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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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2018-09-11T23:41:46+00:00 2018.09.11|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타인을 통제하고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는 심리학 용어로 직장 혹은 가정, 연인 사이에도 만연합니다. 정확한 의미를 알아볼까요?


가스라이팅이란? 

가스라이팅가해자가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무력화시킨 후 지배력을 행사하고 피해자를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병리적 심리 현상입니다. 끔찍한 심리적 조작 수법이죠. ‘가스등 이펙트’라고도 합니다. 작가 패트릭 해밀턴(Patrick Hamilton)이 1938년에 연출한 스릴러 연극 <Gaslight>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연극은 이런 내용입니다. 남편 잭은 보석을 훔치기 위해서 이웃집 부인을 살해합니다. 그리고 보석을 찾기 위해 가스등을 켜죠. 당시 가스등을 켜면 가스를 나눠 쓴 다른 집의 불이 어두워져 눈에 띄곤 했습니다. 이로 인해 보석을 찾는 행동이 들킬 것을 염려한 남편은 집안의 물건을 숨기고는 아내 벨라가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며 호통을 치기 시작합니다. 잭이 보석을 찾느라 위층에서 분주하면 아래층에 있던 벨라가 “어둡고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고 얘기하는데, 남편은 “네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정신병자로 몰아세우죠. 의아하던 벨라는 점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력감에 빠집니다. 그리고 자신을 지적하는 남편에게 더 의지하면서 자아를 잃고 망가지게 됩니다.

이 연극은 1944년 조지 큐커 감독의 영화 <가스등 (Gaslight)>으로 각색됐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복종에 대한 경고

‘가스라이팅’은 심리적 폭력이자 학대입니다. 일방적으로 의심받는 심리적 가학 행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가해자에게 맞추려 애를 씁니다.

미국의 심리 치료사인 로빈 스턴 박사는 자신의 저서 <가스등 이펙트(The Gaslight Effect)>에서 가스라이팅 피해 사례와 대처 방안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심리 치료사인 로빈 스턴 박사는 연인 사이에 가스라이팅으로 고통받는 피해자와의 상담 중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가 저에게 어떤 짓을 해도, 전 변함없이 그를 사랑할 거예요. 무조건적인 사랑이 그런 거잖아요.”

박사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가스라이팅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거든요.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직장 내 모든 관계에 통용됩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죠. 무조건적인 사랑이 뭐냐고요? 이런 겁니다.

전 당신이 어떻게 대하든, 무슨 짓을 하든, 똑같이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내 걱정하지 마세요. 데이트 약속? 어겨도 괜찮아요. 내 기분은 무시하고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난 당신이 사랑을 가득 줄 때처럼 변함없이 당신을 생각할 거예요. 난 이렇게 좋은 사람이니까요. 이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니까요. 당신의 행동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거죠.” 

주변 사람들에게 맞추고 베푸는 것이 좋아서,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을 원했을 뿐인 따듯한 사람은 가스라이팅 가해자에게 “넌 이기적이고 무신경하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비난마저 감수하는 사람일수록 가스라이팅의 타깃이 된다는 사실.


가스라이팅을 겪고 있다는 징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인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현실에서 겪는 모든 반응과 경험을 믿지 못하는 상태로 몰락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로빈 스턴 박사가 분석한 가스라이팅의 징후를 한번 보세요. 단순히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파트너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당신을 조종하고 무능하다며 심리적으로 짓밟고 있음을 지적하는데도 모른 척하는 정도라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 평소 내가 한 말을 자꾸 되새기고 후회하며 자책한다.

·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자문한다.

· 가끔 지나치게 혼란스럽고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 나는 늘 상대방에게 사과한다.

· 내 삶은 충분히 축복받은 부분이 많은데, 왜 더 행복하지 않은지 이해가 안 된다.

· 친구들에게 파트너의 이상행동을 계속해서 변명한다.

· 더 이상 변명하며 설명하기 싫어서 말하지 않고 숨기는 일이 많다.

·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만, 스스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 파트너가 나를 무시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것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 간단한 결정조차 스스로 하기 힘들다.

· 예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다. 그를 만나기 전의 나는 분명 지금보다 자신감 있고 즐겁고 편안했다.

