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미로슬라바 듀마, 저는 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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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미로슬라바 듀마, 저는 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2018-01-27T09:22:32+00:00 2018.01.26|

“제 이름은 미로슬라바 듀마입니다.
저는 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저는 동성애 혐오자입니다.
저는 트랜스젠더 혐오자입니다.”

독일의 스타일리스트 마르크 괴링(Marc Goehring)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입니다. 러시아 출신의 패션 칼럼리스트이자 사업가,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로슬라바 듀마의 사진 아래 다소 과격한 내용의 문구가 보이시나요? 이를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게다가 가운뎃손가락까지 내밀었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현재 그녀는 패션계에서 쌓아올린 커리어를 통째로 위협받을 만큼 큰 인종차별 사건의 중심에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현재 그녀는 패션계에서 쌓아 올린 커리어를 통째로 위협받을 만큼 심각한 인종차별 사건의 중심에 있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꾸뛰르 컬렉션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찾은 패셔니스타 미로슬라바. SNS 스타답게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포스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패션위크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160만 명이 넘는 그녀의 팔로워들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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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슬라바의 스토리 중에는 그녀의 친구인 러시아 디자이너 율리아나 세르젠코(Ulyana Sergeenko)가 보낸 꽃다발과 손수 작성한 카드를 찍은 사진도 한 장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카드에 적힌 글이 문제였습니다. 결코 올려서는 안 될 문구였죠.

‘To my n*ggas in Paris’

 미로슬라바는 친구의 단어 선택에 딱히 놀라지 않았나 봅니다. 이 사진에 하트 이모티콘까지 추가해 업로드 했죠. N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왜 문제가 되냐고요? ’N*gga’는 흑인을 비하하며 지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이 단어를 쓴 디자이너도 문제였지만 아무 의식없이 사진까지 찍은 미라슬라바의 행동도 소셜 미디어를 분노하게 만들었죠. 팔로워가 많은만큼 비판의 여론도 컷습니다. 유럽과 미국을 너머 아시아까지, 파급 속도도 남달랐죠.


미로슬라바는 친구의 단어 선택에 딱히 놀라지 않았나 봅니다. 이 사진에 하트 이모티콘까지 추가해 업로드했죠. N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왜 문제가 되냐고요? ’N*gga’는 흑인을 비하하며 지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이 단어를 쓴 디자이너도 문제였지만 아무 의식 없이 사진까지 찍은 미로슬라바의 행동도 소셜 미디어를 분노하게 만들었죠. 팔로워가 많은 만큼 비판 여론도 컸습니다. 유럽과 미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파급 속도도 남달랐죠.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그녀는 곧 스토리를 지웁니다. 하지만 스크린 샷 안 하는 사람, 찾기 힘들죠. 더욱이 아주 흥미로운 화젯거리를 발견했을 땐 모든 사람들의 엄지손가락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그녀가 포스팅을 내린 것과 상관없이, 패션 블로거 브라이언 보이가 이미 캡처 화면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인종차별과 무지함은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 여러분 2018년이에요!(…)”  #무식함 #끔찍함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아담 캐츠 신딩(Adam Katz Sinding)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역시 문제 화면을 캡처해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뒤 이렇게 말했죠. 

‘정말? 믿을 수가 없네.  a)왜 이런 단어를 쓰고 b)이걸 왜 포스팅하는 건지…’

 

 

패션 카피 사냥꾼 ‘다이어트 프라다’, 패션모델 나오미 캠벨 등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사자인 율리아나 세르젠코와 미로슬라바 듀마의 계정에도 보나 마나 수많은 댓글이 달렸겠죠? 이제 비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이에 두 사람은 각각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죠. 율리아나 세르젠코의 사과문을 먼저 보시겠어요? 이 역시 금세 지워졌지만 사실 SNS상에서 게시물 삭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공유 버튼을 누르기 전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죠. 사람들은 이 반쪽짜리 사과문에 더 분노합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모욕적인 메시지로 가득 차 있네요. ‘넌 최악의 삶이 마땅한 사람이야’, ‘백인 쓰레기 죽어라’ 등등이요. 저는 카자흐스탄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제 딸은 아르메니아 혼혈이죠. 저는 결코 사람들을 흑과 백으로 나눠 차별한 적이 없습니다. 칸예 웨스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에요. 그리고 그의 노래 ‘NP(N*ggas in Paris)’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요. 네, 미로슬라바와 저는 가끔 N으로 시작하는 그 단어로 서로를 부를 때가 있어요. 그 노래를 부른 사람들만큼 쿨해지고 싶을 때 말이죠. 제가 쓴 문구로 기분이 나쁜 분들이 계셨다면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미라는 제 친한 친구고, 그 개인적인 카드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도 된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한 사람입니다. 그 자체가 우리가 어떤 모욕도 의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죠. 이런 결과를 상상하지도 못했고요. 이번 일로 정말 큰 교훈을 얻었고 그래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미 세상에는 너무 많은 화가 널려 있어요. 제발, 우리 여기서 멈추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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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슬라바 또한 칸예 웨스트와 제이 지의 노래 제목을 따라 해 쓴 것일 뿐 그 누구도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는 사과문을 올렸죠. 본인은 배경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미로슬라바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기에 브라이언 보이의 동영상이 추가됩니다. 2012년 촬영된 동영상. 러시아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청중으로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 그녀에게 질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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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신이 브라이언 보이가 여자 옷을 입는 부분을 언급한 것에 관해 질문하려고 합니다. 남자 모델들이 여성 패션의 모델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트랜스젠더 모델) 안드레아 페직이 여자 수영복 광고의 모델이 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이걸 정상적인(Normal)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6년이 지난 지금은 물론, 어쩌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법한 미로슬라바의 답변이 펼쳐집니다.

