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한센이 국내 네일 아티스트의 디자인을 무단 도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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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한센이 국내 네일 아티스트의 디자인을 무단 도용하다

2018-04-18T21:20:11+00:00 2018.04.17|

SNS 시대가 도래한 뒤 저작권 문제는 이전보다 좀더 복잡해졌습니다. 핀터레스트와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찾은 사진을 저장했다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하고, 웹툰을 캡처한 뒤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하니까요. ‘여기저기 떠도는 트렌드니까 먼저 올리는 사람이 임자’, 과연 모든 상황에 해당되는 말일까요?

네일 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스타 네일 아티스트 박은경.

네일 숍 ‘유니스텔라(Unistella)’의 대표로도 활동하는 그녀는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나인뮤지스 경리, 배우 이나영 등 핫한 여자 스타들의 손톱뿐 아니라 <보그 코리아>의 멋진 화보 촬영에도 일조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컨트리뷰터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네일 디자인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유리 조각을 붙인 듯한 글라스 네일,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는 다이아몬드 파편 네일, 철사를 구부려 붙인 와이어 네일 등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했죠.

#wireworknails #unistella 🙏🏻😊 #wire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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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무려 2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포스팅이 올라왔습니다.

❌🚫To you, those ‘basic’ wire hearts & lips, and shattered glass patterns were no big deal. Those designs to me are part of my life’s work – 18 years of living and breathing nail art. The dismissive words you’ve said to me about the designs I’ve created were careless, which saddens me because you have worked with and employ a number of nail artists – you know firsthand how much goes into the creative process. You approached me last year to propose a collaboration, which was incredibly exciting as I thought this could perhaps be the beginning of a true partnership . Instead, decisions were simply made without my involvement. I found out after the fact that #glassnail and #wirenail designs were being sold without my knowledge . I’m a nail artist based in Korea and I’m not familiar with US law. I know that design is difficult to trademark. What I do have is my integrity as an artist and the knowledge that I am the originator of these designs. You’ve broken my heart but you will not break my spirit. ————————————— 그들이 저에게 보낸 답은. “이건 네 디자인 아니고, 인스타그램에 몇천 개의 해시태그가 있는데 … 그 태그로 젤 처음 올라온 건 2013년도야.. 우리는 k 뷰티 트렌드를 반영했고 유리조각 와이어 하트 다이아몬드 같은 디자인은 누구의 고유 디자인이 될 수 없어’ . 저는 한국 사람이라서 미국 법도 모르고요. 네일 분야라 그렇게 디자인을 보호받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랑 콜라보 한 브랜드는 잘 아실 겁니다 제가 늘 말했던 게 큰 브랜드에서 큰업체에서 부터 디자인 지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유명하고 안 유명하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특별하게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꺼면 그냥 쓰지 말고 꼭 디자이너와 협의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네일은 아직 작은 디자인 분야입니다. 적어도 법적으로 존중받지 못해도 윤리적으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저에게 “이건 니께 아니야“라고 하는 건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하고 화나네요. 저는 네일을 진짜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이런 일이 생겨도 오늘도 내일도 또 하겠죠. 그렇게 쉽고 누구나 다 하는 디자인이었으면, 내가 하기 전 왜 안 했나 묻고 싶네요. 사이트에서는 왜 그렇게 뉴 아이템이 찾기조차 힘든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새벽에 올린 스토리에 많은 분들이 메시지와 피드를 보내주셨고 응원해 주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link in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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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아 보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샐리 한센의 새로운 네일 스티커가 그녀의 디자인을 무단 ‘도용’한 것 같아 보이는군요.

작년 8월쯤 미국의 매니큐어 전문 브랜드 샐리 한센 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박은경 대표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미국 <보그>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 등 유니스텔라에 쏟아진 전 세계적인 관심 덕분이었는지 샐리 한센 역시 그녀에게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박은경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첫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은 뒤 수차례 통화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매니큐어 에나멜보다는 네일 스티커를 함께 디자인해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다음 주에 준비되는 대로 연락을 준다며 전화를 끊었죠. 그런데 샐리 한센 측은 그 뒤로 연락이 두절됩니다.

그러다 지난 3월 20일 샐리 한센은 다음과 같은 제품을 덜컥 출시합니다. ‘K-Design’ 스티커 컬렉션.


박은경 대표는 이마저 지인들의 메시지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축하해주는 팔로워들과 지인들로부터 이 사실을 알았어요. 저와 협업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축하 메시지를 받았죠. 저는 분명히 실수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이전에 연락했던 샐리 한센 측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샐리 한센 측에서 내놓은 대답은 황당했습니다. 이 스티커 시리즈 출시를 위해 미국의 네일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했으며, ‘#KBeauty’를 검색하면 나오는 1백만 개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것. 2013년부터 유행한 디자인이기에 그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다고요.

이쯤 되면 그냥 카피가 아닌 ‘무단 도용’으로 볼 수밖에 없겠군요. 이미 협업을 의뢰한 상황에서 원작 아티스트의 의견 없이 동일한 디자인을 출시했으니까요.

