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Spirit

Living

Boa Spirit

2018-02-22T23:01:11+00:00 2018.02.23|

‘보아’라는 단어를 사전에 등록한다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달고 싶다. ‘영원’ ‘별’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 대중이 그녀를 알게 된 시간만큼 또다시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그 해석은 변함없을 것이다.

크리스털 장식 시스루 톱과 스커트는 프라다(Prada), 블랙 헤어밴드는 미우미우(Miu Miu), 헤어밴드를 장식한 볼드한 크리스털 브로치는 버버리(Burberry).

몇 주 동안 매일 <키워드#보아>를 봤더니 너무 친숙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도 알던 사람이었는데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친근감 있게 느끼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언니 너무 좋아요” 그런다. 맨날 술 먹고 그래서 과연 프로그램이 될까 싶었는데 반응이 괜찮아서 다행이다.

미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다.
미니 앨범이 처음이다. 음악적으로는 되게 다양한 시도를 했다. 멜로디가 확실하고 킬링 파트가 있는 음악도 있지만 중저음이 부각되는 음악도 있고 힙합 비트의 노래도 있다. 내 보컬 톤이 생각보다 힙합에 잘 맞더라. 사실 고음보다 중저음이 더 잘 맞는 보컬리스트인데 그동안 부각을 못 시켰던 것 같다. 랩은… 힘들었다.(웃음) 라이브할 때 숨차 죽는 줄 알았다. 사실 랩이라기보다는 말하기에 가깝다.

방송에서 밝힌 2시에 작업을 시작해서 6시에 칼퇴근, 뉴스 보고 잠드는 라이프스타일이 신선했다.
일단 밤늦게까지 일하는 거 정말 싫어한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자는 주의다. 밤에 오래 깨어 있거나 늦게 자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잡생각이 많아져서다. 늦게 자면 우울해지는 게 싫다. 직업이 가수일 뿐 나도 사람인데 직업이 가진 특성 때문에 나의 삶이 불안정해지는 게 싫다. 정신이 건강해야 하는 일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산 지 꽤 오래되어서 아침에도 늦게까지 못 잔다. 몇 시에 자든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그래서 댄서들이 힘들어하신다. 이른 시간부터 춤추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많이 늦춰져서 2시다. 예전에는 12시부터 일했다.

크리스털 장식 시스루 톱과 스커트는 프라다(Prada), 블랙 헤어밴드는 미우미우(Miu Miu), 헤어밴드를 장식한 볼드한 크리스털 브로치는 버버리(Burberry).

방송국이나 영화 촬영 현장 등 엔터테인먼트 쪽은 스케줄이 타이트하게 돌아간다. 간혹 무리가 가기도 하는데, 이런 작업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낸 적도 있나.
나부터 솔선수범하자 정도? 민폐 주지 말자는 주의라서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가려고 한다. 정해진 시간에 가서 준비된 상태로 있으면 딜레이 될 일도 없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시간 약속 어기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너무 이상하다. 예전에 일본에서 오래 일하다가 한국에 와서 잡지 화보를 찍는데 정해진 시간에 갔더니 아무도 없는 거다. 30분 뒤에 담당 에디터가 도착했는데 당연히 늦게 올 줄 알고 늦었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잡지 업계에 ‘보아는 제시간에 오니까 미리 가 있어라’가 퍼졌다.(웃음)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잠자기. 사실 특별히 없다. 시간 있을 때 운동하고, 노래 많이 해야 할 시기에는 꾸준히 발성 연습을 할 뿐이다. 사실 발성 연습도 재미없는 일이지 않나. 매일 하지는 못하고 필요할 때 한다.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재킷은 리퍼(Refur).

연습실을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아티스트라는 소문도 들었다.
아니다. 빨리 하고 빨리 끝내자 주의다. 연습실이 부족해서 줄줄이 순서가 밀려 있다. 집중해서 짧고 굵게 사용하려고 한다. 연습실에서 노는 걸 되게 싫어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작업은.
정말 할 일이 많았다. 곡도 골라야 하고 가사, 안무 봐야 하고, 가사도 써야 하고, 믹싱 컨펌도 해야 하고. 정말 모든 과정에서 스태프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나를 거치지 않으면 불안한가 보다. 돌이켜보면 2010년 6집 <허리케인 비너스(Hurricane Venus)>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Only One’ 같은 자작곡이 들어가면서 음악에 대해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됐다. 전 곡을 프로듀싱했던 ‘Kiss My Lips’ 때 제일 고생했다. 당시에 진짜 이어폰만 꽂고 살았다.

