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저장강박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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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저장강박장애’

2018-09-13T23:14:10+00:00 2018.09.13|

귀찮다는 이유로 정리를 손 놓아서 어지러운 방. 그냥 ‘제때 안 치워서’ 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스마트폰 사진첩에 8천 장이 넘는 사진이 가득한가요? ‘저장강박장애’일지도 모릅니다.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인 요즘. 자, 일단 본인의 방을 한 번 둘러 보세요. 쓸데없이 너무 많은 물건으로 들어 차 있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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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깔끔한 집을 꿈꾸지만, 사실 현실은 주체할 수 없는 물건들로 뒤죽박죽 섞인 방이 일상인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의 방과 <호타루의 빛> 속 호타루의 방이 어마어마하게 지저분했던 것을 기억하시죠?

일본 드라마 ‘노다마 칸타빌레’ 노다메의 방. 방 안에서 자라고 있는 버섯도 발견됐답니다.

물건이 많아도 깔끔하게 정리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쌓고 쌓아두다 보면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진처럼 같은 물건을 여러 개 사두고 무작정 쌓아 두고 있진 않나요? 귀찮아서 물건을 뜯어보지도 않고 내버려두나요? ‘나중엔 필요하겠지!’란 생각으로 사거나 버리지 못하나요? ‘저장강박장애‘일 수도 있습니다.

맥시멀리스트? NO, 저장강박장애

저장강박장애라는 미국 정신 의학 협회의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서 2013년부터 새로운 진단 명으로 분류한 증상입니다. 성인의 약 5%가 가지고 있는 정신 질환이죠. 의사 결정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보통 10대에 발현되며, 심지어 가족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장강박장애의 80%가 직계 가족 중 한 명과 동일한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물건의 가치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애착과 책임감을 가지고 물건을 과도하게 수집하고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고통을 느껴 차마 버리지 못하는 정신 질환입니다. 그저 좀 게으르고, 욕심이 많은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강박장애로, 이들의 75%는 불안증과 우울증, 치매, 조현병을 동반합니다.

먼저, ‘저장강박장애’를 진단하는 몇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실제 가치와는 상관없이 소지품을 버리거나 소지품과 분리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어려워한다.

B. 이런 어려움은 소지품을 보관해야만 하는 인지적 필요나 이를 버리는 데 따르는 고통에 의해 생긴다.

C. 소지품을 버리기 어려워해서 결국 물품들이 모여 쌓이게 되고이는 소지품의 원래 용도를 심각하게 저해하여 생활을 어지럽히게 된다생활이 어지럽혀지지 않는다면그것은 가족 구성원이나 청소부다른 권위자 등 제 3자의 개입이 있을 경우 뿐이다.

D. 수집광 증상은 (자신과 타인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포함하여사회적직업적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개인의 삶을 손상 시키고 저해하는 결과를 부른다.

E. 수집광 증상은 뇌 손상과 같은 의학적 질환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F. 마찬가지로 다른 정신 질환의 징후도 아니다. 


불안, 우울, 강박 및 치료를 연구하는 국제비영리단체 ADAA(Anxiety And Depression Association of America)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물건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2. 물건을 버릴 때 심각한 불안을 경험한다.

3. 같은 물건끼리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

4. 가진 물건에 압도 당하거나 매우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5. 남이 내 물건을 만지면 의심스럽다.

6. 갖고 있는 물건을 다 썼는데 다음에 필요할까봐 두렵다.

7. 물건이 실수로 버려졌을까 봐 쓰레기를 확인한다.

8. 먹거나, 자거나, 요리할 공간이 없다.

9.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10.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

11. 건강 상 문제가 있다.


왜, 쓸데없이 물건을 모을까?

저장강박장애는 ‘콜렉터’와는 엄연히 다른 만성 질환입니다. 콜렉터는 특정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관련된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을 일컫죠. 저장강박장애를 가진 사람은 단순히 ‘버리고 싶지 않아서’,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는 물론 ‘물건의 운명에 책임감을 느껴서’란 이유에서 병적으로 물건을 모으죠.

저널리스트 프란신 루소(Francine Russo)는 자신의 책 <우리 물건, 우리 사진(Our Stuff, Ourselves)>에서 저장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린 시절,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심리학자 존 보울비(John Bowlby)의 연구 결과, 부모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 아이는 ‘불안정 애착형‘ 혹은 ‘회피 애착형‘으로 변했습니다.  불안정 애착형은 애정을 과도하게 갈구하고 변덕을 부리며, 회피 애착형은 타인과 친밀해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성향입니다.

사람보다 나은 물건

특히 이 ‘불안정 애착형’에서 소유물에 대한 극단적인 애착, ‘저장강박장애’가 빈번하게 발견됩니다. 사람보다는 변함없이 한결같은 물건에서 안정과 위로를 발견하는 것이죠. 그래서 물건을 ‘의인화’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물건에도 애착을 갖습니다.


데이터 호더(Data Hoarder)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과 데스크탑에 저장한 많은 사진과 문서 파일을 무작정 ‘저장’만 하고 있지 않나요? 스마트 폰에 쓸모 없는 사진과 캡쳐를 포함해 8000장이 넘는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면 예외는 아닐 겁니다. 메일함에 안 읽은 메일이 1000통이 넘는다고요?

디지털 파일과 데이터도 삭제하지 ‘못’하고 쌓아두는 데이터 강박 저장 장애를 ‘데이터 호더’ 혹은 ‘디지털 호더’라고 합니다. 정보 관리 회사인 ‘베리타스코리아’는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 13개국 1만 22명의 IT 직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데이터 적체 현황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무직 회사원들의 69%가 데이터를 정리하고 삭제하려다가 (귀찮아서) 포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오래된 문서와 읽지 않은 메일, 필요 없는 프로그램과 사진, 동영상, 음원파일은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방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단점이 있냐구요? 더 많은 저장 용량을 ‘유료’로 구비해야하며, 제때 필요한 정보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결국 찾다가 포기해 새로 찾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다 정리하려고 하면 포기를 하게 되므로 일 주일에 한 번, 정한 날에 정한 시간 만큼 치우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유합니다. 비록 당장에 조금 정리한다고 해서 티가 안 나더라도 한 달이 지나면 놀랍게도 변한 주변 환경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