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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T19:25:36+00:00 2018.01.29|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지지와 신뢰를 얻고, 대중성의 왕관을 쓴 류승룡이 이번에는 초능력을 얻게 됐다. 늘 시대를 대변하고, 세월을 담아내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배우가 되고자 열망한 그는 이번에 그의 바람처럼〈염력〉으로 당신의 마음을 다독이려 한다. 히어로와 안티 히어로 사이, 모던 히어로로서의 류승룡.

알 유 엠 아이(Are You Am I), 검은색 베레모는 에릭 자비

알 유 엠 아이(Are You Am I), 검은색 베레모는 에릭 자비

대단하네요. 요즘은 휴대폰이 이렇게 낡을 때까지 쓰기가 쉽지 않은데요.
계정 바꾸고 어쩌고 하는 것도 귀찮지만, 예전 물건이 좀더 쓰기 좋을 때가 있습니다. 배터리도 바꿀 수 있고, 유심칩도 바꿀 수 있고. 이런 좋은 기능이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사람이든 물건이든 한 가지를 좋아하면 오래가는 편인가요?
단골집도 가던 집만 가고, 옷도 입던 옷만 입죠. 소속사도 7년째고요. 아마도 연기 그만두는 날까지 함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료와는 일에 대한 철학이 맞아야 오래 일할 수 있죠.
오래 함께한다는 것이 주는 보람이 있어요. 이를테면 김대명이나 지수 같은 친구들도, 하고 싶은 배역들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후배들을 지켜보는 제 기분이 다 좋습니다. 그런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그런 데서 보람을 찾게 됩니다.

TV만 켜면 광고에 등장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엔 뜸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한동안 영화 활동에만 집중했어요. 음… 언젠가 <손님>을 모니터 해야 할 일이 있어 극장에 갔어요. 그런데 영화 상영 전에 제가 출연한 광고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고 영화를 보니 몰입이 안 되더군요. 얘기해준 사람도 없고 TV로 볼 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직접 극장에서 보니 너무 낯이 화끈거렸어요. 영화가 배우의 희소성도 담보하고, 능동적으로 찾아가서 보고 싶도록 해야 하는 매체인데 너무 많은 곳에 있었던 거죠, 저라는 배우가. 물론 광고도 좋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좋은 배우이니, 지금은 조금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웃음)

배우에게 광고는 양날의 검이죠. 그래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회사에 고마워요. 2년 동안 조용히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말이죠.

화보도 오랜만에 찍는 것 같은데, 다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아무것도 안할 때 화보를 찍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2018년에는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있으니 오랜만에 다짐해보자 싶었습니다. 게다가 제 40대의 마지막을 필름에 담아주고 화보로 남겨주시니 저로선 감사하죠.

어떤 다짐일까요?
좋은 결과?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죠. <염력> 찍을 때도 그랬거든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연상호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 달린 시간이 정말 행복한 과정이었거든요. 이제 결과도 좀 행복할 수 있게…(웃음) 제가 열심히 해야죠.

예전에 우리가 만났을 때, 작품에 대해 큰 기대를 안 하는 것 같은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기대를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저는 그저 최선을 다 하는 겁니다. 그다음은 관객들 몫이에요. 많이 봐주시고 사랑해주시면 좋죠. 그런데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기대가 크면 오히려 기대치에 따라 너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전 이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에 대한. 언론 시사 같은 데서 딱 섰을 때의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객관적으로.

셔츠는 란스미어(Lansmere), 수트와 보타이는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슈즈는 톰 포드(Tom Ford).

셔츠는 란스미어(Lansmere), 수트와 보타이는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슈즈는 톰 포드(Tom Ford).

연상호 감독이야말로 한국 영화 소재의 자장, 스타일의 지평을 확장한 주인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더빙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나 여기까지 왔다고 들었는데, 이전에도 그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했나요?
<사이비> 같은 영화를 보면서 실사로 만들면 너무 재미있겠다, 보통 이야기꾼이 아니구나 했어요. 상상하는 방향 자체가 독특했어요. <사이비> 시사회 뒤풀이 때 감독님에게 다음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서울역>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점이 선으로 연결되면서 <염력>도 하게 됐어요. 애니메이션을 많이 하신 분이다 보니, 장착된 매뉴얼, 잠재된 소재와 이야기가 많아요. <부산행>도 아이디어를 우리나라에 맞게 적용하고 실천한 영화잖아요. <염력>에서도 예전에 있었던 무언가를 좀더 확장하고 현실에 맞게 녹여내는 데 탁월한 재주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리라 생각해요.