모든 과정에 손길이 닿은 만큼 보람은 더 클 것이다.
그럼, 되게 뿌듯하다. 작곡을 했냐 안 했냐 하는 것보다 믹싱은 패션 디자인에서 마지막 가공 같은 느낌이 있다. 옷이 예쁘게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믹싱을 들으면 좋게 생각했던 소리가 부각되지 않을 때도 있고 보컬 톤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기사님들과 이런 얘길 나누며 조율하다 보면 진짜 애정도와 이해도가 높아진다.

드레스는 오프화이트(Off-White), 코트와 모자는
버버리(Burberry), 운동화는 나이키(Nike).

전 곡을 작사 작곡하고 프로듀싱했던 8집 이후 한동안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시 수많은 시도 중 하나였다는 듯 얽매이지 않았다. 세상에 없던 곡을 창조해내는 활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꼭 곡을 써야 아티스트일까. 우리는 곡을 받지만 표현을 하는 아티스트 아닐까. 곡을 쓰는 것도 좋지만 항상 좋은 노래를 쓸 순 없다. 나는 퍼포머로서의 작업이 너무 재미있는데, 곡을 쓰는 데 얽매여서 이 직업을 싫어하고 싶지 않다. 곡은 좋은 영감이 떠올랐을 때 쓰면 된다. 자작곡으로 채운 ‘Kiss My Lips’를 내고 나서 작곡에 대한 감흥이 바닥을 쳤다. 1년 동안 집 밖에 안 나가고 곡만 썼으니까. 한번 방에 들어가면 12시간 넘게 안 나와서 엄마가 확인하러 들어오시고 그랬다. 그렇게 한번 하고 나니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더라. 보컬리스트로 일을 다시 하고 싶어졌다. 요즘 와서 곡이 쓰고 싶어져서 컴퓨터 로직을 조금씩 만지기 시작했다.

슬립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창작을 하면 객관성을 잃기 마련인데 어떤 순간에도 객관적인 시선을 놓지 않는다.
너무 이성적이라 감성적인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감성이 좋은 친구들만의 아티스틱함이 있잖나. 나는 내가 비서 일을 되게 잘할 것 같다.(웃음) 진짜 꼼꼼하게.

이성적인 성격이 도움이 될 때는 언제인가.
결정해야 할 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선택이다. 그 결정이 잘됐든 아니든 내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이성적인 면이 있다. 잘 안 되어도 인정해야 할 부분은 인정하고, 이 또한 배움의 길이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러면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시행착오를 겪는다.

<키워드#보아>에서 미니 앨범 회의를 하며 스태프 중 한 명이 “새삼 지금 왜 보아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사실 내가 팬덤 싸움에 낄 순 없지 않나. 그만큼 팬덤이 있지도 않다. 좋은 노래를 발표하는 건 당연하고, 그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나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어려진 리스너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분석하고 플랜을 짜야 하는 게 스태프의 일이다. 스태프부터 안일하면 첫 단추 자체가 잘못 끼워지는 거라 그 말을 들었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본 듯하여 좋았다. 음원 사이트에 올리고 방송하는 흔한 홍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내가 돌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냈다. 죽어도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아직 보아라는 사람이 활동을 하고 있다, 좋은 음악과 좋은 무대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았다. 좋은 음악은 언젠가 인정 받을 거니까.

티셔츠와 레이스 드레스는 버버리(Burberry), 크리스털 귀고리와 귀찌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스터드 장식 힙색은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부티는 베트멍(Vetements).

