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뚱뚱한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

2023.02.20

by VOGUE

    ‘뚱뚱한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

    9월, 소셜 미디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바로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가 애용하는 LA 기반의 온라인 편집숍 ‘리볼브(Revolve)’에 올라온 스웨트셔츠 한 장 때문이었죠.

    “Revolve, 너희 정말 엉망진창이구나.”

    이 사건의 신호탄이 된 건 영국의 유명 플러스 사이즈 모델 테스 홀리데이(Tess Holliday)의 트윗이었습니다. 리볼브 사이트에 올라온 “Being Fat is Not Beautiful. It’s An Excuse(뚱뚱한 건 아름답지 않다. 그저 변명일 뿐이다)”라고 적힌 스웨트셔츠를 입은 모델 사진을 올리며 리볼브를 공개적으로 비난했죠. 테스 홀리데이는 특히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ity)’ 움직임에 앞장선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트윗을 시작으로 많은 유저들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해당 이미지를 퍼 나르며 리볼브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 주여, 리볼브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리볼브는 사이즈도 XL까지밖에 나오지 않는, 이 스웨트셔츠로 마케팅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나저나 마른 모델에 입힌 건 또 어떻고? 리볼브가 인플루언서들의 다양성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지 고려해봐야겠는걸.”

    “아름다움은 사이즈에서 나오는 게 아니야. 그런데 무지함은 불안함에서 나오는 거지. 리볼브는 형편없어. 이런 메시지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무식하기 이를 데가 없어. 아니면 그저 자신감이 없는 건가? 몸매를 까는 척하며 관심을 끌기 위해서만 혈안이 돼 있고 말이야.”

    논란이 된 스웨트셔츠 외에 해당 컬렉션의 다른 티셔츠에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문구가 프린트되어 있었습니다.

    “Slut feminist nightmare(헤픈 페미니스트의 악몽)” “Horrible result of modern feminism(현대 페미니즘의 끔찍한 결과)” “Too boney to be boned(너무 말라서 섹스하기 좀 그렇다)” “If you translated a bum onto her face, she’d have a better face(엉덩이를 그녀의 얼굴에 붙이면, 더 나은 얼굴을 가질 수 있을 것)”…

    그런데 말이죠, 이 프린트엔 반전이 있었습니다. 논란이 된 해당 문구 아래에는 아주 작은 크기로 또 하나의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바로 “As said to @palomija(누군가가 팔로마 엘세서(@palomija)에게 한 말에 따르면)”.

    자, 내막은 이렇습니다.

    해당 컬렉션은 브랜드 LPA와 레나 던햄,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카라 델레빈, 수키 워터하우스, 팔로마 엘세서 등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그들이 당한 모욕적인 댓글을 프린트해서 사이버 불링을 예방하기 위한 의도로 시작한 캡슐 컬렉션이었죠.

    거센 비난이 계속되자 리볼브 측이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사이버상에 존재하는 어둠에 빛을 밝히기 위한 의도로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여성들에게 던진 상처가 되는 댓글을 티셔츠에 프린트하여 알리고자 함이었습니다….(중략)….

    그런 나쁜 말을 응원하거나 힘을 실어주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이 세상에 아름답고 성공한 많은 여성들이 인터넷 세상에서는 쉽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죠…(중략)…

    우리가 한 일에 책임을 지고 모든 캠페인은 중단하겠습니다. 단 하나의 제품도 판매되지 않도록요…(중략)…이번 캠페인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한 걸스 라이트 나우(Girls Write Now)에는 그대로 2만 달러를 기부할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의 커뮤니티를 후원할 것입니다.”(하략)

    LPA와 해당 캠페인을 함께 준비한 레나 던햄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인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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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 months I’ve been working on a collaboration with my friend Pia’s company LPA through parent company @revolve – sweatshirts that highlight quotes from prominent women who have experienced internet trolling & abuse. This is a cause very close to my heart and the proceeds were meant to benefit charities that help young women by empowering them to express themselves through writing and art. Without consulting me or any of the women involved, @revolve presented the sweatshirts on thin white women, never thinking about the fact that difference and individuality is what gets you punished on the Internet, or that lack of diversity in representation is a huge part of the problem (in fact, the problem itself.) As a result, I cannot support this collaboration or lend my name to it in any way. This isn’t meant to shame Pia or the great work she’s done with LPA. I am deeply disappointed in @revolve’s handling of a sensitive topic and a collaboration rooted in reclaiming the words of internet trolls to celebrate the beauty in diversity and bodies and experiences that aren’t the industry norm. *** I’d like to especially extend my love and support to @palomija, whose quote was the first to be promoted and mangled. She’s a hero of mine. Like me, she gave her quote in good faith and shared her vulnerability in order to support arts education and to spread her message of empowerment, and she wasn’t consulted in the marketing. Not an ounce of negativity should be sent her way. *** My only goal on this planet is to empower women through art and dialogue. I’m grateful to every woman who shared a quote and so disappointed that our words were not honored. As a result, I will be making a donation to the charity of every woman’s choice who was wronged with me and I hope that @revolve will join me with a contribution of their own. *** P.S. This Rubens painting makes me happy because it’s about women joining in love, but he didn’t recognize diversity at all- he just loved curvy butts. Problematic f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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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저를 비난하거나 이 캠페인에 관련된 어떤 여성을 비난하는 것은 제쳐두고, 리볼브는 그 스웨트셔츠를 마른 백인 여성에게 입혀서 올렸고, 이 사회의 ‘다름’과 ‘개성’이 인터넷상에서 그들이 받을 벌이라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면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거나 말이죠. 이게 이 문제의 핵심인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저는 이번 콜레보레이션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내 이름을 어떤 식으로든 사용하는 것도요…(중략)…이런 민감한 문제를 핸들링한 리볼브의 방식에 크게 실망했습니다…”(하략)

    리볼브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단순한 온라인 숍을 넘어 패션계에 영향력을 선사하는 셀럽과 인플루언서를 초청하여 매해 파티를 열고, 연말에는 리볼브 어워즈까지 여는 등 미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랜드이기도 하죠.

    좋은 의도일지라도 그 의도가 어긋나 보일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하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에게 좀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리볼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시화
      포토그래퍼
      Splash New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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