신석헌이라는 캐릭터는 동시대적이고도 소시민적인 히어로죠. 특히 앞가르마가 참 잘 어울렸습니다.
늘 보았음직한, 철없는 아빠가 초능력을 얻어, 그 초능력보다 더한 공권력에 수긍하게 되는 역할이에요. 갈등 사이에서 초능력을 악용하지 않고 소박하게 생계용으로 사용하는 인물이죠. 염력을 절제하며 선용할 줄 알게 되는 착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착했던 건 아니고, 겪으면서 점점 알게 되는, 일종의 자기 성장 영화이기도 해요.

이번에도 시나리오에도 없고 감독이 딱히 요구한 것도 아니지만 석헌이라는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들어 설정했나요?
이번엔 작업 방식이 좀 달랐어요. 감독님은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이라 그런지, 콘티대로, 그림대로 최대한 똑같이 찍었거든요. 배우 입장에서는 그 앵글, 주어진 콘티 안에서 최대치를 보여주면 되는 거였어요. 그런 점에서 감독님의 영향과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이를테면 염력을 좀 더 흥미롭게 활용하는 그런 방법 같은 부분이죠.

셔츠는 란스미어(Lansmere), 수트와 보타이는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슈즈는 톰 포드(Tom Ford).

셔츠는 란스미어(Lansmere), 수트와 보타이는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슈즈는 톰 포드(Tom Ford).

10년 전만 해도 전 정말 뜨거웠어요. 욕망, 갈망이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강했죠. 저를 낮추고 밑으로 내려가서 서서히 티 나지 않게 데우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앞으로 점점더 낮은 곳에서, 더 뜨거운 온도로, 더 천천히 데우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요.

이를테면 <손님>의 우룡이 다리를 저는데, 그 리듬감에서 이 사람이 얼마나 순박하고 낙천적인 사람인가 느껴졌던 기억이 나요. <염력> 같은 경우의 포즈는 자칫 유치한 장난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몸을 쓰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이번에도 어떤 지침이 있었나요?
어느덧 이제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신체…가 되었어요.(웃음) 그래서 전문 안무가가 매 장면 모션을 만들어주셨고 저는 그걸 배웠죠.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모션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리얼하게 녹아난 것 같아요. 멋있지 않고 사실적인 모션, 뒤뚱뒤뚱 좌충우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요. 감독님도 강조하셨어요.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이니 연기는 최대한 다큐처럼 리얼하게 하자, 리얼하고 즉흥적인 것을 끌어내자.

베테랑이란 배울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서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날이 듭니다. 이번 현장에서는 무엇을 배웠나요?
연상호 감독님은 정말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분이에요. 그리고 소금을 물에 섞으면 골고루 짜잖아요. 그렇게 골고루 빛을 내는 사람처럼, 모든 이들에게 한결같아요. 여럿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유추해내고 건강하게 활용하는 법을 잘 알고 계시죠. 성실한 효율성이랄까요. 현장에서의 모든 판단이 신속 정확한데, 사실 고도로 계산된 거거든요.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그런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우리 심은경 배우는 10년 전부터 5~6 작품 함께했어요. 성장기를 쭉 지켜봐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죠.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는 걸 보면서 저는 지금도 자극을받아요. 박정민 배우도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하지만 유기적으로 능구렁이처럼 잘하죠. 김민재 배우도 악당이지만 능수능란하게, 밉지 않게 표현했고요. 정유미 배우도 깜짝 놀랐어요. 배우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모든 요소를 자신의 방식으로 다 녹여내 매력적인 악당을 창조합니다. 무엇보다 철거민들 역할로 연극하시는 선후배들을 만나 기뻤어요. 지방으로 엠티 비슷한 것도 가면서 그분들과 주로 시간을 많이 보냈죠. 한 장면이라도, 대사 하나라도 부각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막 작전도 짜고요. 유승목 선배와는 세 번째 작품이고, 고창석 씨 와이프인 이정은 씨, 윤돈선 씨, 이동근 씨, 나현민 씨 모두 보석 같은 분들이라 머지않아 그 존재감을 드러낼 거라고 믿어요.

개인적으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불통인 장면이 있어요. 철없는 아빠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요. 딸에게 희망을 제시하려 하지만 딸은 여전히 아빠를 불신하고 원망스러운 속내를 토해내요. 엄청 웃긴데, 슬퍼요. 요즘 부부간의, 부모 자식 간의, 친구 간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각자를 보면 이해가 되는데 전체를 보면 얘기가 안 통하고 있는 거죠. 그런 대비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이상하게도 그는 무엇을 연기해도 그럴 법한 인물이라는 명분을 부여한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그 나이 먹도록 사연이 없을 수 없고, 그가 특정 인물의 외피를 쓰면 합당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감상은 다시 돌고 돌아, 류승룡이라는 배우의 선택에 대한 믿음과 연결된다. 그가 하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이런 믿음이 영화를 볼 때 얼마나 혼란하고도 아이러니한 즐거움을 주는지 잘 알고 있지 않나. 이런 선순환의 경험을 선사하는 이를 두고 우리는 ‘믿고 보는 배우’라 부른다.

