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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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읽을까

2018-06-13T13:19:25+00:00 2018.06.12|

에디터가 읽고 좋아서 뽑은 신간들.

<라곰>

‘라곰’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적절한’이라는 뜻의 스웨덴어이자, 스웨덴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이를 지향하는 잡지 <라곰>이 창간했다. 벌써 두 번 째 호가 나왔다. <라곰>에는 예술가, 셰프, 바리스타까지,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즐겁게 해내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그중 인상적인 기사 일부를 소개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서퍼인 캐머런 유이의 인터뷰다. “자연에 깊이 몰두하게 만드는 서핑은 그 자체로 탈출이다. 해안가를 나는 바닷새를 망연히 바라보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깊은 바다로 잠수하는 건 오직 서핑만이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평화롭고 눈부신 자연을 감상하고 싶다면 서핑만큼 좋은 것이 없다. 또한 서핑은 그 자체로 격렬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곧 닥칠 미묘한 장애물을 간파하고, 그것이 서서히 부풀어 올라 결국 파도로 변하는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다. 이렇게 바다를 읽는 것은 하나의 예술이다. 그리고 마침내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 하나하나에 몸을 싣는다. 미묘한 작은 자극들이 ‘밀물’을 만들어낸다. 초보자에게 밀물이 닥치면, 그는 이제 막 해내야 할 임무에 초 집중할 때처럼 세상이 점점 작아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육체와 정신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느낌을 경험한다. 누군가는 이런 상태를 최적의 의식 상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사리 가방>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쓴 김성라 작가의 자전적 만화 에세이다. 서울에 지친 저자는 고향인 제주에 내려가 어머니와 고사리를 딴다. 비가 내리면 그림을 그린다. 날이 좋으면 다시 고사리를 따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 좋아하는 것을 주워 담는 고사리가방을 들고 다닌다. 제주처럼 그림체도 아름답다.

 

<울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 <위로 받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 시리즈 중 하나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숲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만화로 담겨 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가슴에 남는다. “내 안에는 어떤 풍경이 있다. 네게도 있어?” “몇 번이나 꿈속에 나오는 풍경. 그곳이 정말 있는 곳이라면 얼마나 기쁠까?” “도와주고 싶었어. 그 애를 그 사람을. 하지만 돕지 못했지. 그런 슬픔만이 쌓여간다.” 저자인 이가라시 미키오는 보노보노에 대해 이렇게 인터뷰한다. “전 <보노보노>가 대중적이라고 할까, 심플했으면 해요. 철학처럼 복잡한 걸 문학으로 하려면, 말이 말을 불러서 영원히 설명해야만 하는 세계가 되어버려요. 하지만 그림으로는 그걸 심플하게 표현할 수 있죠,”

 

<그런 책은 없는데요…>

하하하. 재미있다. 서점 직원이자 작가인 젠 캠벨은 런던의 작은 서점을 찾은 손님들의 엉뚱한 요구를 풀어 놓는다. 책을 욕조에 빠트렸을 뿐이라며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 제인에어를 대신 읽어주고 독후감을 써주길 바라는 손님 등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웃기다.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오늘도 열정과서점 직원들과 책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독자들께 바칩니다!” 아래는 일부 내용을 편집했다.

손님 : 안녕하세요. <브레이킹 던> 있어요? 찾아봤는데 서가에 없네요.

직원 : 네. 죄송해요. 지금 <트와일라잇> 시리즈 책들이 품절됐어요. 저희가 주문 넣고 기다리고 있거든요. 내일은 반드시 책이 도착합니다. 약속드릴께요.

손님 : 지금 당장 읽어야해요. 3권을 읽으려고 휴가까지 냈다고요.

직원 : 저희 그 책 말고 다른 좋은 책들도 많은데…

손님 : (코웃음 치며) 그 책에도 로버트 패티슨 나와요?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임경섭 시인의 시집은 앞으로도 사볼 것 같다. 그의 시집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는 않는다>를 펼치다가 그대로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제목 : 불붙은 작은 초 아홉 개
무츠키의 생일은
가을이 시작되는 동시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무렵이었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무츠키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같은 반 친구 몇을 집으로 초대했네
그렇게 가을볕에 발갛게 그을린 다섯 명의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무츠키의 집까지 걸어왔네

무츠키의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생크림 케이크를 준비해두었네
아이들이 둘러앉은 식탁 한가운데
불붙은 작은 초 아홉 개가 꽂혀 있었고 케이크 주위로
무츠키가 좋아하는 포도와 복숭아가 담긴
커다란 접시 하나와 크로껫이 원뿔처럼 쌓인 접시 둘
그리고 아이들 각자를 위한 밥과 국과 반찬들이 여럿
질서 있게 놓여 있었네

무츠키의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자고 말했고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려고 손을 모으던 찰나였네

개새끼
무츠키의 가장 친한 친구 곤이었네
곤은 옆에서 자꾸 간지럼을 태우던 아이를 향해 말했네
개새끼

아이들은 손뼉 장단에 맞춰 생일 축하 노래를 시작했지만
무츠키와 그의 어머니는 손뼉을 치지 못했네
노래가 끝나고 아이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무츠키가 말했네
욕을 하면 어떡해 그것도 남의 집에서
곤이 말했네
우리가 남이냐 너도 욕 잘하잖아
우리 반에서 너만큼 욕 잘하는 애도 없을걸

즐거운 생일날이었네
무츠키의 어머니는 말없이 안방으로 들어갔고
무츠키의 친구들은 왁자지껄 음식을 해치우기 시작했지만

무츠키 혼자만 음식에 손끝 하나 대지 못했네
무츠키는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를
어머니에게 들켜버린 것 같아 괴로웠네
무츠키는 비밀을 누설한 친구 곤보다
생일상을 준비한 어머니가 더 미웠네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지만 않았더라도
무츠키는 괴로울 일이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