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Trap

Beauty

Color Trap

2018-01-24T17:06:33+00:00 2018.01.25|

관성의 핑크와 관조의 옐로가 격돌한다. 화사한 낯빛을 지향하는 노란 얼굴들에게 주어진 베이스 컬러 선택지.

모자는 큐 밀리너리(Q Millinery)

모자는 큐 밀리너리(Q Millinery)

관성의 핑크
우리 나라에서는 어떤 색 파운데이션이 잘 팔릴까? VDL 이가희 ABM에 따르면 핑크 베이스가 압도적 우위다. “핑크 베이스인 M01 컬러의 선호도가 같은 명도의 미디엄 베이스 A01, 옐로 베이스인 V01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밝고 생기 넘치는 컬러라는 인식 때문.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닐 수도 있다’. 맥 내셔널 아티스트 김혜림은 ‘핑크 베이스=화사함’은 선입견이라 말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옐로 스킨 톤을 가지고 있어요. 어설프게 글로 배운 지식이나 지인의 추천으로 나에게 맞지 않는 핑크 톤을 사용하면 얼굴에 회색빛 먹구름이 피어나죠.” 미술 시간을 떠올려보길. 색은 다른 것을 겹칠수록 탁해지는 법. 노란 물감에 핑크색을 더하면 노란색이 흐려지는 게 아니라 주황색을 띠며 어둡고 칙칙해진다. 화장품 컨설팅 회사 퍼플패치의 최대균 대표 역시 노란 얼굴을 밝히고 싶다면 화이트 혹은 라일락, 밝은 아이보리 컬러를 덧바르는 게 옳다고 강조해왔다. “브랜드에서도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소비자가 핑크를 원하니 어쩔수 없죠.” 컨설팅한 제품이나 국내에서 잘 팔리는 제품의 추이만 봐도 역시 한국은 즉각적인 화사함을 주는 붉은 톤의 제품이 확실히 대세다. 관성 같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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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의 옐로
하지만 귤은 복숭아가 될 수 없다. 굳이 다른 종이 될 필요도없다. 맛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한국인의 노란 피부를 잘만 갈고닦으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에스쁘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변명숙의 옐로 피부 예찬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다. “우리의 옐로 톤, 즉 아이보리와 베이지 컬러가 지닌 차분하고 깨끗한 맑음은 고급스러운 도자기에 비견할 수 있어요.” 그러니 핑크로 덮어 억지로 색을 바꾸려들기보다는 동양적인 따뜻한 여백을 부스팅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거다. 어딕션 교육팀 신미주 대리 역시 노란 기에 화사함을 부여하려면 핑크보다는 옐로 베이스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충고한다. “같은 밝기 라면 노란색보다는 핑크색이 즉각적으로 화사해 보이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와 베이스 컬러가 분리되며 얼룩지고 칙칙해 보일 가능성 역시 높습니다.” 노란색 물감에 아이보리나 흰색을 더하면 톤이 밝아지고 노란 기가 흐려지듯 밸런스가 잘 잡힌 옐로 베이스 제품으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하는 것이 현명하다. 붉은 기가 많은 얼굴을 다루는 방법도 같은 맥락이다. 서늘한 옐로 제품으로 붉은 기를 덮는 것보다는 밝은 핑크 베이스를 이용해 중화시키는 것이 옳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얼룩 없이 균일하고 아름다운 낯빛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

Tricks & Treats 각기 다른 컬러 두 개를 구입해 자신만의 색을 조색해 사용하는 것도 ‘트루 컬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베이스 메이크업 마지막 단계에 둘 중 더 밝은색, 혹은 핑크 베이스 제품을 얼굴 가운데만 한 번 더 레이어드해보길. 자연스럽게 볼륨이 살아나며 어려 보이는 효과가 있다. 모자는 큐 밀리너리(Q Millinery).

Tricks & Treats
각기 다른 컬러 두 개를 구입해 자신만의 색을 조색해
사용하는 것도 ‘트루 컬러’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베이스 메이크업 마지막 단계에 둘 중 더 밝은색, 혹은
핑크 베이스 제품을 얼굴 가운데만 한 번 더 레이어드해보길. 자연스럽게 볼륨이 살아나며 어려 보이는 효과가 있다.
모자는 큐 밀리너리(Q Millinery).

퍼스널 컬러와 ‘개취’ 사이
그래서 노란 얼굴의 소유자에게 핑크 베이스는 금기인 거냐고? <보그>의 목표는 노랑의 명예 회복일 뿐, 메이크업에 정답은 없다. 지인 중 한 명은 언제나 각질이 일어난 도톰한 입술에 발그레한 틴트를 바르는데 나는 그게 참 귀엽다. “흑설탕 섞인 스크럽으로 각질 제거를 해라”, “물 틴트 대신 틴티드 립밤을 발라라” 등 가르치려 들자면 할 말이 많지만 먼저 물어오기 전엔 그냥 두기로 했다. 그게 그녀니까. 어울리지 않는 핑크 베이스 19호를 탐하는, 노란 얼굴에 얹힌 하얀 뷰티 야망까지 그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싶다. 단, 옐로 베이스 제품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테스트해보길 권한다. 잘 고른 노랑 베이스가 열 핑크 안 부러운 고급스러운 낯빛을 연출해주는 건 팩트니까.

다행히 퍼스널 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무조건적인 핑크 추종은 좀 줄어들었다. 신민주 대리는 어딕션의 파운데이션 판매율을 예로 든다. “핑크톤과 옐로 톤이 5.5 대 4.5 정도로 팔리고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옐로 베이스를 경험해보고 나면 믿음이 생긴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전문 카운슬러와 함께 제대로 ‘색 여행’을 다녀와서 얻은 결과다. ‘트루 컬러’라는 아름다운 주제로, 세분화된 컬러를 많이 출시하는 요즘 트렌드는 반갑고도 난감하다. 직관적 선택이 어렵기 때문. 어딕션 파운데이션의 컬러 베리에이션은 무려 열일곱 개. 나스의 경우도 흐름이 읽히지 않는, 스무 가지 색의 파운데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단순히 쿨 톤, 웜 톤, 옐로, 핑크를 떠나 본인의 피부 톤에 꼭 맞는 색을 제공하겠다는 의지 표명인데 얼굴에 발라보기 전에는 내 얼굴에 어떻게 표현될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김혜림 아티스트는 “메이크업 제품에 지식이 없고 본인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선택 장애가 올 수 있다”며 교육을 받은 아티스트들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답이라고 조언한다.

태생과 취향 사이에서 길 잃은 어린양들이여, 모니터에 묻지 말고 사람에게 상담하길. 직접 경험해보면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나의 우아한 낯빛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니까.

고급스럽거나 새롭거나!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보그> 추천 컬러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