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e of Seoul

Fashion

Shape of Seoul

2018-01-26T18:23:57+00:00 2018.01.29|

서울의 밀레니얼 세대, 서울 거리의 패션, 서울의 내일을 보여주는 젊은 디자이너 군단 그리고 그들의 젠더리스 룩.

강요한의 참스 ‘조화와 부조화’ 컬렉션.

강요한의 참스 ‘조화와 부조화’ 컬렉션.

CHARM’S
강요한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거다. 강요한은 아주 영리하고 매우 동시대적인 21세기 마법사다. “사람들이 어떤 옷을 살까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결론은 같은 값이면 이름 있는 브랜드 옷을 살 거라는 거였죠.” 유명 모델과 패션 피플이 ‘Charm’s’ 로고가 박힌 옷을 유니폼처럼 입었고, 룩북 이미지에는 김원중, 남주혁 같은 인지도 높은 모델이 등장했다. 핑크 팬더, 카파, 곧 나오게 될 개구리 커밋까지 지속적인 협업은 덤이다. 매력적인 사람들이 입은 매력적인 옷.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그런 멋진 브랜드 옷을 나도 사 입을 수 있다는 믿음이에요.” 플리 마켓에서 시작한 강요한은 이제 서울 패션 위크에 선보일 런웨이 룩을 디자인한다. 해외를 겨냥한 런웨이 룩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하우, 수고가 들어가지만 가격대를 고수하는 게 디자이너의 철칙. “물론 디테일도 더 넣고 더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싶을 때도 많죠. 그렇지만 접근성을 포기하는 건 참스의 정체성과 맞지 않으니까요.” 어쨌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쇼를 보면서 그런 아쉬움을 느낄 새는 없었으니까. 다음 단계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친한 모델과 함께 새로운 라인 론칭을 준비 중이다. “여태까지 참스에서 봤던것과는 아주 다를 거예요!” 그리고 참스적인 삶을 완성해줄 라이프스타일에도 관심이 지대하다. 이토록 어려운 서울 패션 신에서 꽤나 꿈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늘 긍정적인 편이거든요. 그냥 그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서만 생각해요. 그게 생산적이니까요.”

김지웅의 안티매터 ‘비트 앤 비트’ 컬렉션.

김지웅의 안티매터 ‘비트 앤 비트’ 컬렉션.

ANTIMATTER
김지웅 반물질, 저항 문화, 마이크로컬처. 김지웅의 컬렉션은 비주류적 취향에 기반한다. 그리고 그 무리들이 그렇듯 안티매터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는 각기 특정한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죠. 안티매터는 하위문화 중에서도 소수가 즐기는 베이퍼웨이브(Vaporwave)에 기반하고 있어요.” 2010년도 초 텀블러 사이트를 위주로 퍼져나간 베이퍼웨이브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 음악과 이미지를 소재로 한 일종의 온라인 놀이 문화다. 기존의 미학적 관점에 반하는 B급 정서의 콜라주 이미지와 리믹스 음악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석고상, 형광색, 체커보드 등 베이퍼웨이브의 상징적인 시각 요소를 디자인에 응용했습니다.” 우리나라 패션 신에는 10~20대 타깃의 스트리트웨어 를 표방하는 브랜드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안티매터는 친근하거나 귀엽게 다가가려 애쓰는 대부분의 브랜드와 달리 대담하고 분명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컬렉션 이름인 ‘비트 앤 비트’는 60년대 비트(Beat) 세대와 90년대 비트(Bit) 세대를 뜻합니다. 서로 다른 두 세대가 공유하는 본능적이고 자유로운 행동 양식에서 영감을 얻었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디제잉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사내를 위한 옷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옷을 입는 사람의 성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보다는 어떤 문화를 즐기는 세대인가에 대해 생각하죠. 아마도 예술과 반문화에 관심이 많은 20대일 겁니다.”

박환성의 디앤티도트 × 휠라 컬렉션.

박환성의 디앤티도트 × 휠라 컬렉션.

D-ANTIDOTE
박환성 “하이엔드 브랜드 아니면 SPA 브랜드, 양극단으로 치우쳐 있어요. 일종의 중독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박환성은 아주 비싸거나 아주 저렴한 패션에만 중독된 사람들에게 해독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그란 알약 로고의 디앤티도트라는 이름은 그런 뜻을 담고 있다. 엄숙하고 주술적인 느낌이 들 정도지만 해독하는 방식은 쉽고, 단순하다.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쉬운 옷이죠.” 남녀 구분 없이 성 유동적인 캐주얼웨어는 해외에서 바라보는 K-패션과 잘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2017년 S/S 시즌 가방 캡슐 컬렉션부터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휠라와의 협업은 90년대 유행을 타고 점점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처음에는 휠라 코리아와의 협업으로 시작했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미주, 이탈리아와 영국 등등 유럽에서도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해외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국가별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예상치 못한 큰 과제였죠.” 2014년부터 시작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지만 대중적인 스포츠 브랜드에 이름이 묻힐지 모른다는 질투 섞인 우려도 있었다. “사실 해외에서는 휠라 협업 라인보다 순수한 디앤티도트 아이템의 판매율이 더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시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박환성은 해외에서 바라보는 K-패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젊은이들, 활기찬 스트리트 패션의 분위기를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풀어내는 브랜드를 K-패션이라고 생각하죠.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유행에 따라 쉽게 변한다고 하지만 패션은 결국 유행에 대한 것입니다. 나름의 정체성을 잘 세우고 지켜나간다면 시대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 하면서도 자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무열의 유저 ‘마이너’ 컬렉션.

