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말 줄임표 안의 남자

2018.03.04

by VOGUE

    말 줄임표 안의 남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끝났다. 김제혁은 형량을 채우고 출소했고, 우리는 박해수라는 배우를 얻었다. 진정한 해피 엔딩이다.

    레드 스트라이프 파자마는 선데이 라운지(Sunday Lounge).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방 기념으로 ‘슬기로운 호텔생활’ 컨셉의 화보를 준비했다. 호텔에서 쉴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나. 물에서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수영장 있으면 수영하고 책 보고 수영하고 책 보고 해야지.

    작품 끝나고 좀 쉬었나. 집에서 청소하고 가구 구조도 바꿔봤다. 친구들과 1박 2일로 여행도 다녀왔고, ‘슬빵’ 멤버들과 엠티도 다녀왔다. 선배님들과 같이 모이고 싶은데 시간이 마땅치 않아 (정)경호랑 엠티를 기획했다. ‘몸으로 말해요’ 같은 게임도 준비해서 정말 학교 엠티처럼 다녀왔다. 양평으로 갔는데 열심히 고기 구워 먹고 마신 술병도 예쁘게 세워놨다. 소주 네 병당 맥주 한 병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출연했고 돈독한 관계가 작품에도 묻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단체 카톡방도 운영하나. 그렇다! 구치소부터 교도소까지 오는 역할이었으니까 예전에는 구치소 형들, 교도소 형들 따로 카톡방이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로 합쳤다. 카톡방 분위기가 정말 좋다. 계속 모이자고 얘기하고 생일이면 축하하고.

    감빵생활에서 일상생활로 무사히 잘 돌아왔나. 엠티 다녀와서 많이 아팠다. 김제혁이라는 역할이 생각보다 더 많이 들어와 있었나 보다. 사실 끝나기 한 달 전 정도부터 되게 아쉬웠다. 극 중에서 한 분씩 한 분씩 떠나갔으니까. 다른 작품에 들어가 그쪽으로 정신을 팔고 있는 거지, 혼자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으면 더 많이 파묻혀 있었을 거다.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난다. 작품을 만들어갈 때 치열한 과정이 정말 좋았고 많이 배웠다.

    김제혁은 한 템포가 비어 있는 듯한 인물이었다. 유머를 아는 사람이 연기해야 할 것 같았다. 처음 배역을 제안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감독님과 작가님이 오디션을 오래 보는 스타일이라 설마 했다. 대본이 유출되면 안 되니까 방을 잡아주셨고 정독했는데 “김제혁 캐릭터를 좀 읽어봅시다” 하셨다. 읽어보니까 정말 중요한 캐릭터인 거다! 나는 무명인데 가능할까 싶었는데 3개월 반 동안 서너 번 미팅했고 마지막에 감독님이 오케이하셨다.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도 반신반의했다. 두근두근하고 잘해낼 수 있을까 싶고.

    스트라이프 수트와 화이트 셔츠는 라르디니(Lardini), 블랙 가죽 골드 프레임 시계는 잉거솔(Ingersoll), 브라운 슈즈는 S.T. 듀퐁 슈즈(S.T. Dupont Shoes).

    장군이나 형사, 조직 폭력배 등 거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박해수에게서 어리바리한 인간미를 찾아낸 제작진이 진짜 대단하다 싶었다. 중간중간 감독님 말씀을 들으며 이래서 나를 쓰셨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다. 묵묵히 내 일을 해왔던 부분이 김제혁과 닮아 있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 유머 코드가 있는데 그걸 보셨던 것 같다. 원래 유머 없는 사람을 안 좋아하신다고 그러시더라. 정말 특이한, 너무 많은 생각 속에서 벌어지는 시간 텀이 있는데 그 호흡이 좀 비슷하다. 생각이 너무 많다 보니까 머릿속에서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어느 정도였나.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캐릭터 공부하고 촬영하고 호흡 맞추기도 바빴는데 2회쯤 방송되고 나니 압박이 찾아왔다. 시청률로 보여줘야 하는데 너무 안 나오면 내 책임이 아닐까 싶고. 그런데 주변에서 도와주는 인물들도 너무 많았다. 나보다 훨씬 연기 잘하는 배우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사실 다 기대서 갔다. 내가 인복이 많다.

