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오즈라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헤나

2018.11.16

by 송보라

    오즈라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헤나

    도회적이고 상업적인 의상으로 가득한 뉴욕 패션 위크. 그 한가운데서 어릴 적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스러운 컬렉션을 발표한 호주 패션 브랜드 ‘오즈라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헤나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오즈라나는 아직 생소한 이름입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오즈라나 어그는 2013년에 설립된 100% 호주산 양모 신발과 가죽 의류 제조업체입니다. 지금은 질 좋은 호주산 양털 어그 부츠를 만드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죠. 오즈라나 AU는 2016년에 오즈라나 어그에서 론칭한 레이블입니다. 숙련된 기술과 윤리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컬러풀한 모피로 안감을 댄 고급 파카 브랜드로 이름을 알려왔죠. 실용적이고 패셔너블한 아우터와 럭셔리한 모피 디자인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오즈라나 어그에서 분리된 ‘See Now, By Now’ 컨셉의 상업적인 레이블로, 호주산 울의 부드러움에서 영감을 얻은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컨셉을 추구하고 있죠.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다른 브랜드는 2019년 봄/여름 컬렉션을 발표하는 시기지만 우리는 내년 가을/겨울을 겨냥한 컬렉션을 선보였죠. 컬렉션의 제목은 ‘Dream Still’입니다. 컬렉션 작업을 할 때마다 뮤즈를 상상하곤 하는데, 이번엔 도시를 꿈꾸면서 농촌에서 성장한 소녀였어요. 그녀가 도시로 가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성취했을 때 시골과 그곳에서 보낸 순수한 어린 시절에 향수를 느끼게 되는 거죠.

    컬렉션에서 분홍색을 많이 사용한 점이 눈에 띄었어요.

    컬렉션 작업을 위해 뮤즈를 상상할 때는 특정 컬러도 포함됩니다. 이번에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부드러운 파스텔 핑크로 이어졌어요. 그 색은 다시 향수와 그리움을 상징하는 나비와 꽃으로 나를 이끌었고요. 핑크는 꿈, 환상, 로맨틱함, 탈출, 시 등 이번 시즌 주제를 표현하는 모든 단어와 공명하는 컬러입니다. 사실 핑크는 오즈라나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죠. 나는 오즈라나를 아름답고 감각적이고 예쁜 브랜드로 만들고 싶거든요. 모든 여자들이 적어도 하나쯤은 갖고 싶어 하는 그런 것으로 가득한 브랜드를요.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오즈라나의 여성상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삶에서 환상을 좇는 사람이죠. 나이가 얼마나 들었는지, 어디서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항상 꿈꾸고 있습니다. 그녀의 영혼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있어요. 비록 그녀의 몸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평범한’ 실루엣에 머물러 있지만 그 지루한 실루엣에 자신만의 독특함을 감추고 있습니다. 장난기 많은 밝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매우 사교적이지만 완전히 상반된 면도 있죠. 가슴 깊은 곳에 시인의 영혼을 숨겨둔 비밀스러운 로맨티시스트처럼요. 나는 모든 여자들이 각자 어린아이 같은, 공상적이고 로맨틱한 면을 갖고 있다고 믿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요?

    20대에서 30대 후반으로,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터치가 가미된 실용적인 옷을 선호합니다. 오즈라나는 겨울용 파카와 니트에 특화돼 있으니 우리의 주요 타깃은 미친 듯이 추운 겨울에도 항상 예쁘게 차려입는 걸 좋아하는 여자들이죠!

    요즘 패션계에서는 모피가 큰 이슈입니다. 오즈라나는 파카에 모피를 많이 사용합니다.

    나 역시 사람들의 필요와 수요 때문에 모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을 죽여서 가죽을 벗기는 짓은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죠. 하지만 모피 산업에 대해 좁은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비난받고 싶지는 않아요. 고기를 얻기 위해 돼지를 죽이는 게 모피를 얻기 위해 여우를 죽이는 것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나요? 화학섬유로 만든 인조털과 달리 모피는 자연 분해됩니다. 모피 무역은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고용을 창출한 거대 산업이죠. 모피에 대한 어떤 의견도 강요하거나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 역시 내가 입기 위해서 모피를 산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고수하고 있어요. 내 말은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거죠.

    밀레니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요즘 패션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떤 패션 트렌드도 비판할 수는 없어요. 그건 바다의 파도와도 같고 디자이너는 그 파도를 헤쳐나가는 선원이니까요. 고객들은 승객이고 패션은 바다 그 자체입니다. 밀레니얼에 집중하는 추세에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보다는 디자이너로서 동시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나 역시 예술을 사랑하고 때로는 패션에서도 예술적인 것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상업성과 비즈니스의 중심부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그 면을 잊지 않으려고 하죠. 내가 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원하고 또한 그들을 힘 있게 이끌 수 있는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니까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마음속에 간직한 동화를 잊지 말라는 거예요. 깊이 품고 있는 환상과 시적인 로맨티시즘을 놓치지 마세요.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여자들의 가슴 깊은 곳에는 어릴 적 가졌던 동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나는 믿고 있어요. 그리고 그 마법을 되살리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Byeongcheol Jo, Jonathan Lapada, Nick Merzetti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