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Right for Now?

Fashion

What is Right for Now?

2018-02-06T00:57:13+00:00 2018.02.06|

패션이 단순히 옷에 머무르지 않는 지금, 유행을 알기 위해서는 그저 옷이나 신발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2018 S/S 시즌의 패션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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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도시 패션 위크에서 평가의 기준은 더 이상 ‘얼마나 독창적인가’에 대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2013 S/S 시즌에 사라 버튼의 알렉산더 맥퀸 ‘벌’ 컬렉션을 보는 경험은 몇백 년 전에 지어진 성당 내부의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섬세한 세공 장식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만약 지금 그런 컬렉션이 등장한다면 그때만큼 반향을 일으키거나 높이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패션은 기술적이거나 창의적인 작업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삶을 투영하는 면이 더 크다.

Dior

Dior

그런 면에서 2018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스포츠웨어의 강세를 목격하게 될 예정이다. 기능적이고 편안한 룩은 하이엔드적 면모를 내려놓고 실루엣이 더 넉넉해지고 있다. 게을러 보일 정도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추세는 전세계적인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되곤 한다. 패션 관련 판매 데이터 분석 전문 사이트인 ‘에디티드(editied.com)’의 케이티 스미스는 이 경향에 대해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안락함에 대한 욕구를 기능성 의류로 채우려는 일종의 현실도피”라고 분석했다. 또 동시대적 관점에서 스포츠웨어는 어느 때보다 건강한 삶과 웰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필요로 하는 것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런 옷은 자연재해가 심한 요즘처럼 궂은 날씨에도, 여행하기에도 적합하다.

Saint Laurent

Saint Laurent

스포츠웨어 유행은 80년대 유행의 일부다. 그리고 당시엔 트레이닝복만 유행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 80년대는 경제 부흥기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화려하고 대담했던 시기다. 밀레니얼들은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꾸리는 것을 최대한 미루는 대신 80년대의 쾌락주의적인 삶을 답습하는 경향을 보인다. 젊은이의 월급은 통장에 들어오는 즉시 옷이나 여행 등 또 다른 형태의 서비스와 엔터테인먼트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욜로! 그런 경향을 패션에서 찾는다면? 지아니 베르사체를 기리는 쇼와 구찌, 생로랑의 맥시멀 하거나 키치한 의상은 모두에게 ‘장밋빛 인생’을 즐기라고 종용한다.

Gucci

Gucci

그러나 마냥 편한 것만 추구하는 것이 요즘 세대의 전부는 아니다. 요즘처럼 전 연령대가 범지구적인 정치사회적 문제에 민감한 때가 있었을까? 성격차, 인종차별, 환경보호, 노동 착취 등.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윤리적인 옷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많은 기업이 작업 환경 개선, 재활용 문제 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하우스 중 하나인 구찌는 더 이상 진짜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2018년 리조트 컬렉션까지는 진짜 모피를 판매 중이다). “더 이상 모던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텔라 맥카트니나 드리스 반 노튼, 미우미우처럼 앞서 페이크 퍼를 사용해온 레이블도 있지만 어쨌거나 구찌의 발표에 최근 마이클 코어스도 동참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캠페인이 빠르게 전파 되면서, 패션 하우스는 놀라울 정도로 주의 깊게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사회적 영향력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더 많은 브랜드의 의식적인 동참을 기대해도 좋다.

Louis Vuitton

Louis Vuitton

이번 S/S 컬렉션은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런웨이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제 막 옳은 방향으로 가는 첫 스텝을 옮긴 것에 불과하다. 런웨이와 프레젠테이션에 선 모델의 70%는 백인 모델, 30%의 모델만 유색인종이었으니까. 패션 인플루언서 커뮤니티인 ‘패션스폿(thefashionspot.com)’의 편집장 제니퍼 데이비드슨은 런웨이에서 다양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특정 정치 상황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죠. 사회적인 변화, 다양성을 주장하는 목소리, 보다 다양해진 캐스팅 옵션 그리고 디자이너들 또한 여러 가지 형태로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은 단순히 피부색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패션계는 트랜스젠더와 남녀로 구분할 수 없는 비특정 성, 플러스 사이즈, 장애인 등 더욱 다변화된 모델군을 런웨이에 제시했다. 연장선상에서 패션계에서는 남녀 컬렉션을 합치거나 디자인 자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더불어 성 유동적인 베이식한 스타일의 레이블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 호주 <보그>의 패션 디렉터 크리스틴 센테네라와 그의 파트너인 디자이너 조시 구트가 최근 론칭한 ‘워드로브.NYC’도 그중 하나다. 성별, 나이, 체형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베이식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다. 그들은 자신의 레이블을 ‘민주적’이고 ‘문제 해결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이거야말로 이번 시즌에 당신이 입어야 하는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Balenciaga

Balenciaga

이렇듯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하이패션을 완전히 동시대적인 것으로 끌어내렸다. 더 이상 패션은 우러러보거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뒤좇아야 할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반면 패션계 내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즉각적이고 상업적인 반응에 연연하는 분위기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비즈니스 오브 패션>의 저널리스트 안젤로 플라카벤토는 파리 패션 위크에 대해 “영혼을 담은 디자인을 발전시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피곤하고 지친 디자인 팀이 자동조종장치로 만든 것 같은 죽은 옷의 홍수”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올해 75세가 된 마놀로 블라닉은 이렇게 비판한다. “거대한 조직은 디자이너들이 아름답게 지속될 무언가를 창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지금 이 순간에 먹힐 것을 만들어내라고 압박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이란 오늘날의 우아함과는 완전히 달라요. 우아함은 오래도록 지속되는 겁니다. 패션과 유행을 초월해야 하죠.”

Y/Project

Y/Project

실제로 각 도시를 대변하는 패션 하우스는 명확한 방향성 없이 익숙한 아이템을 요즘식으로 스타일링하는 데 그치는 가운데, 아예 추하게 비트는데 집중한 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와이/프로젝트와 발렌시아가의 해체와 재조립, 프라다의 제멋대로 차려입은 공격적인 여인들, 릭 오웬스의 불편함에 대한 낭만적인 접근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는 타인의 완벽한 삶 혹은 전략적으로 그렇게 의도된 이미지를 흔들어 깨운다. 로베르토 카발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서리지는 추한 패션에 대해 이렇게 분석한다. “의도적으로 추하고 괴상한 옷이 유행하는 것은 인공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향한 집착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그렇게 완벽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는 것을 일깨우려는 시대적징후인 거죠.”

Dries Van Noten

Dries Van Noten

그리고 이 모든 반항심과 뒤틀림은 위기의 시기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와 노력에 기반한다. 순응하고 안주하는 대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난관을 뚫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드리스반 노튼은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패션이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말하곤 하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뭔가 긍정적인 걸 하고 즐기는 거죠. 진짜로 힘을 내는 거예요!”

Celine

Celine

봄이면 늘 등장하는 화사한 꽃무늬, 마음을 설레게 하는 파스텔 컬러는 지난해 우리가 겪은 어려움과 슬픔을 달래준다. 그저 보기에 예쁜 색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따뜻한 위로다. 부드러운 색의 부상은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비주류, 을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고취되면서 강압적인 태도가 아닌 섬세함과 부드러움, 절제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패션을 통해 재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피비 파일로가 셀린에서 구축한 것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는 여성이었고 그 메시지는 다른 어떤 마케팅 방식 없이도 동시대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셀린 컬렉션에 대한 파일로의 멘트는 이번 시즌 전체를 관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말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마음껏 사랑하고 즐기도록 놔두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