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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콘돔의 역사

2018.02.21

by 황혜영

    올림픽과 콘돔의 역사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참가 선수들에게 배포한 콘돔 숫자로 동계 올림픽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무료로 나눠준 콘돔 개수는 무려 11만 개. 총 2,925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니 한 사람당 37개의 콘돔이 주어진 셈입니다. 각각 찾아가 따로 나눠주는 것은 아니고요, 화장실 앞 박스에 배치해둔다고 합니다.


    만약 매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올림픽이 열리는 17일간 하루에 최소 2개씩 사용할 수 있는 개수죠.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이 배포한 콘돔 개수는 45만 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2016년 리우 올림픽입니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으로는 평창이 사상 최대 규모죠. 올림픽 예산으로 구매한 걸까요?

    아니요, 국내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에서 10만 개를,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서 1만 개를 기부했다고 합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판매가가 약 1억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에이, 4년간 올림픽 하나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 설마 콘돔을 사용할 만한 상황을 만들겠어요?’라고 생각하신다면 아주 주관적인 추측입니다.

    미국
    국가 대표 선수들은 ‘올림픽 콘돔’에 대해 질문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상상하는 그대로 혹은 그 이상일 것, 눈만 마주쳐도 알 수 있다, 경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미 2012년엔 미국 CNN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도 나왔습니다. ‘경기 전의 섹스, 운동선수의 활동량을 증가시킬까?’

    멕시코대학 스포츠학부 처장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Juan Carlos Medina)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의견을 밝혔습니다. “경기 전 성관계는 선수들이 성적으로는 물론이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더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중요한 시합 전에 긴장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죠.”

    하지만 또 다른 스포츠 의학 감독은 “섹스가 경기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런 믿음은 코치의 훈련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죠.

    전문가들의 의견이 어떻게 다르든, 이거 하나는 확실해졌네요. 올림픽 기간 동안 누군가에게는 콘돔이 꼭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올림픽과 콘돔의 역사,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우선 인간이 콘돔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전부터입니다. 1490년경부터 유럽에 퍼진 매독을 예방하기 위해 염소 방광으로 만든 콘돔을 사용했다고 전해지죠.

    이후 ‘고무’ 소재부터 얇고 가벼운 현재 모습을 띠기까지 많은 진보가 있었습니다. 아주 두껍고 질긴 콘돔을 사용하던 시절도 물론 있었죠.

    그럼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콘돔을 배포한 건 언제일까요?

    좀 재밌습니다. 그 또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라고 하네요. 대한민국, 올림픽 그리고 콘돔. 역사에 길이 남을 조합이군요. 88년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또 다른 기록을 세웠으니 말이죠.

    물론 88년 당시만 해도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한국에서 선수들의 연애를 장려하기 위해 콘돔을 배포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각종 전염병과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제공하기 시작했죠.

    각국에서 선수들이 모이는 만큼, 그 나라에서 유행하는 전염병과 바이러스가 충분히 함께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필요한 경우라면 꼭 써야 하는 것이 콘돔입니다. 최정상급 실력의 젊은 선수들이 서로 강한 호감을 느낀다고 하면, 올림픽이 문제인가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걸요. TV를 통해 바라봐도 매력 넘치는 선수들이니까요. 


    올림픽 콘돔은 선수촌뿐만 아니라 경기장 곳곳과 기자들이 상주하는 공간에 배치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행사와 관련된 모두를 위한 것이죠. 물론 유용하게 쓰일 뿐만 아니라 기념으로 챙겨 가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기념비적인 콘돔’이라고나 할까요?

    서울 올림픽에서 스타트를 끊은 이후, 배포하는 콘돔의 개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치른
    올림픽이 평창 동계 올림픽이니 어쩌면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도 무리가 아닌 듯 보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콘돔 5만 개를 배포했다가 금세 2만 개를 더 추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하루 평균 2,000여 개의 콘돔이 소비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미국의 수영 선수 라이언 록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올림픽 콘돔이요? 출전 선수들 중 어림잡아 70% 정도는 경기 외에 다른 것도 아주 즐기는 편이죠. 저도 싱글인 만큼 좋은 시간이 기대되네요.”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Pexel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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