솔직히 전 그런 거 정말 안 좋아해요. 어린 소년들이 TV나 잡지를 볼 때 그런 걸 마주한다면 제대로 이해하거나 반응하기가 힘들 거예요. 전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특별한 검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가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건 요즘 트렌드의 한 부분이 아닌가요?”

“아뇨,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 브라이언 보이, 안드레아 페직 같은 좀 이상한 사람들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사람도 없지 않나요? 너무 다행이죠. 그런 사람들이 많진 않으니까요! 전 그런 사람들이 좀 사그라들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웹사이트(Buro 24/7)에 그 사람들을 모델로 쓸 생각은 없나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 Buro에는 자체 검열이 있어요. 우리가 내보내는 콘텐츠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패리스 힐튼이나 킴 카다시안 같은 사람들도 절대 우리가 다룰 일은 없을 거예요. 당신이 언급한 그 소년들도 마찬가지고요. 이건 저희가 독자들을 굉장히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

 

꽤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죠? 동영상을 공개한 브라이언 보이는 “인종차별주의와 편견은 절대 쿨한 것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그녀의 말에 의하면 제가 너무 이상한 사람인가 보군요. 방금 트위터에서 본 영상입니다. 여러분만큼 저도 충격받은 상태예요”라는 코멘트를 남겼죠. 본인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었으니 누구보다 더 그 심각성을 느꼈겠네요. 문득 얼마 전 킴 카다시안의 베이비 샤워에 참석한 미로슬라바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절대 올라올 수 없는 사람이지만, 인스타 스토리에는 올라와도 좋은가 보죠? 

The cropped image. Photo: Buro 24/7

The cropped image. Photo: Buro 24/7

 

또 있습니다. 이전에도 그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Buro 24/7의 화보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이 있죠. 2014년 당시 <Garage> 매거진의 편집장이었던 다리아 주코바를 인터뷰한 이미지. 깔끔한 셔츠에 데님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그녀가 검은색 부츠만 신은 채 바닥에 누워 ‘인간 의자’의 포즈를 취한 흑인 모델을 깔고 앉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도 물론 레퍼런스는 있었습니다. 영국의 팝아트 예술가 알렌 존스의 작품 ‘의자’를 흉내 낸 것이라고 밝혔죠. 알렌 존스 작품으로 제작된 여자 모습의 피규어는 백인처럼 보입니다. 또 하나, 아무도 그녀를 깔고 앉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비슷하긴 합니다. 당시에도 인종차별적 의도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하나의 예술 사진이었다고 사과한 뒤, 모델 부분을 자른 이미지로 수정한 바 있죠. 검은색 부츠를 신은 다리가 보이시나요? 그 아랫부분이 잘린 채 웹사이트에 업로드되었습니다. 

 

Miroslava Duma(@miraduma)님의 공유 게시물님,


미로슬라바는 또 한번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첫 번째 사과문보다 훨씬 긴 분량으로요. 본인의 발언에 상처받았을 모든 사람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며, 지난 6년간 스스로 많이 달라지고 성장했다고 말합니다. 본인은 즉각적인 용서를 바라지 않으며,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다시 한번 인종, 성 정체성, 종교 등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이건 똑같이 존중한다는 말도 덧붙였죠.

 

Vogue Fashion Dubai Experience 2015 - "Who Is On Next Dubai"
마치 양파 속살처럼 계속해서 등장하는 미로슬라바의 차별과 혐오 사건. 이 정도면 지금까지 한 번도 공론화되지 않고 승승장구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그녀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두 절친의 우정(?)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 단순한 실수 혹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 같진 않습니다. 사건이 터진 후에 열린 율리아나 세르젠코의 꾸뛰르 컬렉션 쇼장은 평소에 비해 정말 조용했다고 전해지고요. 미로슬라바의 이름은 공동대표로 있던 아동복 브랜드의 임원진 명단에서 삭제되었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열릴 2018 F/W 시즌 패션 위크에서는 스트리트 포토의 단골손님이었던 이들을 보기 힘들 것 같네요. 이들의 사진을 찍거나, 그 모습을 포스팅하는 매체, 포토그래퍼들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신뢰와 존중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그녀. 본인의 말대로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겠죠? 현명한 추후 행보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