·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며 뭘 해도 기쁘지 않다.

· 뭘 해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 같다.

· 나는 내가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여러분에게 가스라이팅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나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래 가스라이팅의 과정을 충분히 알아두세요. 이것은 아주 은밀하고 미묘한 심리적인 폭력입니다. 만약에 당신 혹은 당신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반드시 그 관계를 끊도록 애써야 합니다.


가스라이팅 가해자의 행동 단계

1단계: 관계 형성

가해자: “나니까 네 얘기를 들어주지.”

가스라이팅이 일어나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매우 밀접한 관계입니다. 가족, 선생님, 직장 상사, 애인이죠.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타인의 경계심을 풀고 조종하는 데에 능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대부분이며 일반적인 관계에서도 충분히 일어납니다.

2단계: 기억 왜곡

가해자: “넌 왜 또 이런 잘못을 반복하는 거야?”

관계가 형성되면 가해자는 피해자가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자신감을 잃게 만듭니다. 스스로 판단력을 상실하도록 무력화시킨 후, 자신이 대신 판단하고 결정하려고 하죠. 이때엔 물리적인 힘이나 사회적인 권력으로 피해자를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그 후엔 사실이 아닌 일도 일어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기억을 왜곡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을 불신한 채 왜곡된 기억을 믿기 시작합니다.

3단계: 미니마이징

가해자: “주변 사람들이 널 얼마나 알아? 내가 더 잘 알지.”

정상적인 사람이 2단계까지 쉽사리 갈 리 없습니다.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3단계에 이르면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자가 이상해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이때입니다.

4단계: 무시

가해자: “내가 분명히 기억해. 넌 왜 생사람을 잡아? 쓸데없이 예민하네.”

이때부터 가해자는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나 자신의 의구심으로 가해자에게 의문을 갖기만 해도 ‘지나치게 상상력이 많은 예민폐’로 몰아가죠. 연인 사이에선 ‘쓸데없이 집착이 심하다’, ‘애먼 사람 잡아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군다’고 몰아붙이는 파트너가 있다면 받아들이지 말고 의심하세요. 이 단계에 들어서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기억과 판단력, 감정까지 ‘잘못됐다’고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결론은? 피해자는 가해자가 원하는 대로 통제될 수밖에 없죠.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행동 단계

1단계: 논쟁

피해자: “네 생각, 너무 억지 아니야?”

이때만 해도 내 파트너가 고집이 세구나 생각하고 타이르며 대화로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 단계만 해도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굳건한 상태죠.

2단계: 매달림

피해자: “내 얘기 좀 들어줘, 제발.”

피해자는 가해자의 눈 밖에 날까 봐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언쟁이 끊이지 않죠. 피해자는 ‘옳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얼마나 착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는지를 증명하기 시작합니다.

3단계: 자책

피해자: “난 왜 이따위일까.”

큰일입니다. 이제 가해자의 룰로 완전히 들어섰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고, 가해자의 비난이 다 맞다고 믿게 됩니다. 자신의 상식에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온 힘을 다해 가해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가해자가 비난한 결함에 집착하고 고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가스라이팅 가해자의 목적은?

가해자가 원하는 대로 피해자의 삶을 조종하기 위해, 당신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앗아가고 홀로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 

가스라이팅의 늪에 빠지는 가장 큰 실수는 ‘대화’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려고 하며, 자신을 증명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조종’하기 쉬운 상태가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스라이팅이 존재하는 관계는 사랑이 아닙니다

끔찍한 가스라이팅의 덫에 사로잡혀 있다면,  ‘내가 조금 더 참고, 더 잘해서‘ 이 관계를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이 피해자라면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대화’로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됩니다. 가해자의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하면 반드시 ‘중단’해야 합니다. 차라리 ‘회피’가 낫습니다. 정면으로 부딪칠 수도, 부딪쳐서도 안 됩니다.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호소하세요. 누군가의 감정의 노예로 허우적대며 바보같이 사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숨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이 잔인한 관계의 해결책은 단 하나, 단절뿐입니다. 그리고 절대 돌아보지 않아야 합니다.

“이건 옳지 않아.  지금 이 기분도 내가 원하는 감정이 아니야. 이런 대화를 더는 이어가고 싶지 않아. 다시는 연락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