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퀼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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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퀼트의 세계

2018-08-06T10:29:40+00:00 2018.08.06|

러시아의 이전 수도 수즈달에서 매년 퀼트 축제(International Quilt Festival Suzdal)가 열립니다.

 

러시아는 모계를 중심으로 섬유예술 및 생활예술이 발달한 나라죠.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의 심볼 및 디자인도 패치워크 퀼트를 차용한 컨셉이었어요.

 

잠깐, 수즈달은 어떤 곳이냐고요? 수도원, 교회, 대성당, 클렘린 같이 역사적이고 로맨틱한 건축물이 가득하여 ‘야외 건축 박물관’이라 불린답니다.

 

그중 수즈달의 백색 기념물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어요. 러시아의 역사와 정교회에서 문화 예술 형성에 큰 역할을 했던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죠.

 

올해 역시 8월 9일부터 16일까지, 러시아 전역과 해외 작가가 참여해 동화 같은 축제가 열릴 예정이랍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대를 받았어요. 이후갤러리가 주축이 되어, 36명의 한국 작가가 40 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어요.

 

한국관 타이틀은 ‘NEW BEAM’입니다. 한국의 ‘누비’를 연상시키는 단어죠? 한국의 바느질이 세상을 향해 새로운 빛을 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단순히 섬유예술이 가지고 있는 미(美)뿐 아니라, 찢고 붙이고 꿰매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노동의 미(美)도 생각하고자 합니다.

 

전시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한국관의 기획자이기도 한 정희기 작가가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들을 보내왔습니다. 잠시 감상해 볼까요?

 

정희기의 <연습되어가는 사람>, 한국

작품 설명 : 사람은 매일 오래된 달을 보고있다. 우리는 생각한다. 사는 동안 저 달에 도착할 수 있을까? 시간은 앞으로 달리기만 한다. 바톤은 시계의 바늘처럼 매일 전달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내게 전해준 바톤이 많아졌다. 뒷 손과 앞 손에 쥐어진 바톤이 바느질 땀처럼 느껴진다. 시간은 사람의 릴레이. 이어나가는 뜀. 내 바톤들은 잘 이어지고 있는 걸까?

정희기 : “저는 잊혀지고, 사라지고, 유기되어가는 것들을 이미지로 형상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바톤을 이어받으며 릴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은 시계 바늘이나, 바늘 땀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와 닮았습니다.  매일 연습을 통해 성장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김홍주의 <대나무 숲>, 한국

작품 설명 : 대나무의 조용한 움직임은 평화를 속삭이는 듯 하다. 그 낮은 속삭임에서 강직한 선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대나무는 길게 뻗은 줄기처럼 올 곧은 정신을 상징했다. 붓과 먹을 이용해 선비정신을 표현했다. 또한 부드러운 천에 실과 바늘을 이용하여 대나무의 정직한 정신과 평온함을 표현했다.

정희기 : “천에 나무를 심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섬유 작가세요. 천에 먹으로 고요한 대나무를 그린 뒤, 다시 아플리케 기법으로 모노톤의 바탕 천에 한그루 씩 대나무를 얹습니다. 차분한 누비선이 정직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작품 앞에 서면 마치 오래된 대숲의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정민기의 <북한산>, 한국

작품 설명 : 서울의 북쪽을 둘러싼 북한산에는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이 있다. ‘북한산 순례길’은 자유, 민주, 정의의 이름으로 목숨을 바친 이들의 넋을 기리고 서울 시민들에게 의미있는 산책길이 된다. 서상일, 여운형, 손병희, 신숙, 김도연, 양일동, 김창숙 등 독립운동가의 정신이 깃든 산을 바라본다.

정희기 : “재봉틀을 통해 사회적,개인적 현상을 재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독립운동사, 근현대사를 소재로 감춰진 이야기를 형상화하고 노동의 현장을 들어냅니다. 가장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에 담겨있는 숭고함을 쪽빛과 황색으로 표현했습니다.”

 

Olga Kharitonova의 , 러시아

작품 설명 : 러시아 수즈달의 자연과 성당의 아름다운 풍경을 퀼트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정희기 : “주로 자연 풍경을 패치워크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천년의 러시아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수즈달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표현해낸 작품이에요. 멀리서 봤을 때 회화 작품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천과 스티치로 작업을 하셨더라구요.  천과 실을 물감으로 사용하는 섬유 작품의 정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Eliraz Dalia의 , 이스라엘

작품 설명 : 북극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여행하는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이다. 이 새는 사랑이든 학문적 야망이든 예술적 열망이든 보금자리든, 삶의 목표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기를 부여 받은 인간의 행동을 비유한다.

정희기 : “2017년 ‘European Patchwork Meeting’에 소개된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이에요. 북극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입니다. 작가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기를 부여 받은 인간의 행동을 이 새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지구 한 바퀴를 여행하는 갈매기의 비행에 동참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