박은경 대표는 유리 조각 네일 디자인을 고안할 당시 사탕 봉지의 독특한 은박지 필름을 구하기 위해 제과 공장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반짝임의 정도, 두께 등 글라스 네일에 필요한 은박지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죠. <보그>는 그녀의 빛나는 노력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 @target thank you for doing the right thing and taking down this product! Still waiting on📌 ——————————————————————— This is my favorite out of all the glass nails I have done. 🙏🏻 . ——————————————————————— ❌❌❌😡😡🚫🚫❌❌❌❌ Can you @sally_hansen guys do this with your product? Definitely not. You can never do this. Why? Because it’s all about the skills, not the materials . “What you guys have produced is of a totally different quality.” ❌❌❌❌❌❌❌😡🚫🚫🚫🚫🚫🚫🚫 저는 돈을 바라는것도 아니고, 인정하고 사과 하기를 바랬었는데. 이정도로 무시할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그런데 글로벌 기업이 다 멋지고 현명한 오너는 아닌가봐요. 이런 상황을 이렇게 두다니. 저도 곧 결정 하겠습니다. ———————————————————————- Thank you everything for your support! you don’t know how thankful I am… I’m not good at English, so I can’t express my feelings well… I’ve seen all your comments and am sorry i can’t respond to every single one of you, but your support this past week has meant the world to me. Thank you from the bottom of my heart.It would’ve been so tough for me to deal with this issue alone in Korea… thank you for supporting me… I can’t wait to share with you all the new work I’ve been working on shortly! @target 타겟이 제품을 내렸습니다. 정말 많은분들이 저에게 힘이 되어주시고, 함께해주셔서 이렇게 될수있었던것 같아요 . 저는 영어를 잘 못해 이 일이 더 크고 무서웠지만 하나씩 해결해 가고 있는것같습니다. 한분 한분 다 답변 못해드린점 죄송해요 , 스토리 올려주신거 , 글써주신거 너무 소중하게 잘 봤습니다. 빨리 이일이 끝나고 네일아트 하고싶네요🙏🏻 진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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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에 모델 아이린과 패션 인플루언서 아미 송, 패션 카피 디자인 비교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어트 프라다까지 그녀를 위해 변호에 나섭니다.

I am a believer of art in all forms- no matter how big or small. It saddens me to see original designs not getting the credit they deserve. As a beauty junkie and nail art lover, I know how hardworking & passionate @nail_unistella is about her form of art. I used to live near her studio and on my way home from work, I’d see the lights in her studio on at all hours of the night. And to see such a large company like @sally_hansen that sells largely to women, bullying and stealing a fellow woman artist’s work so blatantly is heartbreaking and disappointing. Please don’t call your products “K-design,” when you aren’t even giving proper credit or compensation to the original artist that came up with these ideas, who happens to be Korean…where’s the “K-credit”? 🤔 I love you so much @nail_unistella unni and we will make sure you and your art gets the justice it deserves. 🇰🇷❤🙏🏻 #girlssupport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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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양한 형태의 아트를 존중합니다. 작든 크든 상관없이요. 원조 디자인이 크레딧을 챙기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할 때 특히 정말 속상해요. 뷰티를 사랑하고 네일 아트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유니스텔라 박은경 대표가 얼마나 열정적이며 열심히 예술을 즐기는지 잘 압니다. 그녀의 작업실 근처에 살 때면 늦은 밤까지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거든요. 특히나 샐리 한센처럼 큰 회사가 독립적인 여성 아티스트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네요. 원작 아티스트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나 크레딧을 제공하지 않을 거라면 제발 당신들의 제품에 ‘K-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주세요. ‘K’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 모델 아이린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팔로워들도 수천 개의 댓글을 달며, 샐리 한센의 무단 도용 스티커를 문제 삼자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유통업체 타겟(Target)은 결국 샐리 한센 제품을 철수했습니다. 그러나 샐리 한센은 여전히 ‘유니스텔라’, ’은경 박’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게시물과 태그를 모두 차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미안하다’는 사과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죠.

“코티 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지 변호사와 논의하고 있어요. 네일은 제 인생의 일부예요. 제게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이 프로젝트가 진정한 협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기뻤어요. 물론 저는 디자인에 상표를 붙이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예술가이고 이 디자인을 개발했어요. 그들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제 굳건한 의지와 영혼까지는 다치게 하지 못할 겁니다.”

 

사실 비교적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인디 아티스트나 프리랜서들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국내 뷰티 브랜드 토니모리의 립 패치 제품을 그대로 카피한 경우도 있었죠.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이첼 굿윈(Rachel Goodwin)이 엠마 스톤의 사진을 찍어 올리자 정작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은 ‘KNC 뷰티’의 제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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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잠깐, 조금 창피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외국에서 손가락질 받는 국내의 모방 사례도 소개할까 합니다.
뷰티에 관심 있는 오디언스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글로시에(Gloss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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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을 저격하는 핑크빛 패키지와 순하디순한 성분이 매력적인 제품이죠. 반면에 아래 제품은?

자칫 잘못 보면 오해할 ‘글로우랩’. 서울 태생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이름도 이름이지만 레이아웃, 패키지, 컬러까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닮았죠?

하이패션의 민주화 현상처럼 ‘뷰티 제품 역시 트렌드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라고 지켜봐도 괜찮은 것일까요? 아니면 수치심 없는 도둑질이라고 비난해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