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Let’s Get Physical

2018.02.06

by VOGUE

    Let’s Get Physical

    아웃도어 보이시스가 애슬레저 시장을 접수하고 있지만,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기는 게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DON’T LET ME DOWN 사진 속 모델은 아크로바틱 팀 ‘아크로아미(AcroArmy)’의 데이브 올리비에(Dave Olivier), 니콜 세니아(Nicole Cenia), 올리버 도널드슨(Oliver Donaldson), 앤드류 필립스(Andrew Phillips). 의상은 아웃도어 보이시스(Outdoor Voices), 신발은 나이키(Nike).

    DON’T LET ME DOWN
    사진 속 모델은 아크로바틱 팀 ‘아크로아미(AcroArmy)’의
    데이브 올리비에(Dave Olivier), 니콜 세니아(Nicole
    Cenia), 올리버 도널드슨(Oliver Donaldson),
    앤드류 필립스(Andrew Phillips). 의상은 아웃도어
    보이시스(Outdoor Voices), 신발은 나이키(Nike).

    텍사스 오스틴에서 강아지 보위와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 타일러 헤이니(Tyler Haney)를 따라잡기는 꽤 힘들다. 콜로라도 강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녹지는 운동에 대한 지식이 천차만별인 온갖 연령대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게 바로 이 산책의 멋진 점이죠.” 헤이니는 말한다. “민주적이에요.” 헤이니는 자신의 옷을 입고 있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두 배로 흥분했다. 아웃도어 보이시스(Outdoor Voices, 이하 OV) 말이다. “저 여자도 OV를 입었어요!” 우연히 마주친 오스틴의 시민이 잿빛 OV 레깅스를 입고 있긴 했지만 헤이니(그녀 자신도 OV 톱과 신축성 있는 OV 크레이프 트랙 쇼츠 차림이었다)를 가장 흥분하게 만드는 건 그 여성이 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이 30대 여성은 텍사스주의 1마일 달리기 기록을 깨러 나온 것처럼 보였는데, OV가 애용하는 문구를 이용하자면 그보다는 이런저런 일을 하고, 야외로 나와서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이키를 비롯해 수많은 다른 브랜드의 경우 전문가나 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29세의 헤이니는 말한다. “OV는 어떻게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가를 중요시하죠.” 2013년 설립 후 OV의 성장은 가속화됐고 2016년엔 800%나 성장했다. 아웃도어 보이시스는 미국 4개 주에 8개의 매장을 갖고 있고 2018년에는 5개의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매장은 활동적이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패션계도 OV를 주목해왔다. 과거에 제이크루(J.Crew)에서 일한 미키 드렉슬러(Mickey Drexler)가 현재 이 회사의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OV는 최근 패션계에 떠오르고 있는 중소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거대 기업이 지배한 운동복 시장에서 큰 발전을 거듭해왔다. 어데이(Aday)와 히로인 스포츠(Heroine Sport) 같은 발 빠른 스타트업 기업은 디스트릭트 비전(District Vision)과 코이오(Koio)가 각각 스포츠 전문 안경과 스니커즈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포츠 브라와 스웨트셔츠에 디자인 노하우를 가미해왔다.

    키가 크고 몸놀림이 빠른 헤이니는 콜로라도주 볼더의 한 고등학교에서 장애물 달리기 선수로 활약했고 올림픽 진출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따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그녀가 패션 육성 기업에서 인턴을 하면서 순전히 머리를 비우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건 2013년 초였다. 당시 몸에 딱 붙는 밝은색의 러닝복을 입은 그녀는 옷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나는 육상 스타가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곧 시장조사를 하고 공장에서 원단을 찾기 시작했다. 목표는 기능적으로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기능적 원단을 찾는 것이었다. “원단부터 시작해야 했죠.”

    아웃도어 보이시스의 창립자 타일러 헤이니. 플라워 패턴 드레스는 지방시(Givenchy), 귀고리는 셀린(Céline).

    아웃도어 보이시스의 창립자 타일러 헤이니.
    플라워 패턴 드레스는 지방시(Givenchy),
    귀고리는 셀린(Céline).

