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홀리데이] 첫 번째 목격자, 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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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홀리데이] 첫 번째 목격자, 씨엘

2018-07-25T17:48:34+00:00 2018.07.24|

아티스트 ‘KAWS’가 월드 투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첫 목격자는 ‘씨엘’ 이다. 자유로운 두 영혼이 서로 건네는 메시지.

‘일어나!’
#1 서울, 깊은 밤 씨엘의 방. 문가엔 작은 피규어가 그녀를 향해 있다. 돌연 창밖에서 강렬한 빛이 번쩍인다. 이윽고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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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이 급히 귀국했다. ‘카즈(KAWS)’의 월드 투어 프로젝트 첫 도시인 서울을 대표하는 뮤즈로 서기 위해서다. 카즈는 7월 19일 석촌호수에 28m 대형 작품을 띄우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 ‘Holiday’의 선포 영상을 씨엘과 함께하길 원했다. “브라이언(카즈의 본명)이 전화했어요. 한국에서 처음 하는 대형 전시인데 지인이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의리로 달려왔죠.” 씨엘은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 날 아침부터 새벽까지 촬영을 이어갔다(<보그>와 ‘익스클루시브’로 제작한 영상의 티저와 본편은 〈보그>와 카즈, 여러 셀러브리티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퍼져 나간다. 또한 영상의 결정적인 장면은 <보그>의 지면에 담겼다).

‘홀리데이잖아, 홀리데이!’
#2 계속해서 그녀를 깨우는 목소리.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불빛에 뒤척이는 씨엘.

카즈가 2016년 페로탱 갤러리 서울 전시를 위해 방한했을 때도 씨엘과 함께였다.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제 집에 초대한 기분이에요. 한국에서 최대치의 경험, 좋은 기억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당시에 카즈와 갤러리 애프터 파티는 즐겼지만, 더 많은 곳에 가지 못해 아쉬웠어요. 제게 늘 잘해주는 친구거든요. 작품도 보내주고, 제 동생의 아트 작업에도 참여했죠.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었어요.”

‘일어나, 나랑 밖으로 나가자.’
#3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존재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카즈는 지금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얼마 전에는 킴 존스의 디올 남성복 데뷔 쇼를 빛냈다. 시그니처인 ‘X’ 자 눈을 한 인형 ‘BFF’가 디올 의상을 입고 무대 중앙에 우뚝 솟았음은 물론, 컬렉션 곳곳에 등장했다. 셀러브리티들은 이 귀여운 인형과 사진을 찍으며 관람을 인증했다. 카즈의 작품은 유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미키 마우스, 스누피, 심슨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X’ 자 눈을 합체한 형태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카즈의 별명이 ‘X-ed’일 정도다. 그는 그래피티가 유행한 1980~1990년대 저지시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를 졸업한 뒤 디즈니에서 프리랜스 애니메이터로 일하며 이런 작품 성향을 구축했다. 씨엘은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곧 카즈라고 말한다. “카즈는 따뜻하면서 컬러풀하고 수줍음이 많은 친구예요. 조용히 스마트폰을 보다가 자신의 아이 사진을 슬쩍 보여줘요. 이런 심성이 작품에 드러나는 거 같아요.” 씨엘 역시 실제로 만나 인터뷰하면 꽤 귀여운 어투에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이 옆집 ‘채린이’ 같다. 무대의 씨엘과 확실히 다르다. “평소에 말을 하는 것보다 무대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편해요. 연습 기간이 길어서 그런가 봐요.”

“거기 누구야?”
#4 꿈일까? 호기심을 참을 수 없던 씨엘은 결국 불빛에 이끌려 밖으로 향한다.

씨엘도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 요즘처럼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에 아티스트 씨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나를 잘하기도 어렵잖아요. 각자의 영역에서 평생 그것만 해온 사람들과 콜라보레이션하는 게 훨씬 재미있어요.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그렇게 여러 사람의 ‘레이어’가 어우러지는 게 좋은걸요.” 그녀는 카즈를 비롯해 일본 작가 소라야마 하지메처럼 자신과 스타일이 통하는 작가들과의 작업을 꿈꾼다.

‘네가 와줄 거라고 믿었어.’
#5 익숙한 어둠 속, 낯선 빛을 좇아 당도한 곳에서 씨엘은 거대한 정체를 목격한다. ‘도대체 넌 누굴까? 왜 날 찾아온 걸까?’

