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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쓰레기통? ‘공감피로’의 시대

2018.09.17

by 홍국화

    감정의 쓰레기통? ‘공감피로’의 시대

    소통의 시대. 그만큼 ‘공감’의 중요성이 대두 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만큼 나에겐 ‘공감 피로도’가 쌓인다는 사실도 알고 계신가요?


    공감 피로란?

    공감피로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야기되는 뜻밖의 정신적인 충격이다.

    공감피로(Compassion Fatigue 혹은 Empathy Fatigue)란 다른 사람을 돕는 직업(상담자, 경찰과 소방관, 의사와 간호사 등)을 가진 서비스 분야의 사람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을 돌보며 겪는 증상으로 ‘열정 피로‘라고도 부릅니다. 공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감정적, 신체적으로 지친 상태죠.


    1992년 조인슨(Joinson)박사가 간호사들의 번 아웃 현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단어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힘든 상태의 환자와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면서 치료 이외에도 많은 정서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는 사실을 주목한 것이죠.

    <가디언>지는 18세기 철학자들도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헌신적으로 공감한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진 기록도 알린 바 있습니다.

    불친절하고 냉정한 의사

    신경 과학자인 저드슨 브루어(Judson Brewer)는 자신의 저서 <크레이빙 마인드(The Craving Mind)>에서 의사의 감정소모와 공감피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사실 의사의 공감 지수가 높을 수록, 환자의 회복 기간이 짧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습니다. 먼저 환자의 고통을 목격하고(계기), 자기 보호를 위해 수축하거나 거리를 두고(행동), 기분이 나아지는(보상) 단계를 무수히 거치게 됩니다. 수축할 때마다 의사는 경직되고 회복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임상 수련에 뛰어드는 의과대학 3학년이 되면 공감 능력이 꽤 많이 떨어집니다. 레지던트 과정에 진입하면 공감 능력의 감소는 계속되어 정식으로 의사가 될 무렵엔 60퍼센트 가량이 에너지의 고갈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저드슨 브루어는 이 맘 때 의사들은 감정이 소진되면서 환자를 물건처럼 대하기 시작하고 회복력을 잃는다고 합니다. ‘공감 피로’의 과정이죠. 

    의사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만나는 친구와 동료, 가족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긴밀히 연결된 사람들과도 많은 정서적 공감을 나누고 지내죠. 한병철 교수는 자신의  책 <피로 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며, 당신은 당신 자신의 착취자”라고도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공감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피로를 몰고 오는 건 아닙니다. 반복된 과정을 겪으며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 결과입니다.감정적인 고통을 지속적으로 공감해주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충격이 머물고 아래와 같은 증상이 발현됩니다.

    공감피로의 증상은?

    물론,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반응과 흡사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며 타인에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면 ‘공감피로’의 상태일 확률이 높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와 달리, 공감피로의 증상은 갑자기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 기억을 자주 잊어버린다.
    • 무언가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 과거를 곱씹는 일이 늘었다.
    • 공포와 슬픔, 분노와 절망은 늘고, 기쁨과 행복이 줄었다.
    • 먹기만 하면 체한다.
    • 두통이 잦고 잠에 쉽게 들지 못한다.
    • 상황을 회피 하고만 싶다.
    • 일에 대한 의욕이 없다.
    • 직업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이 맴돈다.
    •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게 불편하다.

    공감피로는 어떻게 극복할까?

    타인의 정서적 공감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이슈의 공감도 ‘공감피로’를 야기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주기적으로 적절히 사람과, 미디어와의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타인과 교류를 기피하기 보다는 주변 사람을 믿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입니다. 예들 들어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무언가를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대신, 그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적임자가  있다는 것을 단호하게 믿어보는 겁니다. ‘절망’도 에너지거든요. 절망하는 대신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찾는 게 훨씬 좋습니다.

    <공감에 맞서다(Against Empathy)>를 쓴 폴 블룸(Paul Bloom)은 책에서 이런 조언을 던지기도 했죠.

    “모든 사람을 돕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생각을 버리세요.”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참고문헌
      Compassion Fatigue: Coping with Secondary Traumatic Stress Disorder in Those Who Treat the Traumatized (Charles R. Fig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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