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매치스패션의 새로운 공간 5 카를로스플레이스

2018.11.12

by VOGUE

    매치스패션의 새로운 공간 5 카를로스플레이스

    모두가 전력 질주하는 패션계. 영국 온라인 스토어가 잠시 멈춰 뒤를 돌아봤다. 힌트는 30년 전 그들을 탄생시킨 오프라인 스토어다.

    1층 쇼룸과 프라이빗 쇼핑 공간 전경.

    <보그> 사무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에메랄드색 마블 패턴 박스다. 직구를 좀 해본 패션 팬이라면 런던에서 날아온 매치스패션(matchesfashion.com)의 포장 박스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 사이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갖가지다. 유명 하우스 브랜드부터 이제 막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디자이너 레이블까지 4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쇼핑 선택지로 놓여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190여 개국으로 뻗어 있는 배송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다.(서울은 3일이면 배송 완료!) 심지어 한국어 사이트와 콜센터까지 갖췄으니 영어 한마디 안 해도 국제적인 쇼핑에 지장이 없다. 거품이 빠져 백화점보다 놀랍도록 착한 가격은 한번 맛보면 끊기가 어려울 정도.

    마린 세르와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중 하나인 콤팩트 미러와 티셔츠, 스티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

    한국 지사가 없는데도 이토록 완벽한 쇼핑 경험을 선사하다니, 이 정도면 인천 어디쯤 매치스패션 물류 창고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본사에 한국인 직원이 세 명 있습니다. 한국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패션을 팀에 공유하고, 또 영어 콘텐츠를 한국어로 편집하는 일을 하죠.” 매치스패션의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 5 카를로스 플레이스(5 Carlos Place)에서 만난 한국인 직원이 전했다. 이 직원은 초고층 빌딩 더 샤드(The Shard)에 위치한 본사에서 왔을 것이다. 통유리로 템스강과 타워 브리지가 내다보이는 1,300평이 넘는 공간 말이다. 물론 이 거대한 온라인 제국을 하루아침에 쌓아 올린 건 아니다. 성공 신화의 처음은 대부분이 그렇듯 시작은 소박했다. 30년 전 1987년 런던 윔블던 빌리지에 자리 잡은 아담한 상점이 매치스패션의 시초였다.

    1층 쇼룸과 프라이빗 쇼핑 공간 전경.

    믿기지 않겠지만 창업자 루스와 톰 채프먼(Ruth and Tom Chapman) 부부가 매장을 열던 초기에는 하루 고객이 다섯 명 남짓이었다. 고객들이 상점에 머무는 순간만큼은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노력한 끝에 매장은 입소문이 났고, 전 세계에서 온 고객들이 런던이 아니더라도 “당신들과 쇼핑하고 싶다”는 칭찬을 쏟아냈다. 부부는 여기에 착안해 2007년 오프라인에 있는 옷 사진을 찍어 올리며 온라인 스토어의 기초를 만들었다.

    마린 세르와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기념하는 설치물.

    하지만 너도나도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던 시기였기에 그들이 그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등가교환했다면 지금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우선 매치스패션의 기민한 선택 능력은 늘 돋보였다. 런던의 크리스토퍼 케인과 록산다를 발굴해 ‘잘 팔리는’ 브랜드로 도약하게 했고 어떤 온라인 사이트보다 베트멍을 일찍 팔아 하루아침에 품절시켜버렸다. 매년 5,00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사이트지만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라는 온라인 패션 잡지를 발행해 트렌드 기사와 디자이너 인터뷰, 화보를 공개했다. 수많은 브랜드가 소셜 미디어라는 급류에 휘말려 홍수처럼 쏟아지던 때는 ‘The Innovator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옥석을 가리듯 전 세계 유망주를 골라냈다. 여기에 자체 패션 브랜드 ‘레이(Raey)’를 론칭했으니 시도란 시도는 다 해본 셈이었다.

    마리오 소렌티의 사진집 발간 행사에 참석한 마리오 소렌티와 케이트 모스.

    늘 새로운 시도를 하던 매치스패션이 9월 런던 메이페어에 5층짜리 공간을 하나 더 낸다는 뉴스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질 법했다. “매치스패션은 항상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죠.” 톰 채프먼의 말이다. 19세기 후반 뉴 퀸 앤 스타일의 수평형 사택인 이곳은 프라이빗 쇼핑, 이벤트, 행사, 팟캐스트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가득하다. 1층과 2층에는 선별된 디자이너의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곳에 원하는 제품이 없다면 즉석에서 온라인에 접속해 제품을 받는 데까지 딱 90분이 걸린다. 런던 패션 위크가 한창이던 9월에도 프라다, 마린 세르 독점 컬렉션 공개, 마리오 소렌티 사진집 발간 칵테일 파티로 패션 피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보그> 또한 런던에서 이 공간을 즐겼다. 그리고 매치스패션이 왜 그 옛날 타운하우스 양식 건물에 미래를 걸었는지 깨닫게 됐다. 자신들의 시초이자 고객들과의 관계를 쌓은 오프라인 스토어의 형태로 다시 돌아간 것, 그럼에도 온라인 쇼핑을 위한 테크놀로지는 놓지 않은 것, 마지막으로 단순히 옷을 사고파는 행위에 장소에 대한 의의를 국한하지 않은 것. “5 카를로스 플레이스에 보내는 가장 큰 칭찬은 이곳을 정의하는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매치스패션의 CEO 울릭 제롬(Ulric Jerome)의 말이다.

