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콜렉터, 필립 드로네이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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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콜렉터, 필립 드로네이와의 대화

2018-04-17T14:36:47+00:00 2018.02.28|

리빙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어 감에 따라 ‘아트’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물관 전시회를 다니며 정신과 영혼을 ‘아름다움’이란 가치에 눈을 뜨게 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과 가까워지는 삶의 첫 발걸음이다. 걸음마가 걷기로 익숙해지면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을 하나 둘 나의 공간에 초대 하고픈 욕망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트 콜렉터’ 예술 수집가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하곤 상관 없는 구름 위 세상 일처럼 여긴다. 실제로 갤러리에 걸려 전시되는 그림들은 고가의 가격 때문에 엄두도 못낸다.

지난 겨울 전직 치과 의사이자 오랜 세월 문화 예술계에서 콜렉터로 비평가로 이바지 한 필립 드로네이(Philippe Delaunay)가 연 판화 전시는 이런 고정 관념을 버리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33년을 예술에 푹 빠져 살아 온 그가 현재 파리서 활동 중인 예술가들을 모아 판화 전을 열었다. 스무 장 에디션인 작업들은 한 장당 백 오십 유로였다. 게중에는 이미 현재 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될 정도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작업도 있어 오프닝 날 ‘꾼’들이 모여 작품 감상과 더분 아트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1987년 이후 컨텐포러리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협회를 설립해 젊고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수천점의 컬렉팅을 해 온 필립을 같은 미술 열정가이자 아트 컨설턴트로 파리서 활동 중인 이 정민씨가 ‘아트 콜렉터가 되는 길’이란 제목으로 그의 개인 갤러리에서 인터뷰를 했다. 치과 치료비를 못내는 화가를 치료하고 돈 대신 그림을 받다 시작했다는 그의 수집의 일화를 통해 수집을 기술을 훔쳐보자.

JMDL 소장하고 계신 작품들은 수 천점에 이르는데 혹시 본인이 갖고 계신 작품을  모두 기억하고 계신가요 ?
Ph. Delaunay 물론이죠. 내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하나 하나는 지난 수 십년 동안 나의 삶을 함께 만들어온 동반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각각의 작품은 내 인생의 곳곳에 특별한 의미를 심어주었어요. 그래서 어느 작가의 작품을 갖고 있는지 그들과 어떠한 스토리가 있었는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JMDL 처음 구입하신 작품은 무엇인가요 ?
Ph. Delaunay 1965년에 첫 작품을 샀어요. Gabriel Fournier라는 École de Barbizon (에꼴 드 바르비종) 작가입니다. 우연히 갤러리에 전시를 보러 갔다가 마음이 끌려서 그의 작품을 샀어요.

JMDL  평생을 치과의사로 사셨는데, 미술작품을 컬렉션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혹시, 집안에서 대대로 컬렉션하는 전통이 있으시거나, 부모님이나 친지 분들 중에 컬렉션 하신 분이 계서서 그 영향을 받으신 건가요 ?
Ph. Delaunay 부모님께서 종종 미술품을 구입하시기는 했지만, 흔히 말하는 컬렉터는 아니셨어요. 부모님께서 가지셨던 작품은 주로 아카데믹한 고전 작품들이었고, 그 작품들에 대해 나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고요. 나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시간이 날때 박물관이나 갤러리, 아트 살롱 등에 다니면서 새롭게 전시되는 작품들을 구경하고 작가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정도였어요. 미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 중에 화가나 조각가들이 여럿 있었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때 진료비를 대신해서 작가들이 작품을 주었습니다. 그 작가 환자들이 친구 작가들을 소개해주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작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치료비 대신 작품을 받기도 하면서 서서히 컬렉션이 시작된 것 같아요. 이 시기에 만난 작가들 Étienne Hajdú, Claude Garache, Alain De la Bourdonnaye등과는 수십년 동안 친밀한 우정관계를 유지해왔고, 이들이 소개해준 다른 여러 작가들과 예술 비평가 Dora Vallier와 가까이 지내면서 보다 진지하게 작품을 대하게 되었고, 작품을 보는 눈과 이해하는 소양을 키웠던거 같아요. 이후 40여년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작가들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작품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JMDL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을 수집하고 오래 전부터 수많은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고 계신데 그 이유가 있으신가요 ?
Ph. Delaunay 제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 고전 아카데미 풍의 작품이나 오늘날 모던 아트라 분류되는 작품들로 있습니다. 지난 날 널리 명성을 얻은 작가들의 작품이 보여주는 미적 완성도나 그들의 문화·예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과거의 작가들의 작품은 박물관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가 있습니다. 굳이 내가 그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려고 할 필요는 없지요. 물론, 작품구입을 리스크가 없는 투자나 재산증식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클래식 작품이나 유명 모던 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사는 것이 유의미한 선택일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내가 작품을 사고 수집하는 이유는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들이 시각매체를 통해 제시하는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비전을 공유하고 그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들의 작품을 사면서 다양한 형태와 도구로 표현되는 현 시대의 보편적인 가치 – ‘진실(vérité)’과 ‘미(beauté)’ – 를 얻는다고 믿어요.