이무열의 유저 ‘마이너’ 컬렉션.

YOUSER
이무열 지금의 패션은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볼 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처럼 보인다. 이무열의 방식은 확실히 눈에 띈다. “‘마이너’라는 주제에 접근하면서 작업복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사람들이 등 한시하는 직업의 작업복에는 그물망, 끈, 기능적인 스토퍼 같은 요소가 많죠.” 나일론 줄이 옷 위를 지그재그로 가로지르거나 스토퍼가 볼륨과 주름을 만들어내는 런웨이 의상은 일견 복잡하거나 전위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은색 티셔츠와 화이트 셔츠는 끈을 끼워서 한 벌처럼 이은 것이다.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반팔 티셔츠와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일 뿐이에요. 티셔츠, 셔츠, 저지, 트랙 팬츠 등 각각의 아이템 자체는 단순하죠.” 가장자리에는 끈을 끼울 수 있는 작은 네임 태그가 조르르 붙어 있어서 함께 판매하는 스트링으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이름이 링크 티셔츠예요. 베이식한 아이템을 하나의 부자재로 다르게 연출할 수 있는 개념이죠. 스트링을 조이면 뷔스티에처럼 입을 수도 있고요.” 유저라는 이름은 디자이너를 가리키는 당신(You)과 그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사용자(User)의 합성어다. 디자이너와 입는 사람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의미. 유기적인 디자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유현철의 드러그 위드아웃 사이드 이펙트 ‘굿 키즈 매드 시티’ 컬렉션.

유현철의 드러그 위드아웃 사이드 이펙트 ‘굿 키즈 매드 시티’ 컬렉션.

DRUG WITHOUT SIDE EFFECT
유현철 비록 마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갈지언정 의미는 꽤 상냥하다. “부작용 없는 마약이란 이름은 사고 나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옷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에요.” 보통 쉽게 닳거나, 만듦새가 허술하거나, 다른 옷과 잘 어울리지 않거나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옷을 사면 후회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DWSE는 그렇지 않은 옷이다. 첫 번째 런웨이 쇼의 제목과도 일맥상통한다. “‘굿 키즈 매드 시티’는 오직 돈에 의해 좌우되는 도시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잘 성장하는 친구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유현철은 26세에 학업과 병행하며 혼자서 패션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처음에 꿈꿨던 브랜드의 정체성을 마음껏 펼치기가 점점 어려워짐을 느꼈다. “그런 한계, 제약이 싫었어요. 첫 런웨이 쇼인 만큼 내가 생각해온 것들을 가감 없이 풀어내는데 집중했습니다.” 거기에는 고등학교 시절 기억도 스며 있다. 이를테면 트렌치 코트를 걸친 트레이닝복 같은 거다. “고등학생 때 사복을 입었는데, 그 또래 남자애들한테는 트레이닝복만큼 편한 게 없었어요. 축구할 때도 공부할 때도. 너무 후줄근해 보이면 안 되니까 나름 단정하게 입는다고 그 위에 코트를 입고 등교하곤 했죠.” DWSE는 너무 어렵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베이식하고 전형적인 아이템은 마치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치는 고등학생 같은 느낌이다. 한 단계씩 밟아가는 착실한 만듦새와 쾌활한 색감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그 10대 소년 소녀의 잠재력과 같다. 그리고 그 잠재력이 어떻게 꽃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한철의 한철리 ‘스타 보이_서울 소년’ 컬렉션.

이한철의 한철리 ‘스타 보이_서울 소년’ 컬렉션.

HAN CHUL LEE
이한철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이한철은 밀도 높은 옷을 디자인하는 데 집중해왔다. 성숙한 남자를 위한 잘 재단된 수트, 컨셉추얼한 구조적 의상, 패션계에서 소위 ‘까마귀’라 불리는 이들을 위한 ‘다크웨어’. 그는 2018 S/S 컬렉션을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동안 새로운 구조의 옷을 개발한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에 접근했죠. 이번에는 좀더 일상적인 옷으로 다가갔습니다.” ‘스타 보이_서울 소년’은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서울의 아이들, 즉 아이돌에 대한 것이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만 해도 기획사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준 이미지에 수동적으로 따랐다면 요즘 아이돌은 음악이든 패션이든 스스로 창조해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마치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세대죠.” TV 스크린 속 연예인뿐 아니라 SNS상의 인플루언서들 또한 아이돌이다. “요즘은 어떤 옷이냐 보다 어떻게 입을 것이냐에 대한 시대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일상적인 아이템이지만 디테일의 변화로 스타일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해야 하죠.” 그의 지난 컬렉션이 완성도가 높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어서 외부의 어떤 요소도 개입할 여지가 없었을 뿐이다. 그는 좀더 유연해지기로 했다. 해체주의적인 동시에 평범한 태그 버튼 데님 재킷처럼 말이다. “서울에 사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제 옷 또한 그 세대와 동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에 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