    매치스패션의 패션 부문 바잉 디렉터 나탈리 킹엄.

    THE WOMEN BEHIND

    매치스패션의 복합 문화 공간 5 카를로스 플레이스의 패션 바잉 디렉터 나탈리 킹엄(Natalie Kingham)과 대화를 나눴다. 패션, 온라인, 런던, 미래에 대해.

    Q 새로운 공간 5 카를로스 플레이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미 존재하는 다른 쇼핑 공간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뭔가?
    A 전 세계에 뻗은 매치스패션을 하나로 모으는 허브 역할을 기대했다. 쇼핑, 카페, 칵테일 파티, 컨퍼런스 등 창의적인 일이 일어나는 영구적인 곳을 만들고 싶었다. 다른 곳과 차별화된 점은 자체 방송 시스템 ‘팟캐스트’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들러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청중과 대화를 나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출신 셰프들이 와서 창의적인 음식을 만들거나, 어떤 공간은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로, 또 젊은 디자이너들과 독점 컬렉션을 선보인다. 2주마다 바뀌는 이 공간은 변화하는 동시에 진화한다.

    Q 온라인 숍 매치스패션은 1987년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다시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지금의 패션에 무엇을 의미하나?
    A 오프라인 스토어는 매치스패션의 DNA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엄청난 성공을 했더라도,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만난 경험은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Q 프라이빗 쇼핑 서비스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
    A 세계 어디에 살든 런던의 이곳에서 당신이 원하는 옷장을 구비해놓는 게 프라이빗 쇼핑 서비스의 목적이다. 엄마와 딸, 부부, 친구 등 취향이 같거나 다른 사람들이 와도 문제없다. 두 개의 스위트룸을 이어 최대한 개인적이고 편한 쇼핑 공간을 선사한다. 퍼스널 쇼퍼와 사전에 연락해 입고 싶은 브랜드나 사이즈 등을 공유하면 된다.

    Q 올해 예정된 이벤트가 다채롭다. 이 중 당신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이벤트는 뭔가?
    A 브랜드 힐리어 바틀리(Hillier Bartley)와 11월 초 음악, 아트워크, 컨퍼런스를 결합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신발 브랜드를 큐레이팅한 ‘스니커 숍’, 파자마 파티 등도 기대된다.

    Q 5 카를로스 플레이스 말고 당신이 즐겨 찾던 런던의 패션 숍은 어디인가?
    A 90년대 초 패션의 메카였던 브롬프톤 크로스(Brompton Cross)의 조셉(Joseph) 매장에서 일한 적 있다. 당시 런던의 신예 디자이너를 바잉하던 선구적 매장이었고 많은 걸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이었다.

    Q 매치스패션의 바잉 디렉터로서, 지난 수년간 패션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뭔가?
    A 요즘에는 ‘슬로우 패션’ ‘지속 가능성’이 뜨거운 주제로 부상했다. 어떻게 패션이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말이다.

    Q 좋아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는 누군가?
    A 스위스 출신 케빈 제르마니에(Kevin Germanier), 주얼리 브랜드 잉기 스톡홀름(Ingy Stockholm), 노키(Noki) 등 매치스패션의 ‘Innovators’에 꼽혔다. 각자 다른 미학으로 멋진 업사이클 패션을 만들어낸다.

    Q ‘이노베이터’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당신만의 기준이 궁금하다.
    A 젠더리스, 지속 가능성 등 지금 패션계에서 일어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반대로 패션이 빠르게 바뀌더라도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완성도도 중요하며 무엇보다 브랜드 스토리가 흥미로워야 한다.

    Q 만약 딱 한 벌로 일주일을 지내야 한다면?
    A 파자마! 데릭 로즈(Derek Rose)의 파자마나 원스 밀라노(Once Milano)의 랩 드레스를 요즘 제일 좋아한다.

    Q 2019 S/S 런던 패션 위크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컬렉션은 뭔가?
    A 매티 보반(Matty Bovan), 할펀(Halpern), 리차드 퀸(Richard Quinn).

    Q 서울에도 몇 번 온 적 있다. 서울에서 인상적이었던 패션 스타일이 기억나나?
    A 서울 패션 위크 때 바잉 팀과 목격한 행인들의 패션은 영감 그 자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감싼 스타일보다 하이브리드가 눈에 띄었다. 90년대와 50년대, 유니폼 스타일 등 한 가지 테마로 정의 내릴 수 없는 패션이 흥미로웠다.

    Q 사우스 런던에서 성장해 지금까지 런던에서 일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런던다운 패션’을 정의한다면?
    A 런던의 패션은 아트 스쿨, 음악, 사람들이 옷을 입는 방식이 모두 결합되어 나타난다. 모든 건 기존 체제를 거부하거나 반항하며 힘을 얻기도 한다. 매티 보반 같은 디자이너를 보라. 이런 창의적 에너지가 요즘 다시 런던을 감싸고 있다. 이 힘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궁금할 뿐이다.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윤송이, COURTESY OF MATCHESFASHION.COM
      스폰서
      MATCHESFASH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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