 전설적인 팔라디움 극장에서 열린 두 번째 컬렉션 역시 그를 향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붉은 벨벳이 깔린 극장 복도를 거니는 디바들의 모습은 그가 어린 시절 우러러보던 크리스찬 라크르와를 향한 오마주. “당시 모델들은 담배를 피우고, 미소를 띠거나, 크게 웃어대곤 했어요. 어떤 면에서 너무 흥분되는 동시에 매우 순수한 시절이었어요. 지금처럼 어두운 시대에 그런 식의 현실도피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에디터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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