불현듯 주연배우의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짐작도 못할 정도의 무게이지 않겠나 싶어요.
사실 부담을 갖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어요. 현장에서 원활하고 원만하게 잘 찍는 것, 홍보 열심히 하는 것,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건 신의 영역이고 요즘은 아무도 예측할 수도 없죠. 바뀌어야죠. 반성하고, 알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봐요.

셔츠는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 수트와 타이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행커치프는 란스미어(Lansmere), 슈즈는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셔츠는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
수트와 타이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행커치프는 란스미어(Lansmere),
슈즈는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캐릭터의 영역이 매우 넓습니다. 악역에도 명분과 일리를 부여하는 힘이 있지요.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가진 어떤 면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요?
글쎄요. 모르겠어요… 아마도 갈망하고 열망하던,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많은 시행착오, 물리적인 시간, 경험, 그리고 그때 읽었던 책, 보았던 영화 같은 것들이 모두 어우러졌고, 저는 그때그때 챕터를 꺼내는 것 같아요. 기억의 챕터를 뒤지기도 하고, 했던 걸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특별한 재주나 재능이 있거나, 소위 카멜레온 이런 건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코미디도 옛날에 연극하면서 얻었던 경험이 자양분이 되었겠죠.

이런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 하는 게 있습니까?
이유 없는 극악한 것, 너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자극적인 이야기는 지양하고 싶죠. 다행히 요즘은 필터링된 시나리오가 들어옵니다.

다들 주인공을 원하는 건 관객에게 심정적으로 줄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조연으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책임감의 정도나 종류가 어떻게 다른가요?
인생이야말로 희로애락, 생로병사잖아요. 주인공은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죠. 갈등, 진폭, 반전 이런 혜택을 많이 받고 그래서 부담도 됩니다. 하지만 조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예요. 알맞은 크기의 알맞은 온도의것을 적당히 하는 것 자체가 더 힘들다고 보거든요. 딱 있어야 할 자리에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더 절제된 내공이 필요해요.

유명한 배우가 된다는 건 부와 명성, 인기 이전에 시대의 트렌드, 정서, 이야기같은 것들을 작품을 통해 대신 기록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그때만큼은 배우가 부럽기도 한데, 어떤가요?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죠. 시킨다고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일단 1차적으로 제작자에게 선택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선택할때 이 시대가 원하고, 내가 원하고, 대중이 원하는 합일점을 찾게 되죠. 어느정도 어떤 배우가 가진 인생에 대한 생각, 철학 등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 감독님을 알 수 있다 하잖아요. 그 부분이 배우에게는 선택인 것 같아요. 아, 어떤 방향, 어떤 생각이구나 하는 게 고스란히 드러나죠. 또 한편으로는 다양성에 녹아들고 싶죠. 늘 좋아하는 것만 할 수도 없고요. 도전이나 변신은 배우의 숙명이에요. 그런 고민을 항상 하고 삽니다.

티셔츠와 팬츠는 코스(Cos), 블로퍼는 해리스 오브 런던(Harrys of London at King of Greene Street), 시계는 피아제(Piaget).

티셔츠와 팬츠는 코스(Cos),
블로퍼는 해리스 오브 런던(Harrys of London at King of Greene Street),
시계는 피아제(Piaget).

<염력>의 경우에는 무엇에 도전한 결과물인가요?
사람 인생 모르는 거다 싶어요. 사실 <7년의 밤> 개봉이 좀 늦춰졌는데, 너무나 괴로운 심정의 인물을 연기했죠. 그다음에 예정되었던 영화는 악역이었고요. 그다음이 <염력>이었거든요. 올가을쯤엔 김은희 작가님이 쓴 <킹덤>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거고요. 어쨌든 앞뒤로 좀 어두웠으니 유쾌한 걸 해보자 한 건데, 의도와 달리 순서가 달라졌어요. 좀 아쉽기도 하죠. 그럼에도 <염력>에 출연하기로 했어요. 시나리오도 보기 전, <부산행>이 이렇게 잘될지도 모르고, 연상호 감독님이 칸 영화제 가기도 전의 일입니다. 사실 <부산행>도 머릿속에 있던 걸 바로 시도하고 바로 행동에 옮긴 영화잖아요.

그런 면에서 용기 있는 영화였죠.
네, 그래서 <염력>도 뺏기고 싶지 않았어요. 사명으로 해야 하는 작품도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다고 느끼고 정말 잘할 수 있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역할도 선택하는 거죠.

