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매직 펑크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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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매직 펑크 쇼

2018-08-12T15:50:28+00:00 2018.08.17|

(왼쪽부터)박윤식의 아이보리 컬러 니트 톱과 비즈 장식 팬츠는 포츠 1961(Ports 1961). 이상혁의 스트라이프 반팔 셔츠는 콰이어티스트(Quietist), 베이지 팬츠는 베리나인플럭스(Verynineflux), 스니커즈는 휠라(Fila), 모자는 자라(Zara). 한경록의 머스터드 컬러 니트 톱과 카키 컬러 팬츠는 자라, 화이트 컬러 레이스업 로퍼는 에이레네(Eirene). 김인수의 베이지 컬러 셔츠는 H&M, 팬츠는 유니클로(Uniqlo). 이상면이 이너로 입은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YMC, 옐로 컬러 스트라이프 셔츠는 위캔더스(WKNDRS),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그레이 스니커즈는 골든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e Brand).

<황야의 무법자>, 이소룡, 커트 코베인. 어느 시절을 떠올리면 영원히 기억나는 이름이 있다. 먼지 더미 추억 틈에서 용케도 살아남아 우연이라도 그 이름이 들려오는 순간 우리 영혼은 그날의 생생한 현장으로 날아간다. 거창하게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개인의 역사에서는 특정 시절을 무한 소환하는 마법의 버튼 같은 것. 한국을 대표하는 펑크 밴드 크라잉넛이 바로 그런 이름이다. 1995년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에는 화산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던 크라잉넛이 있었다. 무대에서 다이빙하며 난장을 벌이던 이들은 슬램(Slam)이나 모싱(Moshing)의 개념도 없던 보수적 한국 공연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친놈’들이었다. 불후의 명곡 ‘말 달리자’가 탄생하고, 옐로우키친과 함께 한국 인디 음악의 새로운 장을 예고한 스플릿 앨범 을 발매한 것도 그 무렵이다.

어느덧 8집이다. 9월 11일 크라잉넛은 신곡을 선공개하며 정규 앨범을 선보인다. 추억에 박제된 전설들과 달리 크라잉넛은 한 번도 멈춘 적 없다. 여전히 활기차며 음악은 싱싱하다. 그야말로 주옥같은 히트곡이 넘쳐난다. ‘말 달리자’ ‘서커스 매직 유랑단’ ‘밤이 깊었네’가 수록된 123집은 인디 음반 최초로 10만 장 이상 판매되었으며 이 기록은 이후로도 깨지지 않았다. 그 밖의 다른 노래(‘좋지 아니한가’ ‘룩셈부르크’ ‘명동콜링’ ‘비둘기’ ‘여름’ 등) 역시 지금도 누구나 흥얼거릴 만큼 익숙하다. 크라잉넛의 음악이 이처럼 다채로운 건 멤버 전원이 싱어송라이터로 각자의 색깔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멤버 교체도 없었다. 옥상에서 기타를 두들기던 서울 동부이촌동 초중고등학교 동창생들이 밴드를 결성한 게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93년. 이후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김인수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크라잉넛은 군대까지 동반 입대할 정도로 끈끈하게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이런 밴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5년 만에 내는 정규 앨범이라 열 곡째 녹음하는 지금도 좋은 곡이 쏟아지고 있어요. 그동안 우리가 살아오며 느낌 감정과 생각을 집약적으로 담아낸 앨범이 될 거예요. 정교한 테크닉이나 화려한 연주력을 내세우기보단 숙성시킨 위스키처럼 25년 차 밴드만의 진한 향취가 녹아 있죠.” 10월 27일에는 서교동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8집 앨범 발매 기념 단독 공연도 열린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연이어 잡혀 있다. 드럭에서 첫 공연하던 그때부터 늘 그래왔듯 음악 작업과 공연은 크라잉넛의 일상이다. 최근에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글렌 매트록과 협연했다. “우리가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동경해온 록 스타와 한 무대에서 공연하다니! 엄청나게 흥분되고 고무적이었죠.”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DMZ에서 처음 열린 록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글렌 매트록과 크라잉넛이함께 ‘말 달리자’를 연주하던 순간이었다. 그 시절의 펑크 키드들은 모두 나이가 들었어도 크라잉넛의 음악만큼은 언제나 스무 살 청춘이다. 시한폭탄 같던 분노가 넉살 좋은 웃음으로 변해가는 동안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는 전보다 더 커졌다. “우린 대단한 성공 같은 걸 바라지 않아요. 다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도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도 기타를 메고 어딘가를 걷고 있을 록 키드들과 동료들이 계속 꿈을 꿀 수 있도록. 그리고 크라잉넛의 음악을 듣는 분들 모두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우리의 인생 자체니까요. 우린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웃음)” —이미혜(컨트리뷰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