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아메리칸 뷰티

2018.05.24

by VOGUE

    아메리칸 뷰티

    가장 미국적인 화가 알렉스 카츠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1950년대부터 주변인들의 초상을 그려온 그는 코카콜라와 캘빈 클라인만큼이나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1984년, 작업실에서 스케치 중인 알렉스카츠.

    코카콜라, 캘빈 클라인 그리고 알렉스 카츠(Alex Katz). 오늘날의 미국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알렉스 카츠는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미국인의 초상을 그려온 화가다. 그의 그림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아메리칸 캐주얼 패션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명랑한 색감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인물들의 무심한 표정은 지극히 개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고, 포즈는 역동적이다. 번화한 뉴욕의 거리를 닮은 카츠의 그림은 밝고 경쾌하다. 동시에 마티스의 명작과 같은 단순함 속에 깃든 우아함이 있다.

    4월 25일부터 7월 2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는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전이 열린다. 팝아트가 유행하던 1950년대부터 세계 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알렉스 카츠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그의 대표작을 비롯,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도 만날 수 있다. 캘빈 클라인과 협업한 댄서와 코카콜라 걸 시리즈다.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뒷자리 TV 화면에 나오던 캘빈 클라인의 광고를 보고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흑백으로 된 아주 단순한 영상이었는데 굉장히 멋있고 강한 인상을 남겼죠.” 90세라는 작가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카츠의 아름다운 댄서들에게선 청춘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감각적인 인물 묘사와 대담한 붓 터치는 여전하다. 물론 카츠의 아내이자 최고의 모델인 아다의 초상도 전시된다. 아다는 피카소의 연인 도라 마르처럼 화폭 속에서 영원히 현재를 사는 화가의 뮤즈다. 다음은 뉴욕 소호의 작업실에서 알렉스 카츠가 보내온 이번 전시에 관한 답변이다.

    ‘Don and Marisol 1’(1960),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한국에서는 첫 전시다. 소감이 어떤가?
    내가 알기로 한국은 굉장히 컨템퍼러리한 곳이다. 서울이라는 모던한 도시와 내 작품이 매우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롯데뮤지엄 측이 전시를 제안하자 흔쾌히 승낙했다.

    아내와 아들, 친구, 동료 작가들은 물론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까지 주변인들의 초상을 즐겨 그린다. 특히 어떤 인물에게 끌리는가?
    작업하는 상황마다 표현하고 싶은 인물의 캐릭터가 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특정한 표정이나 포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만의 특별한 면모를 가진 인물을 모델로 섭외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모델은 역시 아내 아다인가?
    아다는 제일 좋아하는 모델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무의식중에 많은 영화 장면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요구하는 제스처를 매우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그녀의 제스처를 회화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아다는 가장 완벽한 모델이다.

    ‘Laura 15’(2017),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2017년부터 시작한 캘빈 클라인과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가장 미국적인 두 개의 브랜드를 소재로 삼는다. 캘빈 클라인과 코카콜라는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캘빈 클라인은 브랜드 그 이상이다. 미국적인 이미지와 이상향이며, 평범한 사람도 패셔너블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준다. 옷을 입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진 브랜드다. 코카콜라 역시 전형적인 미국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사진이 아니라 실제 인물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고 들었다. 전 세계인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요즘도 전통적인 초상화 방식을 추구하는가?
    캘빈 클라인이나 코카콜라 시리즈 같은 최근작은 모두 휴대폰으로 촬영한 모델의 모습을 인화하여 작업한 것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콜라주해서 표현하고 싶은 모습을 만들어낸 후, 이를 캔버스에 담아낸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작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인 소요 시간을 말하기는 어렵다. 크기가 큰 작품이지만 5시간 만에 끝내는 경우도 있고, 스튜디오에 20년 넘게 두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바탕색을 다시 칠해 완성한 작품도 있다.

    ‘Coca-Cola Girl 3’(2017),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몇 년 전 한국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붓과 캔버스 대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페인팅을 고려해본 적은 없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작업실 풍경이 궁금하다. 이렇게 큰 사이즈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일단 무척 커야겠고, 빛도 중요할 것 같다.
    여름에는 메인주에 가서 머문다.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메인주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호수를 바로 옆에 두고 있는데, 주변에 수풀이 울창하다. 나는 이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긴다. 안개가 자욱한 날도 있긴 하지만 날씨는 대체로 아주 좋다. 여름을 제외하고는 뉴욕 소호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모든 작품에서 아름다운 율동감이 느껴진다. 작업할 때 주로 어떤 음악을 듣나?
    작업하면서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다. 그러나 이는 뉴욕 거리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특별한 목적은 없다.

    ‘10:30 AM’(2017),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요즘도 일주일에 6일씩, 하루에 6시간 이상 그림을 그리는가?
    아니다. 일주일에 7일간 그림을 그린다.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작업하는 게 내겐 제일 값진 경험이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당신의 그림을 보면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진다. 풍경이나 사물보다 사람을 즐겨 그리는 이유가 있나?
    사실 인물화 작업을 할 때 특별히 그 인물에게 애정을 느끼진 않는다. 오히려 대상과 심리적 거리를 두고 객관적 입장에서 작업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화가로서 가장 행복하던 순간은?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화가로서 살아온 세월에 대해 만족한다.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COURTESY OF Alex Katz Studio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미혜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