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ditor’s Holiday: 정제된 미학의 도시, 헬싱키

2018.09.04

by 송보라

    Editor’s Holiday: 정제된 미학의 도시, 헬싱키

    북유럽에 대해 신비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건 저 하나만은 아닐 겁니다. 그중에서도 핀란드의 헬싱키는 그동안 봐온 어떤 도시와도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죠. 어딜 가나 똑같은, 화려한 도시 풍경에 질렸다면 이 조용하고 점잖은 도시를 추천합니다.

    Where to Stay

    호텔 세인트 조지(Hotel St. George)

    핀란드의 유명 호텔 그룹 캄프 컬렉션(Kämp Collection)에서 지난 5월에 오픈한 호텔입니다. 핀란드 국립극장을 설계한 건축가 온니 타르야네(Onni Tarjanne)가 1890년에 완성한 유서 깊은 건물로 그동안 핀란드 어문학회와 핀란드 최초의 신문사 인쇄소 등이 자리했죠. 지금은 레스토랑과 바, 모던 스파, 수영장을 구비한 세련된 호텔로 탈바꿈했습니다.

    건축가 온니 타르야네의 19세기 건물을 리뉴얼한 호텔 전경.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이 천장에 전시된 윈터가든 바.

    세인트 조지 베이커리 앤 바.

    사우나 앤 풀.

    각 방은 비트라(Vitra), 클라시콘(Classicon), 앤트레디션(&Tradition)과 시바스트(Sibast)의 모던한 가구로 채워져 있습니다. 핀란드의 현대 추상미술 작품과 여러분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루이스 풀센 조명은 기본. 그 외에도 호텔 곳곳에는 도시의 주요 갤러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예술 작품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What to Do

    #건축물 구경하기

    헬싱키에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캄피 교회, 핀란디아 홀 같은 멋진 현대 건축물도 많지만 핀란드의 역사를 반영한 다양한 스타일의 옛 건축물을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답니다. 우스펜스키 대성당으로 대표되는, 19세기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지어진 화려한 러시아풍과 신고전주의 건물, 독립 후 핀란드인 특유의 실용성을 반영한 절제되고 모던한 디자인의 건물, 기능주의적 심플함에 장식을 가미한 아르누보 양식 등. 서로 다른 양식의 건물이 늘어선 골목을 걷노라면 마치 옛날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디자인 뮤지엄 바로 뒤편의 건축 박물관에 가면 역사와 건축 경향에 대한 재미있는 내용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어요.

    20세기 초에 지어진 후빌라카투 거리의 파스텔 컬러 건물들.

    고전주의 미학과 기능주의의 모던함이 결합된 아르누보 건축 양식.

    러시아의 비잔틴 슬라브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우스펜스키 대성당.

    #뮤지엄 방문하기

    디자인으로 유명한 핀란드 수도의 디자인 뮤지엄치고는 규모가 작고, 심지어 허름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그때그때 깊이 있는 전시를 특별전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헬싱키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죠.

    핀란드 고전 미술과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아테네움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후고 짐베르크, 헬레네 세르프벡 같은 작가의 독특한 화풍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핀란드인만의 남다른 감성을 발견하게 해주니까요.

    후고 짐베르크의 '상처입은 천사', 1903.

    헬레네 세르프벡의 '자화상', 1912.

    핀란드에서 가장 많은 클래식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아테네움.

    헬싱키의 현대미술관인 키아즈마는 핀란드뿐 아니라 해외 작가들의 전시를 진행합니다. 현대미술관답게 영상이나 실험적인 설치 작품에 초점을 맞춘 전시가 아주 흥미롭고,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작가보다는 우리에게 덜 알려진 작가들 혹은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 구경하기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구경하지 않는다면 헬싱키에 가봤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 매장으로 선정된 곳은 고루 퍼져 있지만 우덴만카투, 에로타얀카투, 프레드리킨카투 거리가 교차하는 곳에 대부분 몰려 있답니다. 다만 아주 화려하거나 알록달록할 거라고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헬싱키의 다른 곳처럼 아주 점잖고 소박한 거리라서 작은 매장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길지 않은 거리라서 여유롭게 천천히 걸어도 좋고, 미리 디자인 디스트릭트 맵에 가고 싶은 매장을 표시해서 찾아가도 좋아요.

