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1+1 샴푸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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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1+1 샴푸만 사세요?

2018-04-11T10:53:04+00:00 2018.04.11|

두피도 결국 피부. ‘헤어케어의 스킨케어 시대’가 막을 열었다.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3분(分) 시대의 작별
메일함을 여니 인비테이션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시슬리 헤어 라인 론칭 행사 초대장. 럭셔리 스킨케어의 시조새 같은 브랜드에서 헤어케어 라인이라니? “구색만 갖춰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필수 제품 여섯 개를 시작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에요. 본격적으로 헤어 시장에 뛰어드는 거죠. 그간 쌓아온 스킨케어 노하우를 두피와 모발 영역으로 확대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제 헤어케어가 스킨케어화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시슬리 홍보팀 양숙진 차장의 말은 헤어케어의 파라다이스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사실 그간 헤어케어는 ‘케어’라는 말을 갖다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소박한 영역에 머물고 있었다. 미용실에서 10여만 원을 주고 주기적으로 염색과 펌을 하면서도 진귀한 성분이 가득 들어 있다는 샴푸에 지갑을 여는 데는 인색했지 않았나? 샴푸, 린스, 컨디셔너로 삼분화된 루틴은 10년 넘게 고착화되어 있었고, 쇼핑할 때는 늘 가성비에 손을 들어주었다. 마트 1+1 마케팅의 독식 체제가 깨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는 말이다.

그러던 한국 헤어케어 시장이 부쩍 성숙해진 것이 체감된다. 드디어 두피와 모발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기 시작했고, 드러그스토어에만 가도 스케일링용, 보습용, 진정용, 극손상용 헤어 라인 등 세분화된 라인업을 만날 수 있다. 발음조차 생소한 제3세계 브랜드도 속속 안착해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는 건 물론이다. “두피도 피부라고 생각해요.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은 헤어케어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고, 이런 ‘유난’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융화 과정을 거치면서 고객의 인식은 점차 변화할 것이고, 시장은 더욱 성숙될 거라 예측합니다.”

올라플렉스 ‘헤어 퍼펙터 No.3’. 헤어 리추얼 바이 시슬리 ‘프리셔스 헤어 케어 오일’.

2018년 소비자 심리학
헤어케어 제2막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많은 이들이 치약과 생리대 파동 등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건과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이제 고객들은 기업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성분과 기술을 따진다. 헤어 제품 속에 무수히 많은 화학 성분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이제라도 돈을 더 주고, 덜 무해한 제품을 찾아나선 것이다. 잦은 염색이나 탈색, 펌 등으로 인한 모발과 두피 손상이 심각해졌다는 것도 한몫한다. “손님 열 명 중 아홉 명 정도가 염색한 상태라고 보면 돼요. 또 옹브레나 샌드 아트 염색 등을 위해 탈색조차 감행하죠. 극손상 모발이 눈에 띄게 많아지면서 트리트먼트 케어 이용 고객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혹사시킨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 시작한 것 같아요.” 헤어숍 요닝의 수정 원장은 극손상모 덕에 헤어케어 마켓이 신장했다는 의견에 신빙성을 더한다.

듀크레이 ‘스쿠아놈 지성 비듬 샴푸’. 르네 휘테르 ‘RF80 ATP’. 시세이도 프로페셔널
‘더 헤어 케어 휀테 포르테 파워’.

닥터포헤어의 브랜드 매니저 구혜진은 그 원인을 탈모에서 찾는다. “미세먼지나 기후,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 탈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요. 다섯 명 중 한 명은 탈모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예요. 두피 클리닉에 가지 못하는 손님들은 홈 케어라도 하겠다는 니즈가 뚜렷해요. 탈모 예방만큼 타이밍이 중요한 것도 없으니까요.” 결국 여러 가지 환경 요인과 트렌드, 그리고 각자의 작은 계기가 모여 거대한 인식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낸 것이다. 피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케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좋은 제품을 쓰고 신세계를 맛봤다면 다시는 ‘가성비’ 따위에 현혹될 수 없다는 것이 헤어케어 예찬론자들의 중론이니까.

야만뷰티 ‘스칼프 드라이어’. 원텍 ‘헤어빔 에어’.

진짜 vs. 미투의 격돌
시장은 부흥했고 증식력이 우월한 업계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제품으로 넘쳐난다. 신개념 제품 카테고리인 ‘퍼스트 샴푸’도 눈에 띈다. 이브로쉐의 호호바 리페어 헤어 오일과 레오놀그렐 오일은 샴푸 전 사용하는 프리 워시 오일로, 바른 뒤 10분 뒤 따뜻한 물로 샴푸를 하면 부들부들해진 모발을 만날 수 있다는 컨셉이다. 오버나이트 헤어 마스크도 확실히 대세의 급물살을 탔다. “아무래도 바른 뒤 5분 만에 닦아내는 것과 8시간 이상 바른 상태를 유지하는 건 그 효과가 다르겠죠. 염색이나 펌 시술 직후 푸석푸석함이 몰라보게 줄어들고 컬러나 스타일링 상태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답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경혜의 조언이다. 헤어용 자외선 차단제도 이제 거의 모든 헤어 브랜드의 필수 제품군으로 떠올랐다.

닥터포헤어 ‘폴리젠 스칼프 바이탈 앰플’. 러쉬 ‘뉴 핫 오일 트리트먼트’.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해진 두피 전용 제품. 불과 몇 년전 두피 칼럼을 진행할 땐 그렇게 한정적이던 제품군이 두피 스크럽, 스케일링 제품, 두피 전용 마스크 팩, 토닉, 앰플, 두피 전용 드라이어까지 확대됐다. 나아가 휴대용 롤온 타입 앰플, 정수리가 기름지고 냄새 날 때 쓱쓱 문지르는 면봉 타입까지 출시됐다니, 놀랄 노 자다. “결국은 두피예요. 두피가 건강해야 모발도 건강하죠. 약간의 비듬, 탈모, 뿌리의 볼륨 감소 등의 현상을 사소하게 넘기지 마세요. 다른 건 몰라도 뿌리만큼은 꼭 사수해야 한다는 사실, 꼭 명심하세요.” 시슬리 교육팀 조하현 과장의 충고다.

헤어케어 시장은 ‘진짜’들과 ‘마케팅 산물’이 격돌하며 머지않아 과잉의 시대가 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 잔치는 이미 벌어졌고, 맛 좋고 몸에 좋은 것을 골라 먹을 일만 남았다. 이제 중요한 건 당신의 혜안. 너무 어렵다고? 정답지는 당신의 두피 컨디션에 이미 나와 있으니 경험하며 관찰하길. 음미하며 즐기기에 충분히 풍성한 식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