    초창기에 아페쎄(A.P.C.)의 장 투이투(Jean Touitou, 현재 OV의 협업자이자 후원자)의 관심을 끈 건 원단을 우선시한 접근 방식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지는 늘 최고죠. 아주 뛰어납니다”라고 투이투는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1년간 원단을 공부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헤이니가 마침내 첫 샘플(지금은 OV 키트로 알려진 차분하고 패셔너블한 회색 크롭트 톱과 발목까지 내려오는 레깅스)을 만들어냈을 때 친구들은 서로 입겠다고 했고 곧 회사가 탄생했다. 회사 이름은 그녀의 어린 시절에서 비롯됐다. 딸은 늘 밖에 있고 싶어 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늘 작은 목소리(Indoor Voice)로 말하라고 했다. “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건강과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레저용 나이키 같은 것 말이에요.”

    헤이니와 나는 그녀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오디오에서는 프랭크 오션(그는 등산에 대한 관심 때문에 OV의 팬이 되었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가 다음에 들른 이스트 오스틴의 OV 본사는 전혀 회사 같아 보이지 않았다. 반려견이 있고 음악이 흐르고 사방에 책상이 놓인 하나의 커다란 방으로 흰색과 합판으로 내부가 장식돼 있었다. 직원들은 디자인 타깃인 20~35세 사이의 도시 소비자들(열심히 일하는 것에 관심이 많지만 과로는 원치 않고, 주말에 가볍게 등산할 멋진 장소를 찾는 그런 사람들)과 아주 닮아 있다. 아트 팀이 자리한 구석 자리에서 디자이너들은 70년대와 80년대를 심도 있게 파고든 시각 자료에 둘러싸여 있다. 당시는 사람들이 에어로빅 교실에서 에어로빅을 하고, 몸이 더 유연하고, 행복한게 쿨하던 시대였다. 책장에는 1977년에 출판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운동을 위한 책(The Complete Head to Toe Exercise Book)>이 꽂혀 있었다.

    아트 팀이 주목하는 빅 뉴스는 처음엔 아주 싫어했지만, 최근 들어 애용하고 있는 ‘중간색’에 대한 것이다. “자연색이 아주 많아요.” 여성복 디자인 디렉터인 알렉사데이 실바는 말한다. 눈에 띄게 가까운 곳에 그녀의 야생화 도감이 놓여 있다. 전반적인 의상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컬러도 헤이니의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그녀의 엄마와 이모들은 아주 컬러풀한 옷을 만든 반면 그녀의 아버지는 티셔츠에 스크린 프린트를 하곤 했다. “그들의 젊은 영혼이 OV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죠”라고 헤이니는 말한다.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물건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 틈에서 성장한 것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점심 식사는 헤이니의 남자 친구인 래리 맥과이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준스 올 데이(June’s All Day)에서 했다(헤이니가 때때로 아주 멀리 출장을 가더라도 주말엔 두 사람이 꼭 함께 지낸다). 식사가 끝난 후 헤이니는 곧 있을 개 조깅과 관련해 회의를 소집했다. 다른 회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10km 단축 마라톤을 개최하지만 OV는 사람들을 녹초로 만드는 행사보다는 사교적인 이벤트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캐주얼한 러닝 클럽, 요가 행사, 꿈에 그리던 대규모 피트니스 페스티벌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번 행사는 가까운 골프 코스에서 개와 함께 하는 조깅이다. 누군가의 강아지가 프로젝터 케이블을 물어뜯는 바람에 회의가 중단되었다. “풍선 강아지 인형은 언제 오죠?”라고 헤이니가 위트 있게 말했다.

    그날 하루가 끝나갈 무렵 사무실 직원 대부분이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 경기를 위해 강가에 나타났다. 과거에 프로 스노보더였던 엘러리 홀링스워스가 내게 의류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여성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OV에 지원했다고 말하는동안 엔지니어 파트의 한 남자가 공을 던졌다. “OV와 타일러에 대해 들었을 때 저는 나이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오, 맙소사, 바로 그녀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홀링스워스는 말한다. 헤이니가 400야드 거리를 공을 들고 달릴 때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장애물 달리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왜 장애물 달리기일까? 아니, 그것과 관련해서 왜 세계에서 가장 큰 의류 회사와 대결을 벌이고 있을까? “장애물이 없으면 지겨워져요.” 헤이니는 경기가 끝난 후 내게 말했다. “뛰어넘을 것이 없으면 지루하답니다.”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Sean Thomas
      패션 에디터
      Alex Harrington
      헤어
      Tamas Tuzes
      메이크업
      Jen Myles
      네일
      Yukie Miyakawa
      프로덕션
      Anastasia Blades@36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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