    로칼(Lokal) 컨셉 스토어.

    로칼(Lokal) 갤러리.

    아르텍(Artek) 헬싱키 매장 내부 전경.

    라퓨안 칸쿠리트(Lapuan Kankurit) 스토어 & 스튜디오.

    가구 편집 매장 포름베르크(Formverk).

    디자인 디스트릭트 거리 풍경.

    Where to Eat

    #예스 예스 예스(Yes Yes Yes)

    주소: Iso Roobertinkatu 1, 00120

    헬싱키에서 요즘 제일 핫한 베지테리언 레스토랑. 마이애미풍의 컬러풀한 인테리어는 인스타그램에 딱이고, 모던 베지테리언과 비건 푸드로 구성한 메뉴는 아주 트렌디하죠. 다양하게 시켜서 나눠 먹는 컨셉으로,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신선하고 풍부한 식감의 요리가 특징입니다.

    #콜모넨(Kolmon3n)

    주소: 11 Kolmas linja, 00530

    헬싱키의 힙스터들이 모여 사는 동네 칼리오에 있는 레스토랑. 10개도 안 되는 테이블이 버거워 보일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훌륭한 모던 노르딕 퀴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캐주얼하면서도 노련한 서빙은 덤. 핀란드 내에서 구한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는 양도 푸짐합니다.

    #폰투스(Pontus)

    주소: Kapteeninkatu 26, 00140

    헬싱키에서 이탤리언 피자가 그리워지면 폰투스를 추천합니다. 푸근한 인테리어에 이탤리언 파인 캐주얼 다이닝을 표방하는 곳이죠. 피자와 라자냐, 푸짐한 샐러드 메뉴는 무엇을 선택하든 안전합니다. 익숙한 메뉴 가운데 숨어 있는 발틱 청어 같은 새로운 토핑의 피자도 시도해보세요.

    Where to Shop

    #사무지 하우스(Samuji House)

    사무지는 여성 RTW와 코티 홈 컬렉션을 선보이는 핀란드 디자이너 레이블입니다. 유럽과 일본에서 질 좋은 원단을 공수하고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한 프린트를 적용, 실용적인 의상을 제작하죠. 사무지 하우스는 본사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여성복과 액세서리뿐 아니라 란제리, 인테리어 소품, 다양한 원단을 판매합니다. 운이 좋으면 샘플 세일 기간에 매장을 방문할 수도 있어요. 발랄한 마리메코와는 또 다른, 심플하고 우아한 북유럽 스타일의 옷을 살 수 있는 곳이에요.

    #마키아(Makia)

    북유럽답게 지속 가능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핀란드의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입니다. 원래 헬싱키 항만 지역에서 비가 많이 오고 거친 북유럽의 날씨에 적합한 기능성 의류로 처음 만들었죠. 어부들이 많이 입는 메리노 울 소재, 방수용 왁스 코팅 원단은 도시 환경에도 맞게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미해 젊은이들 사이에도 인기입니다. 특히 쿨한 인테리어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면 뭐든 사고 싶어지죠.

    #요한나 굴리히센(Johanna Gullichsen)

    핀란드에서 리빙 제품 하나쯤은 사야 합니다. 패브릭 디자이너 요한나 굴리히센의 매장은 스칸디나비안풍의 패턴 원단과 그 원단으로 만든 가방, 쿠션, 러그, 테이블보 등 다양한 리빙 제품을 구비했죠. 패턴은 그려서 찍어낸 게 아니라 손으로 직조한 것이어서 무엇을 사든 생각보다는 가격이 나갈 겁니다. 하지만 비싼 만큼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형태와 견고하고 톡톡한 두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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