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영미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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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영미 신드롬’

2018-02-27T13:33:57+00:00 2018.02.26|

“영미~~~~”

지금 전국은 ‘영미 신드롬’에 빠졌습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이 역대 올림픽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유는 뭘까요?

30년 만에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이라서?

남북 단일 팀이 공동 입장하고 경기를 치러낸 뜻깊은 올림픽이라서?

바로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컬링 등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비인기 종목에서 깜짝 메달을 땄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중에서도 4인조로 팀을 이뤄 빙판 위에서 고도의 승부를 겨루는 경기, ‘컬링’이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가 될 조짐이 보입니다.

컬링(Curling)은 1541년경 얼음으로 뒤덮인 스코틀랜드의 호수나 강에서 돌을 미끄러뜨려 시합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추정됩니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 ‘눈 속 사냥꾼들(The Hunters in the Snow(Winter))’에도 컬링 경기를 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북미와 캐나다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스포츠의 형태를 갖추었고, 지금의 공식 규칙은 주로 캐나다에서 확립되었죠.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현재 세계 공식 랭킹 1위는 캐나다입니다.

‘컬링’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튼튼한 돌덩이가 얼음판 위에서 직선으로 나가지 않고 휘어 나가는 모습 때문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는 스코틀랜드산 화강암을 사용하며, 스톤 한 개에 100만원 이상이라 고가의 용품으로 여겨집니다.

컬링은 높은 신체적 능력보다는 고도의 전략과 예측, 충분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마인드 스포츠 카테고리로 분리하며,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한국 여자 컬링 대표 팀은 출전 선수 4명과 후보 1명인데,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모두 ‘김씨’이며, 출전 선수 4명은 모두 같은 고향 출신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컬링은 ‘패밀리 스포츠’로 유명합니다. 대부분의 다른 스포츠 종목은 최고 실력을 가진 선수들을 대표 팀에 불러 모아 최정예 전력을 구축하는 것에 반해 컬링은 대표 팀 선발전에서 우승한 팀 전체가 올림픽에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컬링은 그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도 선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한 스포츠라는 이유에서죠.

컬링을 잘 모른다면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대표 팀이 혜성처럼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일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마늘의 고장으로 유명한 경북 의성에서 자란 ‘갈릭 걸스’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발을 맞춰오다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입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존재 ‘영미’, 그리고 영미를 애타게 부른 김은정 선수는 컬링의 ‘머리’라고 불리는 역할인 스킵을 맡고 있죠. 스킵은 주로 팀의 작전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킵의 결정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영미’라는 이름이 또렷이 들릴 수 있었을까요? 컬링은 다른 경기와 다르게 선수들이 마이크를 착용한 채 경기를 진행합니다.

팀 전체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침착하게 전략을 짜면서 진행해야 하는 경기이기에, 선수들끼리는 물론 관객들과도 전략을 공유하는 것! 해설 말고도 선수들의 현장감 넘치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컬링 경기를 관람하는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합니다.

김은정 선수가 리드(첫 번째로 스톤을 던지는 선수)인 김영미 선수에게 스위핑을 시작하라는 신호로 ‘영미’를 외치기 시작했고, ‘영미~’ ‘영미 영미’ ‘영미 헐’이라는 다양한 어조의 주문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얍’, ‘헐’, ‘워’ 등 외마디 구호를 사용하는데, ‘얍’은 스위퍼들에게 서서히 스위핑을 시작하라는 뜻이며, ‘헐’은 영어로 허리(Hurry)의 준말입니다. 더 빨리 스위핑을 하라는 의미죠. “이제 빙판 좀 그만 닦아”라는 말 대신에 스킵은 ‘워’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컬링의 경기 규칙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영미’가 경기 용어인 줄 알았다고 하니 참 재밌는 일이죠?

한국 여자 컬링 대표 팀은 빙판 위의 걸 그룹 ‘컬스데이’라고도 불립니다. 동그란 뿔테 안경이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김은정 선수는 만화 <슬램덩크>의 캐릭터 ‘코구레 키미노부’에서 착안해 ‘안경선배’라고 불렸죠. 경기 내내 미소 한 번 보여주지 않으며 엄격하고 근엄한 표정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우승이라는 짜릿한 결과을 맞았을 때 보여주는 미소 때문에 수많은 국민들이 팬을 자처하게 되었죠.

미남 배우 정우성 역시 ‘안경선배’의 매력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안경선배의 마법의 주문 😓안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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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도, SNS의 타임라인을 내려도 온통 ‘영미’투성이입니다.

심지어 롯데월드에서는 ‘내 이름은 영미’라는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에 나섰습니다.

이름에 ‘영’ 또는 ‘미’가 포함되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자유이용권을 반값에 제공하고, 아이스링크를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입장권까지 제공하는 것!

건강 챙기는 젊은 주부 혹은 혼자 사는 싱글족의 천국 아이허브도 ‘영미 마케팅’을 진행 중입니다.  영미라는 이름을 영어 단어로 사용해 판매 중인 슈퍼푸드를 10% 할인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할인 이벤트!

경북 경주에 위치한 블루원 워터파크에서는 ‘영미’뿐만 아니라 ‘은정, 경애, 선영, 초희’라는 이름을 가졌어도 반값에 입장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고요.

수원삼성블루윙즈 축구단은 오는 3월 1일 오후 2시 빅버드에서 열리는 전남드래곤즈와 2018 K리그 홈 개막전에 ‘영미’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관객을 무료로 초청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매표소에서 신분증(주민등록증, 면허증 등)을 제시하면 티켓을 발부받아 입장할 수 있죠.

 

컬링 때문에 득을 본 브랜드도 있는데요, 바로 대한컬링경기연맹 공식 후원 업체인 신세계 그룹휠라 코리아입니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공식 후원 협약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대한컬링경기연맹 운영비부터 전국 대회 개최, 훈련비 등에 총 100억원가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죠. 휠라는 컬링 남녀 대표 팀에게 태극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의 경기복을 제공하고 있는데, 브랜드 효과를 상당히 누렸다는 후문!

안경선배가 쓴 안경도 인기입니다.


김은정 선수가 착용한 안경은 대구에 있는 안경 제조 업체 팬텀옵티칼의 ‘플럼(Plume)’이라는 제품입니다. 온라인에서 제품 정보가 퍼지자 안경원마다 문의가 쇄도해 대회 개막 전보다 훨씬 많은 주문이 쏟아졌다고 하죠. 현재는 구하기도 어려운 상태!

심지어 대구시는 김은정 선수의 ‘안경 홍보대사’ 위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스노우’는 김은정 선수의 안경테와 ‘영미’ 음향 효과를 넣은 필터를 선보였습니다. 실제 김은정 선수는 경기장에서 만난 팬과 함께 셀카 촬영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컬링 불모지에서 혹독하게 훈련하며, 마침내 은빛 해피 엔딩을 안겨준 한국 여자 컬링 대표 팀! 정말 수고했고, 대단히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