    김제혁 인복의 비결은 미친 친화력과 앞뒤 안 보는 오지랖이었다. 박해수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나.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진솔하려고 한다.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하고. 아마 그것이 나를 만났던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는 이유이지 않을까.

    신원호 감독의 작품은 스타 등용문이라는 말도 있다. 최고의 작가와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현장 분위기도 그렇다. 그런데 감독님이 “너한테 찾아올 많은 일이 있을 거다”라고 주의를 몇 번 주셨다. “너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배우지만 먼저 손 내미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 겸손해야 하고 진정성 있게 사람을 대해야 한다”라고. 방송 여파가 몰려올 때쯤 배우들에게 그런 주의를 주셨다. 오디션 볼 때도 너무 잘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감사했다. 나 역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물론 결과를 바라지 않는 건 아니다. 과정 속에서 행복했다면 좋은 결과가 있는 건데, 너무 큰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나는 어차피 이 일을 계속해야 하니 다른 좋은 작품에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에 좀더 가깝게 닿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대학로에서 박해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더 높은 인지도에 대한 목마름을 느껴본 적은 없었나. 유명세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어떤 위치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 있다. 가령, 백 명 앞에 서서 연기할 때 위로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만 명 앞에 서서 위로할 수 있다면 더 좋겠구나 싶었던 거다. 아직 부족하지만 선한 영향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다.

    To eat or not to eat, that is a question. 네이비 턱시도, 보타이, 화이트 셔츠는 마크 론슨(Mark Ronso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 주고받는 감정이 있기에 매일을 살아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고 그 지점이 따뜻하게 그려져서 좋았다. 감독님과 작가님의 힘이다. 배우들도 배역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대중적이면서도 사랑과 사라져가는 소통에 대해 얘기했다. 이게 진짜 선한 영향력이구나, 많이 배웠다.

    작품을 보며 개인적으로 여러 번 울었다. 연기하면서 가장 가슴이 찡한 순간은 언제였나. 많이 있었다. 고박사님 떠날 때, 편지 읽을 때도 그랬다. 진짜 감동적이었던 건 마지막에 출소하고 걸어 나가는 장면이었다. 처음에 나오는 “김제혁 파이팅” 목소리가 사실 감독님이다. 리허설 때 불쑥 그 목소리를 듣는데 막 눈물이 났다. ‘박해수, 잘 견뎠어’ ‘앞으로 잘해’ ‘나가서 잘 살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야구 선수는 신기한 직업인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를 할 뿐인데 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한다. 이번에 야구에 대해 공부하면서 정말 멘탈 싸움이겠구나 싶었다. 스스로 얼마나 고난이 많을지 투구 연습을 해보니까 알겠더라. 천 번, 만 번 던지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자세다. 운동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는 엄청난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야구의 매력에 대해끊임없이 세뇌당했을 것 같은데. 야구를 잘 몰랐다. 취미가 별로 없어서. 그런데 감독님이 “야구 잘 모르잖아” 하면 “야구 압니다” 하면서 막 공부했다. 시즌 경기를 다 찾아봤지만 사실 본다고 빨리 알지도 못했다. 무슨 이유가 있길래 다들 이렇게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 공부하다 보니 알 것 같았다. 야구에는 정말 드라마가 있었다.

    공 던지는 포즈가 근사해서 야구 선수 경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 연습의 결과라고. 실제 선수가 보면 많이 부족한 폼일 거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연습했고 감독님도 최선을 다해 티 안 나게 만들어주셨다. 스태프들이 모두 다 야구 좋아하시는 팀이라 다 같이 와서 던지고 지적도 많이 해주셨다. 야구 외는 계속 덤덤함에 대한 질문이었다. ‘김제혁, 너는 무슨 생각을 하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 덤덤할 수가 있니. 사람이라면 얼굴색이라도 울긋불긋 변하고 한숨이라도 쉬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니’ 계속 물어봤던 것 같다.

    Frailty, your name is man. 회색 후드 티는 골든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e Brand), 슬리퍼는 알도(Aldo).