지난 19년 동안 음반 시장은 너무나 변화했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도, 뮤지션들이 음악을 발표하는 방식도 변했다.
물 흐르는 대로 왔던 것 같다. 회사에서 정규 앨범을 내야 하지 않냐고 했을 때도 미니 앨범으로 계속 잽을 날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 있으면 싱글로도 낼 거다. 어차피 앨범 안 사고 휴대폰으로 듣는 시대인데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내야 하지 않겠나. 그나저나 휴대폰이 너무 스마트해서 바보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 안 드나? 전화번호를 외웠던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책과 시집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종이 냄새가 주는 특유의 안정감이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난다. 전 세계가 앓고 있는 ‘집단병’이 아닐까 싶다.
맞다. 나는 ‘그 있잖아 그’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되게 싫다.(웃음) 그게 뭔지 확실히 말해주지 않으면 답답하다. 카톡도 나는 한 번에 볼 수 있게 장문으로 쓰는데 꼭 끊어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친구들이 자주 그러는데 친한 동생들에게는 맨날 “얘들아 책 좀 읽어라” 그런다.(웃음) 그리고 맞춤법 틀리는 거 보면 좀 싫다. 그냥 나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것 같다. 띄어쓰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꼭 띄어야 하는 몇 개 단어가 아직도 헷갈린다.

맞춤법 틀리는 남자는 어떤가.
나도 옛날 사람인가 보다. 기본 상식이 부족한 남자를 보면 안 끌린다.(웃음) 얼마 전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얘기하고 있었는데 무슨 양식인지 기억이 안 나는 거다. 그런데 큰오빠가 바로 알려줘서 되게 멋있게 느껴졌다.(웃음) 이래서 사람들이 뇌섹남을 좋아하고 <알쓸신잡>을 재미있게 보나 싶다.

너무 지식을 뽐내는 것 같지는 않고.
혹시 결혼했나. (그렇다.) 그러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다! 부럽다. 결혼한 사람들이 꼭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하는데 나는 갔다 오더라도 한 번은 가보자고 한다.(웃음)

결혼의 어떤 점이 좋아 보이나.
내 편이 있으니까.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고도 한다지만. 결혼에 관심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우리끼리 자주 이런 얘길 한다. 결혼 못하면 나중에 실버타운 만들어서 소개팅하자고. 부지를 1,000평 정도 사서 50평짜리 집을 지어서 딱 10팀만 받고, 나머지 500평에는 상가를 지어서 스크린골프장, 노래방, 술집을 차리는 거다.(웃음)

꾸준히 가사를 써왔는데, 중심에는 늘 진보적인 여자가 있었다. 마치 캐릭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사로 쓰게 되는 이야기는 어떤 종류의 이야기인가.
사랑 노래를 많이 쓴다. 사랑이라는 감정만큼 현실감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잊고 있던 추억도 떠오른다. 노래는 가장 빠른 타임머신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노래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풍경과 사람이 있잖나. 가사를 좋아하는 노래를 꼽자면 ‘Only One’, ‘Love and Hate’. 이번에 ‘Recollection’이라는 노래가 나올 건데 가사를 쓰면서 진짜 재미있었다. 여자라면 한 번쯤 있을 법한 경험이다. 헤어진 남자를 우연히 만났는데 너무 괜찮아진 거다. ‘아, 좀 잘해줄걸’ 이런 상황 말이다.(웃음)

브라 톱과 턱시도 재킷은 라실(Racil at matchesfashion.com), 크리스털 장식 시스루 스커트는 프라다(Prada),
귀고리는 렉토(Recto), 양말은 발렌티노(Valentino), 스니커즈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편인가.
얘기 듣는 거 되게 좋아하고 들으면서 영감도 얻는다. 그래서 술자리도 좋아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사실 술자리는 갔다 오면 기억이 안 난다.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은 술자리에 묻자는 주의다. 실수해도 술자리니까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어떤 연구 결과를 봤는데 술자리에 술의 양을 다 다르게 하고 4시간 정도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라고 했을 때 단 한 사람도 똑같이 얘기를 안 한다더라. 어차피 기억은 자신 안에서 바뀌는 거다.

골프 칠 때 자세가 정말 좋더라. 몸을 진짜 잘 쓰는 것 같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빨리 배운 만큼 빨리 까먹는다. 단기 기억력은 좋은데 장기 기억력이 안 좋은 편이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고.

