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무스의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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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무스의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

2018-06-28T17:54:50+00:00 2018.06.28|

‘자서전’을 써 내려가듯 진심을 담은 여성복을 선보이던 디자이너 자크무스. 이제 그가 다채로운 남성복으로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 쇼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있던 디자이너를 마르세유에서 <보그>가 만났다.


 

지난 월요일, 시몬 포르테 자크무스가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마르세유 근처 바닷가에서 그의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자이너는 칼랑크 국립공원의 이 바닷가를 처음 방문할 때가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 11세? 12세쯤이었을 것 같아요.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죠? 아름답게 미화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예요.” 아주 사적인 이야기, 자크무스가 9년 전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브랜드를 발표하던 그 순간부터 그의 디자인을 구축해온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는 그의 여성복 컬렉션을 본인의 ‘전기’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크무스가 18세였을 때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 기반한다. 그의 새로운 남성복 컬렉션도 마찬가지,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유산을 이어가는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컬렉션을 발표하기 3일 전, 파리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를 찾은 <보그> 에디터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1년 전쯤 저는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이 사실은 저로 하여금 남자에 대해 좀더 이야기하도록 만들었죠. 그렇게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이 탄생했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즉흥적이었죠.” 피팅과 캐스팅으로 가장 정신없을 시기에 만난 28세의 디자이너는 마치 필립 할스먼이 찍은 장 콕토의 사진 속 모습처럼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조용히 처리하고 있었다. 컬렉션 룩을 완성하면서, 스튜디오 한쪽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디자인 팀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시에 아이폰으로 스타일링을 기록하고, 간식으로 신선한 체리를 먹는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완성한 옷을 스스로 계속 피팅하기도 했다. “저에게는 자기가 만든 옷을 직접 입는 남성복 디자이너가 되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공유하고 판매하는 부분에서 진실하고 솔직해지고 싶어요. 제가 값비싼 옷을 사는 사람이 아닌 만큼, 제가 만드는 남성복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시작하죠. 여성복을 시작할 때의 전략과 다르지 않아요. 낮은 가격이지만 강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것이죠.” 

 

 

자크무스는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을 발표하기 몇 달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newjob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해시태그의 사용이 그가 곧 셀린이나 베르사체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더라도 특별히 놀랍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도 2016년에만 5백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낸 브랜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2015년에는 LVMH에서 젊은 디자이너에게 주는 특별상을 받았고 꼼데가르송과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대표 아드리안 조프를 멘토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자크무스는 셀러브리티를 위한 맞춤 드레스를 만들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넬로페 크루즈나 킴 카다시안 같은 이들이 그의 옷을 입은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셀러브리티를 위해 맞춤복을 제작하지 않는 건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그런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데 우리에겐 아직 그럴 여유가 없어서죠.”

 

 

자크무스의 최근 컬렉션 ‘라 봄바(La Bomba)’와 ‘르 숙(Le Souk)’에 등장한 여성들과 그의 남성복 컬렉션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조적이다. 그들은 자크무스의 인생에서 매우 다른 지점에 있다. “그들은 함께 있지 않아요.” 그가 단언했다. “그녀는 세련되고 관능적이죠. 하지만 남자들은 훨씬 더 젊고 순진해요. 물론 좋은 의미로요. 제 남성복 컬렉션은 화려한 색채와 단순함,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수영복은 특히 컬렉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란색 트렁크는 바람에 날리는 하얀색 트렌치 코트와 짝을 이루고, 서핑용 반바지는 마티스에서 영감을 얻은 오렌지색과 노란색 원단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자크무스가 가장 사랑하는 꽃 해바라기를 프린트한 셔츠와 전통적인 작업복 조각을 꿰어 맞춘 듯한 스웨터다. 이런 요소는 그의 남성복 컬렉션이 모두가 꿈꾸는 남동쪽 프랑스의 신선한 공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베이스를 두는 것과 별개로, 디자이너의 심장은 언제나 그의 고향인 말르모흐(Mallemort)를 향한다. 그는 여전히 기회만 있으면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곤 한다. “저의 부모님은 남부 프랑스 농부 출신이에요. 과일과 야채를 보관하던 곳간에서 이제는 자크무스의 전 세계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죠. 아버지와 이모, 가장 친한 친구들이 모두 이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어요.”

 

쇼를 진행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지중해와 하늘이 만나는 지점을 바라보면서 ‘자크무스의 수평선 그 너머엔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독립적이기로 유명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과 가족 사업을 이어오는 브랜드 미쏘니가 그들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시점에, 자크무스도 비슷한 노선을 밟고 싶은 유혹을 느꼈을까? 혹은 루이 비통의 버질 아블로, 디올 옴므의 킴 존스, 벨루티의 크리스 반 아셰처럼 남성복 마켓에서 럭셔리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하는 것이 그에게 또 다른 옵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결국 디자이너가 직접 암시했듯, 일각의 루머를 지속 가능하게 할 만한 몇 번의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럭셔리 하우스에서 1년에 1백억원이 넘는 큰돈을 제시하면서 솔깃한 제안을 하면 정말 놀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저는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어요. 갑자기 사람들을 마르세유로 초대하는 것처럼 저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게 행복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디자이너는 정말 많아요. 하지만 그들의 삶을 살고 싶진 않아요.” 그가 덧붙였다. “저한테 가장 의미가 큰 하우스는 자크무스예요. 그리고 그게 제 어머니의 이름이라는 것만큼은 아주 분명한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