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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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증후군’

2018-08-31T00:57:03+00:00 2018.08.27|

우리 손에서 온종일 떠날 줄 모르는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걸 의지하기 때문일까요. 자꾸 건망증이 심해지진 않나요? ‘디지털 치매‘를 의심해봐야 할 순간입니다.


‘디지털 치매 증후군’ 내가 치매라고?

런던대학교에서 1,1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은 ‘수면 부족’과 ‘마리화나 중독’보다 더 지능 지수(IQ)를 저하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죠.

디지털 치매란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개인의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증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2004년 국립국어연구원의 신조어에 올랐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뇌과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치매는 단순히 잊어버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디지털 치매’ 또한 젊은이들이 특히 갈수록 점점 더 자주 잊어버리는 것 이상을 뜻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2007년 한국의 학자들이 처음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치매는 이보다 오히려 정신적인 능력, 사고, 비판 능력에 관한 것이며, ‘정보의 홍수라는 미로’에 관한 것입니다.”
– <디지털 치매>, 만프레드 슈피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7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수는 무려 4,500만여 명에 이르고, 99.4%가 무선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만 3세 이상 인구의 88.5%가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입니다. 하루 평균 20대는 약 14.3시간, 50대는 약 8.5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하죠.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메신저와  SNS에 몰두하고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아주 높습니다. ‘두잇서베이’의 조사 결과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는 사람이 무려 48.8%, 가까운 가족과 연인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33.7%나 됩니다.

대체 왜 기억하지 않는 걸까요?

컬럼비아대학교의 벳시 스패로우 교수와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제니 류, 하버드대학교의 다니엘 웨그너 교수는 “컴퓨터에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더 잘 기억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기억력 실험을 시작합니다.

교수진은 두 그룹으로 나눈 학생들에게 짧은 문장 여러 개를 나눠주고 워드 프로그램에 입력하게 했습니다. 한쪽 그룹에는 “입력한 문장을 저장해두고 언제든 열어볼 수 있다”고 말했고, 다른 그룹에는 “입력한 후 문장이 삭제되므로 다시 열어볼 수 없다”고 말했죠. 그러자 두 그룹 간에 기억력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문장이 삭제된다고 들은 쪽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있었죠. 다시 말해서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하는 경우엔 애써 기억하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저장해두고 언제든 열어볼 수 있는 그룹에 ‘잘 기억해둘 것’을 당부해도, 기억력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감각 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 후 이를 후두엽으로 보냅니다. 자극은 전두엽으로 건너와 사고 작용을 거친 후 전두엽에서 판단을 내리면 행동으로 옮기죠. 정보는 단기 기억 저장소에 저장하는데, 꾸준히 반복하면 장기 기억 저장소에 저장합니다.

이런 꾸준한 학습 과정을 통해 뇌는 ‘기억’을 꺼내어 전두엽에서 행동을 관장하는데,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이 과정을 거의 생략하고 있습니다. 애써 학습하고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면 되니까요. 이것은 ‘분산 기억’이라는 방식인데, 굳이 내가 기억해두지 않고 그 정보를 가진 대상만 기억해뒀다가 필요할 때 찾아보는 것입니다. 어려운 야구 경기를 볼 땐 내가 굳이 그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도, 남편에게 물어보는 것이 편한 것과 같은 이치죠. 이제는 그 대상이 ‘스마트 기기’가 된 것입니다.

이를테면 수년간 다니는 길을 외우지 않아도 언제든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클릭해서 내비게이션을 가동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겁니다. 뇌는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면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합니다. 우리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 때문에 뇌 사용량이 점점 줄어들어 단기 저장소의 정보량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스마트폰을 통해 무분별한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생각이 필요 없는 자극‘에 뇌가 반응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결국 성격은 급해지고 자극과 통제 능력은 떨어지는 것.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통제력 상실, 정신적, 신체적 몰락의 진행, 사회적 퇴보와 고립, 스트레스, 우울증의 악순환도 시작됩니다. 삶의 질이 저하되고 급기야 조기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 <디지털 치매>, 만프레드 슈피처


설마, 건망증 좀 생겼다고 이 정도로  문제가 있나 싶다고요? 뇌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합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다운됐다’는 말을 쓰죠. 순식간에 작동이 정지되는 순간을 말합니다. 뇌는 오류가 생긴다고 곧바로 정지되지 않아요. 뉴런의 신경회로망은 신경세포의 70%가 죽었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85%가 사멸하면 뇌 기능이 현격하게 감소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세포가 있죠. 90%가 파괴되고 나서야 비로소 신경회로망이 간신히 작동하는데, 이러다 어느 순간 아예 뇌 기능을 멈춰버리는 겁니다.
– <디지털 치매>, 만프레드 슈피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인터넷 중독 환자를 모아 반응 억제 기능과 충동성을 측정하는 검사와 뇌파 검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인터넷 중독군에서 알코올, 코카인 증독군과 비슷한 결과가 발견됐습니다. 주의력과 뇌 정보 처리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평소엔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급함을 보이고 자극에 ‘틀린’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평상시 휴식 시간에도 ‘생각’을 멈추고 ‘멍’ 때리는 시간이 많음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넷은 사람의 뇌를 얇고 가볍게 만듭니다. 온라인에 쏟아지는 정보를 ‘훑어보는 습관’을 만들어 호흡이 긴 글을 인내심 있게 읽어내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체크리스트

‘에이, 설마’라는 생각에 안도할 순 없죠. 일본의 고노 임상 의학 연구소에서 발표한 아래의 리스트 7개 항목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이 몇 가지인지 체크해보세요.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1. 외우는 전화번호가 회사와 집 전화 외에 몇 개 되지 않는다.

2. 직장 동료가 아닌 친구와 나눈 대화 중 80%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다.

3.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4. 신용카드 계산서에 서명할 때 외에는 거의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5.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을 처음 만난 사람으로 착각한 적이 있다.

6. ‘왜 같은 얘기를 자꾸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7. 자동차에 내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후로는 지도를 따로 보지 않는다.


어떤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외 없이 ‘디지털 치매 증후군’일 겁니다. 우리는 ‘뇌’ 속에 정보를 저장하는 대신에, 그 정보를 가진 대상인 ‘스마트 기기’를 기억하는 편을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세요.” –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게리 터크 감독이 만든 <Look Up> 영상을 보세요. 단순히 디지털 기기와 멀어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하루 중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집착을 내려두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시간, 나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아이패드와 아이폰과 같은 전자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교육을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멈추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활발합니다. 구글은 직원들과 함께 소유한 전자 기기를 반납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디지털 디톡스 캠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마이호텔 블룸즈버리’ 호텔은 전자 기기로부터 하루 동안 멀어지는 ‘디지털 디톡스 패키지‘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옷이나 가방에 붙이는 전자파 차단 태그, 디톡스 오가닉 주스, 지역의 YMCA 체육 센터 입장권과 숙박권을 제공하는 패키지입니다. 묵는 동안은 TV나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쉬는 것!

습관이 지나치면 중독이 됩니다. 중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마음과 몸에 피해를 가져다주기 마련입니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을 가짐으로써 고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소소한 습관을 몸에 익혀보세요. 간단한 숫자는 암산하고 짧은 글은 메모하며 머리에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내려놓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거죠! 어렵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