카즈 역시 콜라보레이션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6년에 ‘오리지널 페이크(Original Fake)’를 창립해 일본 회사 ‘메디콤토이’와 함께 운영했다. 아쉽게 2013년부터 중단했지만, 당시 오리지널 페이크를 통해 베이프, 슈프림, 버튼, 프라그먼트 디자인, 꼼데가르송 등 여러 패션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고 사랑받았다. 그 후 더 많은 패션 하우스와 일한다. 어느 네티즌은 ‘당신이 미처 몰랐을 KAWS의 10가지 협업’이란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맥주, 코냑, 뷰티, 스케이트보드 회사 등 분야도 다양하다. 카즈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한다.

“진실을 말해줘.”
#6 거대한 정체는 돌연 사라지고, 공중에서 작은 피규어가 떨어진다. 집어 든 씨엘은 반짝이는 눈을 보며 진실을 묻는다. 단서를 찾은 듯 그녀가 한 말은, ‘홀리데이’.

“대학 때부터 여러 회사와 작업했죠. 그들에게 작업하는 방식, 작업물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나에게는 ‘윈윈’인 경험이었죠.” 그에게는 상업과 예술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카테고리인지 상관없어요. 어떤 작업이든 예술의 일환으로 임해왔어요. 아티스트가 그래피티 작업을 하거나, 장난감을 만들거나, 유화를 그릴 때, 나는 그저 작품으로 바라보고, 그것이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려 하죠. 제 콜라보레이션도 좋은 작품으로 보이길 원합니다.” 카즈가 예술을 하는 이유 또한 명쾌하다. “그저 일어나서 무언가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작업하죠.” 씨엘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지난 일은 지난 일, 지금은 지금, 저는 그때그때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어디로 갈까?”

최근 씨엘의 ‘재미있는’ 상황은 영화 촬영이다. 피터 버그 감독, 마크 월버그와 존 말코비치 주연의 영화 〈마일 22>를 함께 촬영한 것이다. 킬러 역할로 예고편에도 등장한다. “친분 있던 피터 감독님이 출연을 제의했지만 처음엔 폐 끼치기 싫다고 거절했어요. 제 분야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감독님이 믿어달라셨고, 촬영 한 달 전에 애틀랜타로 와달라고 전화하시는 바람에 꿈처럼 찍다 왔어요. 그동안 뮤직비디오는 많이 찍었지만 영화는 제3의 눈에서 봐야 하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어색했지만 좋았어요. 만약 피터 감독님과 존 말코비치가 잘해주지 않았으면 못 찍었을 거예요.” 씨엘은 촬영장에서 존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궁금한 것은 알아야 하는 성격이다. 씨엘이 자연과학 관련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도 몸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존처럼 그 분야에 경험 많은 전문가의 얘기가 재미있었어요. 궁금한 걸 물어볼 때마다 친절하게 답해줬죠.”

‘어디든, 네가 원하는 곳으로.’
#8 원하는 곳을 향해 내달려 도착한 곳은 흙먼지 날리는 이 길의 끝. 씨엘은 별안간 피규어를 가방에서 꺼내 힘껏 던진다.

요즘 씨엘의 탐구 영역은 건강이다. “누구나 관심 있는 분야죠. 살을 빼는 자기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정신의 균형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등산을 자주 해요. 한국에 오면 관악산에는 꼭 오르고 싶어 하죠.” 하지만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공해는 너무 많다.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 이 사회를 살아내는 여성이라면 더욱. 최근 일어나는 탈코르셋, 노브라, 노메이크업 열풍 같은 여성 운동에 대해서 씨엘은 공감한다. “이런 흐름이 틀에서 해방시켜 자유를 준다면 찬성이에요.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자유롭게 사는 게 중요해요. 사람은 다 다르잖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되고, 누구를 평가하지도 않으며 살길 원해요. 어떤 슬로건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바도 비슷하다. “씨엘은 저의 또 다른 자아고, 하나의 캐릭터예요. 씨엘에게 어떤 느낌을 받으셨다면, 여러분이 받아들이는 방식 그대로 충분해요. 다만 씨엘로 인해 위로받고 즐거웠다면 최고겠죠.”

#10 비밀을 알고 있는 첫 번째 목격자, 씨엘. 그리고 다시 호수로 사라진 낯선 정체. 이들의 ‘홀리데이’는 이제 시작이다.

이는 카즈가 석촌호수에 선보일 작품 ‘Holiday’와도 연계된다. 그간 석촌호수에서 선보인 플로레타인 호프만의 ‘러버덕’이나 프렌즈위드유의 ‘슈퍼문’과 달리 카즈의 작품은 보란 듯 호수에 눕는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는 ‘휴식’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어요. 물론 한국 관객의 관점은 다 다를 거예요. 각자 살아온 배경과 역사가 다른 사람들이 와서 보잖아요. 그들의 시각을 제가 조정할 수 없고, 그들 자신도 어찌할 수 없어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느끼는 거죠. 만약에 모두가 한 가지 느낌만 받는다면 정말 무서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