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코폴라의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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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코폴라의 휴양지

2018-05-29T09:36:18+00:00 2018.05.28|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휴식처가 필요하다. 소피아 코폴라에겐 벨리즈에 자리한 작은 해안 마을이 그런 곳이다.

앞서가는 조카 파스칼, 딸 코지마와 함께 별장 앞 해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소피아 코폴라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만큼 호텔이 지닌 변화의 힘에 대해 잘 이해하는 인물도 없다. 영화감독이자 스타일 아이콘인 그녀는 아버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살았다. 동화의 주인공 엘로이즈(Eloise, 최고급 호텔에서 유모를 두고 호화롭게 사는 소녀)처럼 성장한 것이다. 실제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은 호텔리어로서 수년간 럭셔리 휴양 시설을 지어 작은 왕국을 만들고 있다. 소피아가 감독한 영화 가운데 두 편이 호텔을 배경으로 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파크 하얏트 도쿄를 배경으로 고요한 탈선을, <썸웨어>에서는 샤토 마몽을 배경으로 나른한 방탕을 표현했다. 그리고 소피아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쉬고 싶을 때 그녀 가족이 운영하는 벨리즈 플라센시아(Belize Placencia)에 있는 터틀 인 리조트(Turtle Inn Resort)에 체크인하면 된다.

소피아 코폴라가 터틀 인 부근 바다에서 오빠 로만의 보트를 타고 있다.

실제로 주민이 800명에 불과한 작은 어촌 플라센시아는 카리브해 서쪽 끝자락에 있는 가느다랗게 생긴 곶에 자리하고 있다. 청록색 바다 빛깔을 자랑하는 이곳은 내륙으로 1.5km 정도만 들어가도 빽빽한 우림을 만날 수 있다. 고요하고 외딴곳에 있으며 모든 것이 느리게 돌아간다. 소피아가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녀는 프랑스 팝 밴드 피닉스의 보컬인 남편 토마스 마스(Thomas Mars),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지낸다. “파리에서는 좀더 뒤섞여 지내야합니다. 적어도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그렇지만 플라센시아에서는 진정한 사생활을 누리죠. 조금 빈둥거릴 수 있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삶에서 벗어나 제대로 느긋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어촌 플라센시아에 있는 밝은색의 해변 코티지.

소피아 코폴라는 열 살에 처음 벨리즈에 갔다. 아버지가 필리핀에서 <지옥의 묵시록> 촬영을 마친 후였다. 그는 LA 자택에서 좀더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싱그러운 자연이 있는 열대 휴양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심지어 필리핀과 비교해도, 벨리즈는 세상 어디와도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죠.” 소피아가 말했다. “부근에 메노파 교도(Mennonite) 농부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가는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죠.” 그 풍경은 요즘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제가 아는 그 어떤 곳과도 달라요. 아직 세상에 노출되지 않은 작은 마을 같아요. 관광객들로 붐비지도 않고 말이죠. 저를 비롯한 형제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캠핑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이라 포커 게임을 하거나 수영을 하면서 놀았죠. 우린 여전히 거의 그렇게 놀고 있답니다.”

25개의 객실을 갖춘 터틀 인은 세를 확장한 코폴라 집안의 능력자들 덕분에 성공을 이어가는 독립 극단과 같다. 소피아는 엄마 일리노어(Eleanor)와 아빠인 프란시스 코폴라를 두고 ‘보헤미안 아티스트 히피족’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에게 리조트란 절충적이지만 매우 좋아하는 해변 방갈로와 파빌리온을 모아놓는 진화된 방식인 것이다. “엄마는 텍스타일에 관심이 많으시죠. 그래서 과테말라에서 패브릭을 직접 골라오셨어요.” 그녀가 말했다. “전체적으로 풍기는 발리섬 분위기는 아버지가 선택하신 거죠.” 오빠 로만 코폴라는 항해를 테마로 라군 방갈로를 디자인해 이 마을에서 지낼 때마다 자신의 별장으로 사용한다. 그는 또 마호가니 보트를 제대로 수리해놓고 가족이 선셋 크루즈를 할 때 사용한다.

터틀 인 해먹에서 한가로이 즐기는 낮잠, 터틀 인 옆에 있는 소피아 별장의 풀.

소피아가 맡은 부분은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미니멀리즘 오아시스라 할 수 있다. 호텔 옆 부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녀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촬영하면서 만났던 프랑스 출신 건축가 로랑 데루(Laurent Deroo)에게 일을 부탁했다. A.P.C. 매장을 지은 그는 이곳의 2층 주택이 모던하면서도 친환경적이며 오래된 듯한 실내외 분위기를 풍기도록 디자인했다. 그리고 슬라이딩 유리문이 풀장 쪽으로 열리며, 바비큐 공간과 탁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소피아와 그녀의 가족은 매년 겨울과 봄에 재충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소피아 가족이 운영하는 리조트 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소피아와 친구들.

그녀가 현지 주민처럼 플라센시아의 작은 마을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 집중 여행 코스는 적당히 짧고 간결하다. 그 코스는 벨리즈시티 공항에서 시작되고 그곳에서 제트 바(Jet’s Bar)에 들러 핫도그와 현지 맥주 벨리킨 비어(Belikin Beer)를 먹으며 스트레스 풀기의 시동을 걸어보라며 제안한다. 터틀 인에서 주로 하는 액티비티는 수영, 스노클링, 해먹에 누워 있기 등이다. 그렇지만 엉덩이가 들썩이는 사람이라면 비치 크루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플라센시아에는 타코 팝업 스토어가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어느 날 저기 있다가, 그다음 날 찾아가보면 반드시 어디 다른 데로 가버리고 없죠. 그렇지만 결국 찾게 돼요.”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지칠 때면 다 같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집합소 욜리스(Yoli’s)도 있다. “공식 공지가 없어도 왜 그런지 다들 매주 일요일이면 돼지 갈빗살과 감자 샐러드로 바비큐 파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그리고 이 마을에서 좀더 화려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에 이주해온 뉴욕 출신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 럼피시 와이 비노(Rumfish y Vino)에 가면 된다. 이곳은 오로지 현지에서 생산한 식재료만 사용하며 도시 수준의 와인 리스트를 만날 수 있다. 모험심이 끓어오른다면,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정도 날아가 코코아 농장을 보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가장 신나는 액티비티를 꼽자면 자전거 타고 젤라토를 사러 마을에 가는 거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 젤라토는 그냥 평범한 것이 아니다. 밀라노 출신 부부가 만든 것으로 이들은 매년 이탈리아에 가서 최고급 헤이즐넛과 기타 재료를 직접 공수해온다(소피아가 즐겨 먹는 것은 갓 딴 바나나로 만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달콤한 맛 젤라토).

그렇지만 그녀의 눈에 그 무엇보다 좋아 보이는 것은 따로 있다. 그곳을 방문한 친구들, 심지어 끝까지 완강히 버티고 있던 도시인들이 플라센시아의 느긋한 리듬에 위안받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그곳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소피아를 사로잡는 힘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가 제게 이런 말을하더군요. 저는 더 이상 호텔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하면 안 된다고 말이죠.” 그렇지만 자신의 삶에 근사한 호텔을 이용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 삶의 세트장은 또다시 호텔이다. LA와 도쿄의 근사한 호텔이 아니라 카리브해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머나먼 땅에 있는 아주 친숙한 공간일 뿐. “제가 듣기로는, 럼피스 식당 주인 부부가 플라센시아에 몬테소리 학교를 열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모든 걸 다 내팽개치고 이곳으로 이사를 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