시스루 톱과 시퀸 쇼츠는 생로랑(Saint Laurent), 모자와 귀고리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부티는 오프화이트(Off-White).

당신의 춤을 두고 ‘동선이 깔끔해서 군더더기가 없다’ ‘박자가 정확하다’ 등 여러 평이 따른다. 추구하는 춤의 방향이 있다면.
음악에 많이 맞추는 편이다. 음악에 트렌디함을 입히는 느낌이랄까. 평소에 인스타그램에서 댄서들의 영상을 많이 보는데 볼 때마다 감탄한다. 음악 같은 경우도 아이튠즈 라디오를 좋아한다. 계속 틀어놓으면 지금 잘나가는 노래를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요즘 트렌드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액션 배우들은 30대가 되면 확실히 신체적 한계를 느낀다고 하던데 댄스 가수는 어떤가.
아픈 데가 많아진다. 요즘에는 고관절이 안 좋아서 조금 고생하고 있다. 그래서 확실히 몸을 사리게 된다. 나이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다 맞는 것 같다. 어떻게 10대 때 움직임을 계속 가져갈 수 있겠나.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춤을 멋있게 소화하는 게 체하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승부욕은 있는 편인가.
있긴 한데 포기도 빠르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내 할 일 잘하면 되지 뭘 이기려고 해 싶고, 딱히 이겨야 하는 상대도 없다. 그냥 눈앞에 있는 걸 빨리빨리 잘 클리어하는 게 내 삶이었다. 그렇게 쌓이다 보니까 커리어가 생겼고 열심히 하다 보니까 좋은 성적을 받았다. 쟁취하려고 살진 않았던 것 같다.

심플한 원피스는 로에베(Loewe),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귀고리는 빈티지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팔찌는 샬롯 슈네이(Charlotte Chesnais at Boon The Shop).

당신에게는 만들어진 이미지와 개척한 이미지가 동시에 있다. 해외 진출용 가수로 프로듀싱된 거의 최초의 사례였음에도 보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초반에 만들어진 가수, 상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걸 따라와준 것도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돌 친구들을 ‘상품’이라고 얘기하는 게 너무 싫다. 그 친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트레이닝이 가능하지 않았나. 똑같은 학원을 보내도 아이들 성적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말이다. 매니지먼트를 해준 회사도 고맙지만, 친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다. 그들이 고갈되지 않고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봐줬으면 좋겠다.

매니지먼트에서 직접 방향성을 주도하기 시작한 시기는.
아직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달라진 건, 예전에는 ‘이 노래는 이겁니다’라고 했다면 ‘이거 어떠세요’ 이 정도?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판단력이 흐려지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주변 전문가, 직원들에게도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스스로 정한 기준에 맞춰 완벽을 추구해왔을 것 같다. 당신에게 만족의 기준은 어디인가.
사실 100% 만족하면서 앨범 낸 적은 없는 것 같다. 항상 아쉬움이 있다. 과연 100% 만족하는 음악을 죽기 전에 해볼 수 있을까? 아쉬움 몇 퍼센트가 있기 때문에 이 일을 못 놓는 것 같기도 하다. 매번 아쉽지만 그 아쉬움을 다음 앨범에서 풀면서 계속해오고 있다.

어떤 영상 클립에서 “안 해본 헤어스타일이 없어”라고 중얼거리는 듯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당신에게 ‘새로움’은 끊임없이 경신해야 할 가치일 것 같다.
다행히 패션 트렌드는 자꾸 바뀐다. 트렌드 중에 이 노래와 맞을 것 같은 스타일링을 고민한다. 사실 무대의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확실히 있으니까 거기에 트렌드를 입히는 거다.

