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슈퍼 모델 카렌 엘슨의 여행법

2018.05.29

by VOGUE

    슈퍼 모델 카렌 엘슨의 여행법

    모델이자 뮤지션 카렌 엘슨(Karen Elson). 10대 시절부터 전 세계를 유영하며 살아온 슈퍼모델이 사랑하는 여행지와 추억을 전했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는?
    “로스앤젤레스. 나는 캘리포니아를 사랑한다. 정말 다채로운 곳이다. 차를 타고 선셋 대로를 달리는 건 아마 가장 기묘한 드라이브일 것이다. 그곳에선 로스앤젤레스의 모든 면을 볼 수 있다. 슬픔, 퇴락한 미인 대회 우승자, 사라진 모든 희망 등. 빛나고 부유한 면만이 아니라, 그 밑에 숨은 것도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그곳을 매혹적으로 만드는 이유다.”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곳은 어디인가?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에 착륙할 때마다 나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몇 년 전 쌍둥이 자매와 내 아이들을 데리고 비포장도로로 차를 몰며 샅샅이 여행했다. 요나스라는 훌륭한 투어 가이드가 있었는데, 그는 세상에서 가장 쿨한 남자였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아이들은 자지 않고 해변을 뛰어다녔다. 절벽에서 바다로 쏟아지는 폭포가 있는 곳에서 요나스가 불을 피우더니 살라미, 치즈, 위스키가 든 피크닉 바스켓을 꺼냈다. 불가에 앉아 아이들이 인생 최고의 순간을 즐기는 걸 지켜보던 순간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정당인 해적당이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뉴스에서 읽었다. 진보적인 나라인 그곳이야말로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과연 유명해질 만하다 싶었던 곳을 한 군데 꼽아달라.
    “몇 년 전 포토그래퍼 팀 워커와 함께 부탄에 촬영을 하러 갔다. 히말라야에 갈 때처럼 마법과 같으리라는 건 알았지만, 나는 부탄 같은 곳을 본 적이 없었다. 오래된 궁궐과 16세기 사원이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모두 따뜻이 맞아주는데, ‘관광객에게 잘해주자’는 식의 거짓이 아닌 진심이었다. 우리는 아만 호텔에 묵었는데 정말 멋졌다. 모델 일의 가장 좋은 부분이 그런 것이다. 나는 늘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싶다.”

    카렌 엘슨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아이슬란드 여행 사진.
    오른쪽은 뉴욕의 칼라일 호텔

    유명세에 가장 못 미친 곳은?
    “나는 이비자 타입이 아니다. 그런 종류의 광기를 만나면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다. 다시 간다면 이비자섬에서 조용한 곳을 보여줄 사람이 필요할 듯하다.”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파리 같은 곳은 없다. 열여섯 살 때 파리에 살았지만 너무 어려서, 별로 좋은 지역에 살지 않아서 즐기지 못했다. 요즘 나는 친구들과 카페 드 플로르에서 와인을 몇 잔 마시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간다. 베니스도 좋다. 어두워진 뒤 베니스를 거닐면 다른 세기에 살면서 아름다운 미궁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가장 자주 오가는 곳은?
    “내가 사는 내슈빌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이나 런던에 가는 것. 출근길이나 다름없는데, 직항 노선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내슈빌은 아이를 키우기 아주 좋은 곳이다. 아이들은 동네를 마구 뛰어다니는데, 뉴욕에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좋은 음악이 잔뜩 있다. 음식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내슈빌은 대도시에 있는 것을 모두 가졌지만 대도시처럼 넓지 않아 돌아다니기가 훨씬 쉽다.”

    처음 혼자 떠난 여행지는?
    “10대 때 도쿄에서 3개월 동안 있었다. 인터넷이 없을 때라, 에이전트가 지도를 보내줬다. 나는 일본어 표지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참을 헤맸다. 그곳에서 구두 디자이너 타비타 시몬스를 만났다. 당시 시몬스는 모델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함께 살았고, 많은 모험을 했다.”

    당신이 아는 작지만 멋진 곳을 말해달라.
    “파리 리츠의 헤밍웨이 바. 바텐더 콜린은 파리에서 칵테일을 가장 잘 만든다. 1920년대 파리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지닌 곳이다.”

    당신이 묵은 곳 중 가장 스마트한 호텔은?
    “뉴욕의 칼라일. 정말 좋아한다. 거기서 어사 키트(Eartha Kitt)를 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생일에는 우디 앨런이 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걸 보러 가기도 했다. 천국 같은 경험이었다.”

    완전히 망해버린 휴가 경험을 들자면?
    “작년에 ‘세이브 더 칠드런’과 함께 코트디부아르에 갔다. 착륙하고 보니 비자 문제가 있어, 2시간 동안 방에 갇혀 그걸 해결하려 했다. 내 짐은 일주일 뒤에야 도착했다.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우리는 사륜구동 자동차로만 갈 수 있는 작은 마을을 돌아다녔다.”

    호텔 방에서 슬쩍해온 물건이 있으면 한 가지만 밝혀달라.
    “에이, 칼라일이나 샤토 마몽 슬리퍼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길티 플레저가 있다면?
    “비행기 앞쪽 좌석에 앉는 것. 마일리지를 쓰거나 돈을 내는 한이 있어도. 그리고 미리 좌석을 지정하는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미니바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캄파리.”

    가장 후회스러운 여행 기념품은?
    “부탄에는 행운의 심벌이 있다. 거대한 페니스다. 팀 워커가 그게 달린 열쇠고리를 사주었다. 미국에 돌아왔을 때 가방을 검색하는데 그게 나왔다… 굴욕적이었다.”

    세계 여덟 번째 불가사의를 당신이 꼽는다면?
    “히말라야의 탁상 사원. 3시간 동안 산에 올라야 볼 수 있지만, 정말 아름답다.”

    당신이 긴장을 풀고 느긋해지는 방법은?
    “마사지를 받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와인을 마신다. 그리고 내겐 아이가 있으니, 침대에서 룸서비스 음식을 먹고 형편없는 영국 TV를 보는 게 내게는 꿈결 같은 하룻밤의 휴식이다.”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파멜라 핸슨(Pamela Hanson), Trunk Archive, www.snappermedia.com, Courtesy photos
      글쓴이
      프란체스카 밥(Francesca Ba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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