    마침표 개수까지 다를 정도로 섬세한 각본이었다고 들었다. 마침표 개수의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갔나. 대본을 건네받으면 한 회 한 회 감동이었다. 배우들끼리도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배역을 살리면서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와, 이래서 2부 때 그랬구나’ 많이 놀라고. 처음에 대사가 너무 없으니까 어떻게 감정 표현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나중에 그 말 없음과 말줄임표가 다 선으로 연결되더라. 어느 정도까지는 참고 그 이상이면 폭발하는구나. 그 선이 있다는 걸 느끼면서 진짜 섬세함을 느꼈다.

    배우로서 연기하는 재미는 어땠나. 그동안 발산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리액션보다 액션 하는 연기였다. 배우들은 모두 김제혁 같은 역할이 더 어렵다. 표현이 안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고 있었으니 ‘그냥 이런 캐릭터구나’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표현이 안 되어도 되나?’ 불안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그게 김제혁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뭘 더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종방연 때 감독님이 포옹하면서 “잘 견뎌줬다”고 말씀해주셨다. 견디라고 대본을 그렇게 만들어주신 것 같다.

    과거에 출연한 연극 작품을 보면 세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맥베스>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같은 고전극에도 출연했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무사, 괴물… 왜 그랬나 하면, 불러주셔서. 대학로 최고의 연출가분들이었고 그분들과 공연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은 쉬운 작품을 안 하신다. 고전 좋아하시고 창작극을 해도 인간의 본질까지 끌어올리는 캐릭터를 창작하신다. 선생님들에게 불려가고 무대에 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작품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상하게 고전에 많이 끌렸다. 일반적인 작품은 수평적인 게 많다.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사랑, 미움, 분노, 질투, 더 나아가면 많은 것이 있겠지만 고전극은 수직 관계까지 간다. 인간의 본질, 신과의 얘기를 다루다 보면 ‘구’ 같은 느낌이다. 캐릭터 연구하는 재미도 훨씬 많고, 깊이 들어가도 계속 나오니까 신기하고 재미를 계속 느끼는 것 같다.

    2011년에 어느 인터뷰에서 “어릴 때 힘든 거 해야 내공도 생기고 나중에 코미디를 해도 깊이가 있지 않겠냐.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배역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았다. 아,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다. 힘든 작품을 많이 해야 내공이 생기고 호흡도 길어지고 작품 보는 눈도 키워진다고 생각해서 대학교 때 어려운 작품 진짜 많이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 4시간짜리 작품을 무작정 외워서 했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뿌리면 물은 다 빠지는데 콩나물은 자라지 않나. 막 주입시킨 거다. 그게 대본 보는 능력 등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나에게 남아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무대를 굉장히 사랑한다는 점일 거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그걸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엄청난 계기가 있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은 사명이었던 것 같다. 그저 인문계 고교를 갔고, 가수 이수영 누나가 너무 예뻐서 나도 연극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못 들어갔다. 그다음 학기부터 연극을 하면서 고 3 때 연극영화학과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화를 하겠다거나, 연기자에 대한 마음은 별로 없었고 그냥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 내 힘으로 된 게 별로 없어서 내가 선택한 게 아니고 나를 선택했구나 싶다. 내게 누군가를 위로할 이유가 있나 보다.

    위로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한다. 반대로 관객으로 위로받은 경험이 있다면.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세 번인가 네 번 봤는데 매번 울면서 봤다. <3월의 눈>이라는 작품에서는 진정한 예술을 봤다. 그 넓은 극장에서 숨소리가 정말 클로즈업이 되더라. 기괴한 경험을 하고 울면서, 박수 치면서 일어났다. 그런 예술을 보면서 컸고 그런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로에서 연습 벌레로도 유명했다. 아니다. 연습 열심히 하는 사람은 너무 많다. 그냥 나는 연습실에 일찍 가는 걸 좋아한다. 대본 펼쳐놓고 피아노나 기타를 치기도 하면서 뒹굴뒹굴하는 거 좋아한다. 그런데 아무리 빨리 가도 먼저 와 있는 애들이 꼭 있다. 악순환이다. 너무 일찍 와서 진짜 연습 시간에는 힘 빠져 있고.(웃음)

    연기를 제외한 다른 관심사가 있다면. 여행을 좋아한다. 국내 도보 여행을 많이 다녔다. 동해부터 남해까지 돌기도 했다. 해외여행 가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첫 해외여행을 의미 있게 가고 싶었다. 내 돈 내서 가는 여행 말고 영화나 공연으로 가고 싶었거든. 결국 뮤지컬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가 해외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처음으로 해외에 나갔다. 막상 가서는 공연장과 숙소만 오고 갔지만.