아무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 더욱 의미 있겠죠. 다른 영화를 볼 때도 생각이 많을 듯합니다만.
올겨울 삼파전의 주인공, <강철비> <신과 함께> 모두 봤어요.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소재도, 기술도 많이 발전했구나 새삼 느꼈고 배우들, 감독님들의 마인드도 깜짝 놀랄 만했죠. 은 개인적으로도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저희 누나 생각도 나고, 한 닷새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역사가 밑거름이 되어 이런 시대가 왔잖아요. 그야말로 영화 같지 않나요? <신과 함께>는 아이들과 봤는데, CG 같은 기술 면에서 특히 감탄했어요. <강철비>도 미래를 예언한 작품인 것 같고요. 이런 영화 덕분에 배우로서 자긍심도 느꼈습니다. 관객들이 <염력>을 재미있게 보면서 재미있다, 신난다, 안 부럽다, 이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블랙 컬러 티셔츠는 3.1 필립 림(3.1 Phillip Lim at Boon The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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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영화가 시대를 관통하여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얘기하면서 더욱 강력해지는 것 같습니다. <염력> 역시 심각하지 않은 유쾌한 어법으로 이런 시도를 할 거라 기대하는 관객들도 많고요.
<염력>도 사실 사회에 편승하고, 세상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기성세대가 점점 가슴이 뜨거워지는 과정을 다룬 영화예요. 선의가, 정의가, 상식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 사치라고 생각되는 삶 있잖아요. 그랬던 사람의 마음이 뜨거워지는 과정. 그걸 염력이라는 능력을 통해 선용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을 것 같아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주제나 지점이 있나요?
조금 진지하게, 영화 <밀양>에서 이야기한 것 같은 죄와 벌, 인간의 구원, 그 원형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 궁금하고 선호하게 되더군요. <7년의 밤>도 그런것 같고. 혹은 시대를 얘기하는 영화. 송강호 선배님은 계속 그런 작품을 하잖아요. 시대를 나타내고 사람의 마음을 그려내는 작품.

지천명의 나이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여전히 배우로서 욕심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은 삶은 욕심을 버려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지족하고 감사하고 수긍하면서 성실히 해냈을 때, 가끔은 기대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만나며 그렇게 살고 싶어요. 사람 인생 어떻게 알겠어요,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잖아요. 선택을 했으면 정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게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숙제예요. 변하지 않는 기질이나 기준은 있지만 그때그때 보석처럼 오는 작품이 있어요. 각본을 읽었을 때의 첫 느낌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셔츠는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 팬츠는 보스 맨(Boss Men), 슈즈는 지미 추(Jimmy Choo), 시계는 부쉐론(Bouc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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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는 지미 추(Jimmy Choo), 시계는 부쉐론(Boucheron).

<명배우의 연기 수업>을 보면 젊었을 때, 의도적으로 배우의 이미지를 창조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나요?
어릴 땐요. 20대 초반엔 겉으로 보여주려고 외형적으로 애를 썼죠. 머리도 길게 기르고 다니고, 강하게, 특이하게 혹은 기이하게 보이려고도 하고.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이 많았던 것 같군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정말 도화지처럼 평범하게, 어떤 작품에서든 그림으로 그려질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언젠가 이처럼 강의를 할 기회가 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요?
10년전쯤, 한 4년 동안 강의를 했고, 특강도 많이 하면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가르치면서 또 제가 연기를 보여주고, 이게 못할 짓이더라고요. 현역에서 안 뛴다면 모를까, 낯간지럽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두었어요. 내가 그 나이 땐 상상도 못했던 연기를 하고 있는 후배들도 너무 많고요.

일기를 쓴다고 했는데, 여전한가요?
뭘 쓰긴 쓰는데 신앙적인 거라 예전과는 많이 다르죠.

그것 말고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가장 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때는 정말 뜨거웠어요. 너무 뜨거워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앗, 뜨거워!”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물론 뜨거워요. 하지만 밑에서 서서히 데운다고나 할까요. 저를 낮추고 밑으로 내려가서 서서히 티 나지 않게 천천히 데우는 데 꼬박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요. 앞으로는 점점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거운 온도로, 더 천천히 데우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요. 그땐 돌도 막 씹어 먹을 것 처럼 넘치고, 욕심, 갈망이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강했다면, 지금은 그 단계를 지난 것 같아요. 그게 달라진 점입니다.

어느 때 배우로 산다는 게 가장 감사한가요?
<염력>이 되지 않을까요? 잘된 작품이든 조금 안 된 작품이든 비슷한 강도나 데시벨로 다가오는 건 변치 않습니다. 다만 옛날엔 검열의 대상이었던 영화를 통해 하고 싶고 대신 해야 하는 이야기들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야말로 창구가 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그게 가장 큰 보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제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