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가 자살한 이유

2018.06.12

by 홍국화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가 자살한 이유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의 사망 소식. 안타깝게도 그녀는 오랜 시간 ‘조울증’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습니다.


    “Reta, I know you hate funerals and don’t attend them, but for me would you PLEASE come to MINE, at least. Please!”
    (레타, 언니가 장례식 가는 걸 싫어하는 걸 알지만,내 장례식에는 꼭 와줘야 해!)

    지난 6월 5일,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가 자신의 뉴욕 맨하탄 아파트에서 스카프로 목을 매 자살하기 전 그녀의 언니에게 남겼던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에 놀란 세상은 시끌벅적했습니다. 늘 밝고 건강한 그녀였기에, ‘자살’은 너무 놀라운 뉴스였죠.

    그녀의 딸의 이름을 따 2년 전에 선보인 브랜드, ‘프란시스 발렌타인’ 홈페이지 메인에도 애도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오랜 시간 남모르게 앓았던 ‘조울증’이 밝혀졌습니다. 최근 우울증으로 무척 힘들어하던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이방카 트럼프는 애도의 뜻을 전하며 혹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며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도움을 요청하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녀가 생을 마감하기 전 남긴 유서엔  딸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I have always loved you. This is not your fault. Ask Daddy!”

    (엄마는 널 항상 사랑했어. 이건 네 잘못이 아니란다. 아빠에게 물어보렴!)

    남편인 앤디 스페이드는 케이트 스페이드와 1993년, 브랜드를 만들어 함께 사업을 도맡아오고 있는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케이트가 딸을 키우기 위해 잠시 손을 떼고 앤디 스페이드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개월 전, 두 사람이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항간엔 남편이 이혼을 원해 이로 인한 불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이른 자살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지만, 앤디는 ‘뉴욕타임즈’에 다음과 같이 말했죠.

    “우리는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 떨어져 살았어요. 딸은 서로 돌아가며 돌봤고, 그날 딸은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휴가를 떠나기도 했어요. 우리가 35년을 함께 살면서 단 한번도 이혼을 얘기한 적은 없습니다. 서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깐 떨어져 있던 것 뿐입니다. 케이트는 6년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 증세에 시달렸어요. 우리는 사건이 일어난 당일에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전혀 자살할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우리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트가 오랜 시간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치료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늘 행복하고 즐거워 보여야 하는 브랜드의 슬로건, ‘Happy-G0-Lucky’에 손상을 줄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딸의 양육을 위해 잠시 사업 전선에서 물러나고, 코치(Coach)에서 약 2조 5천억원에 사들여 매각을 한 이후였음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명성을 생각해 자신의 아픔을 꾹꾹 눌러 담았던 디자이너. 그녀의 언니, 레타 사포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어요. 케이트는 항상 활기찼지만,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압박감에 시달린 뒤로 조증 환자가 되었어요. 어떤 땐 지나치게 우울했고요. 지난 몇 년 간 저는 동생이 상담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케서린 제타 존스의 조울증을 완벽히 치료한 의료진이 뉴욕에 왔을 때, 동생과 얘기를 나눴고 우리는 함께 치료 센터에 가기로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아침 갑자기 동생은 불안해 하며 모든 걸 망설였습니다. 심지어 저도 함께 치료를 받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 모든 계획은 무산됐어요. 모든 치료를 포기한 이유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이미지를 위해서였죠.  케이트의 남편인 앤디도 간절히 설득하고, 딸을 돌보자는 계획까지 나누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포기하기로 했어요. 가끔 어떤 사람을 그 사람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리고 동생이 제게 자신의 장례식에 와달라는 얘기를 했죠.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아무 일도 없다고 했습니다. 2014년, 로빈 윌리엄스가 자살했을 때쯤 우리는 산타페의 한 호텔에 있었어요. 그때 이 소식을 TV로 접하던 중, 케이트는 유심히 화면을 쳐다보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마, 그때도 자살 계획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케이트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어요. 친절하고 유쾌했어요. 우리가 6,7시간은 거뜬하게 수다를 떨며 전화하던 시간이 그리울 거에요.”

    런던 패션위크 스케줄을 갑자기 취소하고 자살한 르웬 스콧,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한 알렉산더 맥퀸, 그리고 케이트 스페이드까지. 안타깝게도 패션 디자이너들의 안타까운 자살 뒤엔 늘 우울증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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