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픽사보다 에릭 오

2018.08.26

by VOGUE

    픽사보다 에릭 오

    에릭 오(Erick Oh, 오수형)는 픽사의 애니메이터로서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현재는 ‘톤코 하우스(Tonko House)’ 소속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단편 애니메이션 10여 편을 감독했으며, <댐 키퍼(The Dam Keeper)>는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신에게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움직이는 그림이자 나의 일기다.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애니메이션이 가장 재미있기 때문이다.

    가장 아끼는 자신의 작품은?
    2008년 작 <심포니(Symphony)>.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에 움직임과 비전을 넣었다. 어찌 보면 추상적인 흑백의 움직임이지만, 나의 근간이 된 작품이다. 살바도르 달리, 미야자키 하야오, 팀 버튼, 디즈니 등에 영향을 받으며 여러 시도를 해오다가 이 작품으로 ‘에릭 오 스타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비메오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에릭 오 스타일’은 무엇인가?
    주제나 이야기에 개인적인 동기가 중요하다. 무엇이든 내가 세상을 보는 시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픽사라는 메이저 스튜디오에 있으면서도 개인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픽사 작품은 알다시피 내러티브 구조의 명확한 캐릭터, 대중 친화적인 영화 문법이 존재한다. 이 또한 열심히 익히면서 개인 작업에선 실험을 했다. 애니메이션이 애들 보는 만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깊은 성찰이 가능한 예술 기법임을 보여주자는 책임감이 들었다.

    픽사에서 나와 톤코 하우스를 설립한 이유는?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픽사를 꿈꾸지 않을까. 나도 7년 가까이 있으면서 재밌었다. 하지만 한 번도 뼈를 묻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내 얘기를 할 기회가 온다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픽사에 재직 당시 동료 감독들과 <댐 키퍼>를 제작해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동료가 톤코 하우스를 설립하자 2년 후인 2016년에 내가 합류했다. 톤코 하우스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기보다는 다양한 예술 매체를 다루는 곳이다. 픽사가 3D 애니메이션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3D, 2D 영화, TV 시리즈를 제작하고 파인 아트와 합작한 전시도 연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 북을 만드는데 손에 잡히는 책의 물성에 맞는 표현 기법을 고민 중이다. 또 비디오 아트 개념의 애니메이션으로 전시도 하고 싶다.

    지향하는 아티스트는?
    동세대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오렐리(David O’Reilly)의 태도를 좋아한다. 그는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해 영화 <그녀(Her)>에서 게임을 연출하는 등 영화와 게임,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오가는 팝 아티스트다. 나도 애니메이션 감독을 넘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스토리텔러이고 싶다. 또 <마인드 게임(Mind Game)>이란 애니메이션을 만든 마스터, 유아사 마사아키(Yuasa Masaaki)도 좋아한다. 세상을 표현하는 그분의 방식이 좋다.

    활동 무대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방한한 이유는?
    한국의 음악, 게임, 웹툰과 비교해 애니메이션 시장은 너무 힘들다. 어린이, 유아를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와 TV 시리즈 시장은 발달한 반면에 예술 시장은 죽어간다. 좋은 소재와 이야기는 실사영화로 흘러가고, 작가들이 놀 수 있는 장이 없다. 톤코 하우스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이곳을 어린 친구들이 일하고 싶은 신으로 만드는 데 작으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민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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