티셔츠와 레이스 드레스는 버버리(Burberry), 크리스털 귀고리와 귀찌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은.
여성복은 잘 안 입는다. 마땅히 입고 갈 데도 없다. 그래서 항상 청바지에 운동화, 모자 차림이다. 정말 실용적인 옷만 사는데 얼마 전에는 발렌시아가 모자를 색깔별로 샀다. 모자는 어딜 가나 필요한 아이템이니까. 예전에 10년 동안 똑같은 모자를 쓰고 다녔더니 매니저 언니가 한 번만 더 그 모자 쓰면 찢어버릴 거라고 한 적도 있다.(웃음) 사람들은 그 모자가 빈티지스럽게 나온 줄 알지만 해져서 빈티지해진 거다. 그래서 야구 모자 이것저것 쓰다가 작년부터 발렌시아가를 줄곧 쓰는데 이번에 로고가 아예 없는 게 나왔다. 작년 모델보다 챙이 깊어서 더 좋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드레스는 오프화이트(Off-White), 셔링 디테일 싸이하이 부츠는 지미 추(Jimmy Choo at Off-White).

차이는 써본 사람만 안다.
맞다. 그리고 요즘엔 너무 말라 보이는 게 싫어서 스키니 바지를 잘 안 입는다. 그리고 힐을 못 신으니 운동화에 돈을 쓰고 있다.(웃음) 예전에 힐 신고 춤을 많이 춰서 무리가 왔다. 일할 때 힐을 신어야 하니까 평상시에는 발을 쉬게 해주고 컨디션을 악화시키지 말자 생각한다. 그런데 다행히 나이 드니까 키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어졌다. 작게 태어난 걸 어쩌겠나.

아이돌이라면 누구나 거쳐가는 ‘청순’ ‘섹시’ 같은 컨셉을 내세운 적이 없다. 어떤 컨셉에도 매몰된 적이 없는 느낌이 있다. 꾸준히 의도적으로 추구해온 것인가, 어떤 시도가 쌓여 이런 결과를 낳은 걸까.
곡에 맞춰서 해왔던 것 같다. 그리고 ‘섹시’는 ‘피지컬’적으로 안 어울리지 않나. 청순 역시 사람 자체가 청순하지 않아서… 내가 예쁜 척을 못한다. 그래서 제일 싫은 게 립싱크 딸 때다. 예쁜 척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못한다. 못해서 안 하는 건가?(웃음)

시스루 톱은 생로랑(Saint Laurent).

편하게 느끼는 무드는.
장난기 있는 무드가 편하다. 실제 성격이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 그렇게 사람들을 놀린다.

‘내가 돌아’ 같은 곡이 편한 장르라고 말했던 이유인가 보다.
‘걸스힙합’을 주특기로 했으니까. 제일 잘하는 춤 스타일이기도 하다. 간만에 그런 춤을 춰서 기분이 좋았다.

‘아티스트’와 ‘퍼포머’ 중 어떤 단어가 당신을 더 잘 설명한다고 생각하나.
사실 그런 호칭에 대해 욕심도 없고 보는 사람 마음인 것 같다. ‘무대에서 이 노래를 잘 표현하고 싶은 사람’ 이거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

티셔츠와 레이스 드레스는 버버리(Burberry), 베스트는
잘루즈(Jalouse), 샌들은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역 배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릴 적부터 대중 앞에 선 스타들의 삶은 <트루먼 쇼>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런 삶을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
온 대한민국 사람들이 나의 성장기를 다 봤다. 내가 애 낳고 결혼하고 할머니가 되는 과정까지 다 본다고 생각하면 가끔 무섭기도 하다. 내 삶이 모두 기록되고 있고, 옛날 모습도 너무 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제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월에 일본 투어를 앞두고 있다.
‘보아 더 라이브’로 컨셉을 잡고 있다. 밴드와 내 목소리로 하는 공연인데 규모도 되게 작다. 일본에서 공백이 길어서 다시 가까운 거리에서 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작년에 빌보드 공연 때는 피아노, 기타, 퍼커션이 끝이었는데 이번에는 드럼, 베이스도 들어간다. 빌보드 공연은 재미있었지만 보컬적으로는 정말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간소한 사운드에서 오는 울림은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슬립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댓글에 ‘보아 언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유행어가 달려 있는 걸 봤다. 당신을 향한 대중의 응원이 함축적으로 담긴 말처럼 느껴졌다. 보아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싶나.
다 하고 싶다. 좋은 작품 들어오면 연기도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수 일에 몰두하고 싶다. 나는 가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