그래서 오늘날의 작가의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미 그려진 과거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의 시대를 충실하게 살며 영위하는 것이고,
  •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게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며,
  • 작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질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 예술이라고 하는 모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늘이 내일의 과거가 되듯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고 유망한 작가들이 바로 미래에 박물관에 소장되고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작가들입니다.

JMDL 소장하고 계신 작품들 중에 작품을 구입할 당시에는 무명작가였는데 나중에  크게 명성을 얻은 작가들이 있나요 ?
Ph. Delaunay 물론이죠. 한 예를 들자면, 1980년에 Simon Hantaï란 작가를 처음 만났고 그의 전시에 갔다가 작품을 1점 샀습니다. 이후 그의 작품에 깊이 매료되어 여러 점을 구입했구요. Hantaï의 사려고 할때, 주변에서 사람들이 ‘너 미쳤니 ? 뭐 이런 이상한 작품을 사는 거야 ?’하며 말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보자마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일어나는 강한 끌림이 있었어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샀습니다. 당시18 000 프랑 (현 시세 – 약 2 760유로)을 지불하고 작품을 샀는데, 현재 거래되는 금액이 140 000 – 150 000유로인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Hantaï는 전 세계 수많은 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된 유명한 모던 아트 작가가 되었고요. 이와 비슷한 경우의 모던 & 컨템포러리 아트 작가들 중에 Chaissac, Viallat, Buraglio, Appel, Aubertin, Nemours 등 꽤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JMDL : 그러면, 작품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 작품 컬렉션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조언을 몇 가지 해주시겠습니까 ?
Ph. Delaunay : 우선, ‘예술 작품은 장식품이 아니다’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 집의 커튼 색이나 벽 색깔 혹은 거실의 어느 가구와 어울릴 것 같아서 작품을 사는데, 이는 절대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술 작품은 그 자체로서 생명체와 같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작품 안에는 작가 개개인의 삶이 진솔하게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그를 만든 이와 그를 대면하는 이 사이의 정신적, 감성적 교류를 가능케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두 번 째로, 작품을 많이 접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작품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시대적 진실에 민감하고 미학적 경험이 풍부하며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미술계 관계자들, 컬렉터, 큐레이터, 비평가, 작가, 갤러리스트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이 되겠지요. 처음에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사고 수집해나가면서 서서히 스스로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고 미술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자기 나름의 취향과 내가 추구하는 미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작품은 ‘머리로 생각하는 바에 따라서가 아니라,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내재된 감성이 말하는 것을 듣고’ 선택해야 합니다. 어느 작가가 얼마나 인지도가 있는지, 어느 유명한 갤러리에서 밀어주는 작가인지, 이 작품이 얼마 후에 얼마나 가치가 오를 것인지… 머리로만 생각하고 계산해서 작품을 사게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와 작품의 가치는 단지 현재 평가된 수치적인 지표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거물급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유명 아트페어에 자주 소개되는 작가들의 작품이 반드시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도, 그 경제적 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현재 저 평가되고 있는 작품들이나 아직 유명세를 얻지 못한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는 진정한 삶과 미에 대한 심오한 사색이 담겨있고 예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들을 열고 그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말해주는 작품, 나의 잠재된 본능적 감각을 깨우고 건드려주는 작품, 그래서 내가 매일매일 생활하는 공간에서 나에게 충만한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JMDL  예술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Ph. Delaunay 예술은 나에게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준 내 인생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나에게는 부모와 형제, 아내와 자녀 그리고 손자들로 구성된 ‘육체적인 가족’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예술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매개로 서로 교감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예술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 행동하는 ‘정신적, 감성적 가족’이 있습니다. 내가 소장하고 지원하는 작가들, 나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교류하는 미술 애호가, 컬렉터  친구들, 나의 열정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주는 공·사 미술기관 관계자들이 바로 두번째 가족이고,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의 존재는 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JMDL  지금까지 미술계에서 많은 일을 해오셨는데,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
Ph. Delaunay 단기적으로는 내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일부를 토대로 컨템포러리 아트 컬렉션에 관한 책을 발간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40여년동안 작품을 수집해온 나의 경험과 생각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 예술과 작품 컬렉션을 접근하는 한 방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중·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 같은데, 나의 컬렉션 작품 모두를 기증할 박물관을 찾고 있습니다. 나의 소장품은 내 인생의 상당 기간에 걸쳐 다른 이의 작품을 빌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입니다. 또한, 내가 나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여정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를 토대로 작품 컬렉션을 보다 발전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고, 또한 정기적인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이 대중에게 널리 보여지고 사람들이 예술을 그들의 삶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곳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