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알레산드로 미켈레

2018.10.16

by VOGUE

    알레산드로 미켈레

    우리 시대 패션 신전을 지킬 수호자 7인! 과거와 분리된 채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일곱 위인을〈보그〉가 만났다.

    엘튼 존과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엘튼 존의 마지막 월드 투어 의상을 위해 함께했다.

    엘튼 존과 그의 파트너 데이비드 퍼니시의 런던 근교윈저 자택 오렌지 나무 온실에는 데미언 허스트의 사이키델릭한 스핀 페인팅이 낭만적인 18세기풍 마스터초상화와 으리으리한 가구 사이를 관통한다. 모조 다이아몬드가 박힌 구찌 가죽 재킷에 푸르스름한 자줏빛 벨벳 소재 뉴욕 양키스 야구 모자를 멋지게 눌러쓴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엘튼의 서고에 있는 수백 권의 앤티크한 가죽 제본 서적 사이에서 곰곰이 생각하던 중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정말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라파엘과 미켈란젤로가 만났다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겠어요? 오랫동안 패션계에서 일해온어느 작은 남자가 엘튼과 연락하고 지낸다는 게 바로그런 거예요.”

    알레산드로가 9월에 있을 페어웰 옐로 브릭 로드(Farewell Yellow Brick Road) 월드 투어를 위해만든 모조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자수 연미복 차림으로 나타난 엘튼은 소울메이트로 생각하는 구찌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대저택으로 들어가는 황금색 정문을 열어줬다. “알레산드로와 저는 쌍둥이 같아요. 제가 미켈레보다 나이는 훨씬 많지만, 정말 저와 쌍둥이처럼 완전히 똑같은 사람을 발견한 셈이죠.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수집광에다, 둘 다 까치눈을 갖고 있어요. 저는 알레산드로를 알게 되어 매우 기뻐요. 그의옷 덕분에 제 집에 행복한 기운이 가득해요. 그는 저를 정말 행복하게 해줘요”라고 엘튼 존이 말한다. “저는 늘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알레산드로를 사랑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전혀 개의치 않아요.”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은 2016년 배우 자레드 레토가 <베니티 페어> 오스카 파티에서 둘을 소개하면서 처음 만났다. 46세의 미켈레에게이는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었다.

    미켈레는 엘튼 존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의 대담한 무대의상에 경탄하며 성장기를 보냈다. 심지어 구찌에서 엘튼 존은 오랫동안 디자이너들의 무드 보드에 주로 등장했다. “여러분이 패션계에서 일하고 있으면,거기에는 늘 70년대 엘튼 존이나 데이비드 보위 사진이 있어요. 둘은 지구상에서 스타일이 가장 화려한 남자들이죠. 그가 제 작업을 많이 바꿔놓았어요. 그 시대를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이죠. 엘튼과 협업은 최근에 꾸게 된 저의 가장 큰 꿈 가운데 하나였죠.”

    71세의 엘튼 존은 2015년 1월 미켈레가 구찌 데뷔 쇼를 연 이후에 지금은 고인이 된 기자 잉그리드 시시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저는 생각했죠.‘하나님 맙소사! 완전 별종이야!’ 그는 완전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어요. 톰 포드 이후 구찌는 오랫동안어느 정도 죽어 있었다가 갑자기 이 남자가…” 엘튼은잠시 말을 멈춘다. “그건 뭐랄까… 그래 이제 됐어!!”알레산드로는 엘튼을 만나자마자 바로 우정을 직감했다. “엘튼은 10대 아이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얼굴을하고는 제게 수다를 떨었어요.” 그는 마침내 엘튼을만나게 되었던 당시를 그렇게 회상한다. 사실, 그해말 미켈레는 그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불꽃같아요! 그는 정말 대단해요!”라고 심정을 토로했다.1년간 엘튼은 피렌체에서 열린 크루즈 패션쇼에 참석했고 구찌는 그의 전설적인 투어 룩에 영감을 얻어 진행 중이던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저는 모든 것을 갖고 있지만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늘 찾고 있어요. 맞아요. 그것이 별나겠죠. 사람들은‘하나님 맙소사, 그건 완전 돈 낭비야. 당신에게 그 모든 게 필요하지 않아’라고 말하죠. 하지만 저에겐 그모든 게 필요해요.” 엘튼은 어깨를 으쓱한다. “처음 알레산드로를 만났을 때 저는 거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어요.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그와 동일하기 때문이죠.” 알레산드로는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을 수집해요. 그가 이 의상을 입을 것인지는 신경 쓰지 않아요.그냥 소유하는 거죠.”

    엘튼의 오렌지 온실의 작은 방엔 대리석 명판이 있는데 다이애나 왕세자비부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지아니 베르사체까지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너무 빨리 작고한 인물들을 추모하는 그만의 개인 예배당이 됐다.“지아니는 주변의 모든 곳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제게말했어요. 그는 저를 밀라노에 있는 어느 교회에 데려가 모자이크 바닥을 들여다보곤 했어요. 그는 말했죠. ‘자, 봐, 아름다움은 모든 곳에 있어. 단순히 박물관 안에만 있는 게 아냐.’ 저는 알레산드로가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뒤 엘튼은 덧붙였다. “저는그에게 푹 빠져 있어요. 그의 옷에 푹 빠져 있어요. 그가 하는 행동에 푹 빠져 있죠. 이전에 제 인생에서 그와 같았던 유일한 사람은 지아니였고, 지아니가 죽었을 때 제 일부가 죽었어요. 그는 모든 것을 봤고, 모든것을 사랑했으며, 모든 것에 관심을 쏟았어요. 그가금기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알레산드로는 지아니 사후에 인생에서 제가 동일시할 수 있는 첫 번째대상이에요.”

    지난해,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오빠의 사망 20주년을기념하기 위해 1990년대 초 지아니가 디자인한 엘튼존 프린트를 다시 론칭했을 때 알레산드로는 맨 앞자리에서 이를 지켜봤다. 그것은 한 명의 엘튼 존 디자이너에서 또 다른 디자이너로 패턴을 넘겨주는 일종의영적 의식이었다. “지아니 옷을 입을 때는 지아니 옷만 입었어요. 지금 제 인생은 오로지 구찌예요.”

      에디터
      ANDERS CHRISTIAN MADSEN
      포토그래퍼
      나 이트(Nick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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