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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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T18:35:19+00:00 2018.02.16|

한국 최초 탐정법무 전공이 신설됐다. 이제 우린 공인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되지 모른다. 김재희 작가는 실제 탐정을 만나 자료 조사를 자주 한다. 그녀가 그린 코리안 셜록 홈스.

페이턴트 트렌치 코트는 MSGM(at ihanstyle.com), 목걸이와 진주 반지는 타니 바이 미네타니(Tani by Minetani), 귀고리는 아틀리에 스와로브스키(Atelier Swarovski), 오색 비즈 스틸레토 힐은 미우미우(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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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구보 탐정의 24시는 의뢰인을 위해 불이 켜져 있다. “제발 도와주세요, 이상 탐정님, 구보 탐정님.” 제비다방에 오랜만에 의뢰된 사건은 현지라는 아이의 실종 사건이었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셨습니까?” 이상은 따뜻한 커피를 의뢰인에게 건네며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휴대폰도 꺼져 있어서 아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휴대폰이 꺼진 곳은 어디입니까?” “학원 근처 골목에서였어요. 그런데 좀 의심스러운 데가 있어요. 현지 아빠와 이혼한 지 6개월이 되었는데 아이 아빠가 전화를 안 받아요.” 상은 즉시 구보와 함께 차를 타고 아이 아빠 전상택이 산다는 천호역 부근의 단독 주택을 찾아갔다. 의뢰인은 실종 당시 그 집을 찾아가보았지만 현지는 없었다고 했다. 이상은 구보와 함께 전상택의 주택 앞에서 잠복근무를 하기로 했다. “상이, 어떻게 할 셈인가? 다짜고짜 공인 탐정이라고 하고 들어가는 게 어때?” “아니, 드론을 준비해왔네. 헬리캠이 탑재되어 있어서 안에 들어가 찍을 수 있을 거야. 여기는 드론을 띄울 수 있는 곳이니 해보세나.” 상은 차에서 나와 트렁크에서 촬영용 드론을 꺼내서 조종기를 작동하여 공중에 띄웠다. 드론이 찍은 영상을 휴대폰과 연동하여 지켜보니 담장 안 빨래 건조대에 아이의 바지와 윗도리가 널려 있는 게 보였다. 상과 구보는 드론을 회수하고 대문의 벨을 눌렀다. 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고 상과 구보는 현지 양에 관해 알아보러 온 탐정이라고 했다. 상과 구보는 2층에 올라가 곳곳을 뒤져보았으나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아이를 이대로 숨기면 나중에 더 큰일이 일어납니다. 아이의 옷을 이미 봤고 경찰에 신고를 마쳤습니다. 경찰서에 가셔야 합니다.” 당황한 할머니는 아들이 현지를 데려왔다고 고백했다. 그때 전상택이 들이닥쳤고 의뢰인도 다급하게 상의 연락을 받고 왔다. 전상택은 아니라고 잡아떼면서 분노를 표했고 의뢰인은 눈물을 흘리며 사정했다. “전상택 씨, 방금 어머니가 고백했고 우리는 녹음기로 녹음을 해놓았습니다. 무단 녹음이라서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찰이 전격적 수사에 들어가기엔 충분한 증거가 됩니다. 어서 현지 양이 어디에 있는지 말씀해주시죠. 더 이상은 위험합니다.” 상과 구보의 끈질긴 설득에 전상택은 가게에 있던 현지를 데려와 의뢰인에게 인계했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취하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서를 쓰고 상과 구보가 공증을 하여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현지의 실종이 장기화되면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지도 모르고, 위기에 몰린 전상택은 현지에게 어떤 일을 할지 종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불안과 공포가 심해지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한다. 상은 현지 어머니에게 전상택이 폭력을 취할 시 연락을 달라고 했고 또한 가정 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상담 전화나 위기 시에 대피할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를 일러주고 여러 가지 대응법을 알려주었다.

현지 양을 의뢰인에게 돌려보낸 다음 날 오후에는 20대의 여성 의뢰인이 찾아왔다. 자신이 옷을 갈아입는 영상을 이메일로 받은 것이었다. “소름 끼치지만 소문이 날까 봐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연락드렸어요.” “일단 방 안에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겁니다.” “어떻게 집 안에 들어온 거죠?” “장비를 챙겨서 집으로 같이 가봅시다.” 상과 구보는 의뢰인의 집으로 향했다. 상은 탐지기로 그녀의 집 천장에 달린 몰래카메라를 찾아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서 번호를 알아낸 후 침입했을 겁니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게 좀 걸립니다. 혹시 짚이는 사람이 있습니까?” 의뢰인은 한 달 전에 잠깐 사귀었다가 헤어진 남자를 떠올렸다. 트위터에 걸레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의 스토킹을 했다고 한다. “걸레 사진이라뇨?” 구보가 놀라서 되물었다. “그렇게 절 비하하며 괴롭혔어요. 트위터 친구들과 모두 사귄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말하면서요.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직접적인 폭력 없이는 신고 접수하는 게 어렵다고 해서 포기했어요. 그 사진이 저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직접적 증거도 없다고 했어요.”

구보와 상은 의뢰인이 연락하여 그 남자를 만나러 간 자리에 동석했다. 남자는 딱 잡아떼었다. 상은 점잖게 말했다. “사안이 심각해 바로 경찰에 넘기려고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습니다. 영상을 보낸 이메일 계정은 새로 가입한 것이어도 아이피 주소 등을 추적하면 사이버수사대에서 쉽게 글 올린 사람을 찾아낼 수 있죠. 몰래카메라도 구입한 장소를 찾아내 누가 물건을 사갔는지 알아낼 겁니다. 쇼핑몰에는 사방에 CCTV가 있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는 진실을 원합니다.” 남자는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이내 털어놓았다. 의뢰인과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든 괴롭혀줄 마음에 그랬다는 것이다. 상과 구보는 이 사건이 불법 침입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정도를 넘어섰기에 둘만의 합의보다는 경찰에 자수하여 사건을 정식으로 해결하자고 했다. 기록에 남을까 봐 반대하는 의뢰인을 오래 설득했다. 범인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자수했고 피해자와 합의를 보려고 노력했으며, 영상을 공중에 유포하지 않아서, 아마도 엄중한 형량이 매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는 떳떳하게 사건이 해결되어 도리어 마음이 가뿐하다고 했다. 상은 남자에게 마음속 분노는 심리상담을 꼭 받아서 치유해볼 것을 권했다.
사건을 해결한 후 상과 구보는 제비다방에서 재회했다. “상이, 참으로 사람들은 왜 결과를 생각지 않고 행동을 하여 이렇게 서로에게 괴롭힘을 주는지 모르겠네.” “그러니 사람이지. 감정에 휘둘리고 뒤늦게 행동을 후회해보지만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그래서 우리 같은 공인 탐정이 있어야 되네. 경찰들 인력이 부족하여 세세한 곳까지 수사가 미치지 않으면 시일은 흘러 더욱더 큰 사건이 될 수 있고 불안과 공포에 손쉽게 폭력을 휘두르게 되어 결국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네. 우리 같은 공인 탐정이 할 수 있는 일은 사건이 최악이나 최후의 상황에 처하지 않게 사람들 사이를 조정하여 힘써주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일세.” “어찌 사람 사이의 일은 경성이나 서울이나 다르지 않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