    집에서 쉴 때는 뭘 하며 보내나.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거나 집에서 요리해서 술 마시거나. 여름에는 서핑하러 많이 간다. 배운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재미있다. 몸을 잘 쓰는 편인데도 공놀이는 못한다. 농구는 잘하는데 축구는 농구보다 못하고배구는 농구보다 못한다. 골프는 더 못하고 탁구는 더더욱 못한다. 공이 작아질수록 못한다.

    내 집 마련에 욕심이 있다고 들었다. 다른 욕심은 하나도 없는데 좋은 집에 대한 욕심이 있다.(웃음) 결혼해서 아내가 생기고 자식이 생겼을 때 따뜻하게 있을 수 있는 그냥 주택. 땅 밟고 있을 수 있는 곳. 사람 많이 없고, 작은 정원 하나 있는 정도. 하늘 보이는 집,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

    비싼 집이다. 서울을 떠나야 가능할 거다.(웃음)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금 연기하는 동생들과 같이 사는데, 각자의 방에는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잘 마련해두었다. 방이 세 개, 거실이 있는데 얼마 전에 구조를 바꿨다. 식탁을 가운데 배치했더니 게스트하우스 느낌이 난다.

    공동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간까지 공유하면 정말이지… 말이 많다.(웃음) 연기 잘했다 못했다 연기 감시하고. 다음 날 다 까먹고.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 “주인공이 너무 존재감 없지 않냐” 했더니 “존재감 없는 게 좋다. 그래야 나중에 올라갈 수 있다. 약간 비밀스럽고 좋은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 놓고는 끝나니까 “형, 잘 견뎠어. 노력과 끈기를 보여준 거야”라고 하길래 꺼지라고 그랬다.(웃음)

    블랙 로브는 로리엣(Roliat), 브라운 체크 수트는 에트로(Etro), 티셔츠는 자라 맨(Zara Men).

    과거를 좀 조사했는데, 예전에는 호리호리한 꽃미남 스타일이었다고. 현대무용을 해서 말랐다. 연기를 현대무용 선생님한테 배워서.(웃음) 선생님께서 무용하라고 그런 적도 있는데 무용에는 꿈이 없었고 뭔가 발산할 때 행복했다. 그러면서 마임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군대 갔을 때 운동을 많이 했더니 체급이 바뀌었다.

    차기작은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윤성현 감독님이 연극 <남자충동>을 보러 오셨다. 이후에 따로 만나 역할에 대한 얘길 들었다.

    대학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드라마나 영화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편인가. 주변에 연극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연극을 매체로 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고, 그런 기회가 오면 인지도며 여러 가지로 풀리는 게 있지만, 무대예술은 그만의 매력이 있고 매체는 또 다른 의미의 본질이 있다. 지금은 연극과 다른 매체의 거리도 가까워져서 많이 왔다 갔다 한다.

    네이비 턱시도, 보타이, 화이트 셔츠는 마크 론슨(Mark Ronson), 더블 몽크 슈즈는 포트폴리오 바이 에스콰이아(Portfolio by Esquire).

    영화나 드라마 쪽으로 넘어와서 느낀 연기의 다른 결이 있다면. 분명한 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결과가 잘돼서 오는 감사함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 무대에서 느끼는 연기의 만족도를 여기서 느껴본 적은 없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며 새삼 슬기롭게 생활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당신에게 ‘슬기로운 생활’은 어떤 의미인가. 슬기롭다는 말은 고난과 시련을 잘 견뎌내서 지혜롭게 극복해내는 행위를 뜻할 거다. 모든 인간은 고난과 시련을 갖고 태어나기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가가 숙제인 것 같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며 고난과 시련은 꾹 참거나 다 터트리는 게 아니라 서로 소통하면서 위로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나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변에 기대는 게 슬기로운 생활 아닐까.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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