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우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앰부시의 윤

2018.11.23

by VOGUE

    우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앰부시의 윤

    <보그> 객원 에디터 KB가 지금 우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인을 만났다. 디올 맨의 주얼리 디자이너로도 활약하는 ‘앰부시’의 윤.

    당신은 누구인가?
    앰부시(Ambush)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에 15년째 거주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는 ‘세계시민’이기도 하다.

    도쿄가 고향이 아닌가?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미군으로 복무하셔서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언제 일본으로 이주했나?
    보스턴에서 대학에 다니던 나는 그곳에서 남편 버발(‘엠 플로’ 멤버)을 만났다. 버발의 권유로 졸업 후 일본에서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일했다. 처음부터 일본으로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으나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15년째 살고 있다.

    당신이 운영하는 ‘앰부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일본에 처음 와서는 대학에서 전공한 그래픽 디자인을 주로 했다.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버발이 속한 그룹 엠 플로의 스타일링을 도왔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당시 2000년 초 힙합 뮤지션들은 체인(목걸이)을 자체 제작하는 게 유행이었다. 하나둘 제작한 체인이 주위에서 반응이 매우 좋았다. 다른 아티스트도 우리에게 같은 디자인을 의뢰하며 주얼리 브랜드로 진화했다. 사실 앰부시라는 브랜드 이름도 내가 일본에서 장기 체류해야 하는데 근무할 회사가 필요해 버발이 갑작스럽게 만든 회사 이름이었다.

    내 기억에 당시에 칸예 웨스트나 퍼렐 윌리엄스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앰부시 목걸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퍼렐이나 칸예 같은 아티스트들은 2000년 초부터 일본에 매우 많은 관심을 가지며 일본을 방문했다. 그 당시 버발은 ‘데리야키 보이즈’라는 밴드에 있었는데 그들의 앨범에는 제이 지와 칸예, 퍼렐 등 유명 해외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그들은 버발의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우리가 만든 디자인 중 ‘Pow!’라고 적힌 체인을 좋아했다. 그들이 착용하면서 연쇄적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우리 제품을 착용했다.

    앰부시의 시작은 주얼리 브랜드였으나 얼마 전부터 모든 아이템을 보여주는 컬렉션으로 발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 운영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 사실 처음에는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2012년부터 주얼리 라인으로서 바잉 시즌에 맞춰 제품을 선보였는데, 룩북이나 제품 촬영을 할 때마다 우리 주얼리가 다른 브랜드 옷에 잘 안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때부터 백지상태의 캔버스처럼 몇 벌의 상의를 만들어 촬영을 위해 사용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2015년 파리에서 정식 쇼룸을 운영하면서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당신은 주말에 혼자 나와 일하거나 매일 야근을 한다. 내가 아는 일본에 사는 사람 중에 가장 열심히 일하는 듯하다.
    한국인 이민자의 근면성이 아닐까. 아버지가 미군에서 전역하신 후 가족과 함께 작은 음식점을 운영했다. 일요일에 교회 갈 때만 빼고 매일 16시간 이상 일하셨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것 같다. 사실 디자인 프로세스가 아니더라도 스토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회사 운영에 대한 고민도 많다. 또 고객이나 매장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앰부시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와도 일하기에 어떻게 하면 일정을 효율적으로 소화할지 늘 숙고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그 ‘다른 브랜드’에 대해 얘기해보자.
    ‘디올’을 이야기하는 건가? 나는 운명을 믿는다.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다시 만나는 것처럼 모든 것은 결국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나와 킴 존스의 운명이 그랬다. 2005년인가, 2006년부터 칸예를 통해 킴을 만났다. 그 당시 그는 칸예의 라인 ‘파스텔’을 준비 중이었다. 던힐이나 루이 비통 같은 큰 패션 하우스에서 일하기 훨씬 전부터 친하게 지내왔다. 늘 새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지만 서로 일정이나 여건이 맞지 않았다. 그러다 루이 비통 계약이 끝날 때쯤 킴에게 연락이 왔다. 비통 계약이 끝난 후 그가 어딜 가든 나와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어떤 브랜드가 되든 그 브랜드의 주얼리 디자인을 해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킴이 디올에 가면서 디올 주얼리 디자이너가 됐다.

    이번 디올 맨 패션쇼의 클로징 세리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상상도 못했다. 쇼 시작 전, 나는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킴이 내게 다가와 피날레에 자기와 함께 들어갈 테니 나오미 캠벨 옆에 앉아 있어달라고 말하곤 휙 나가버렸다. 다행히 내가 입은 바지가 쇼 중간에 설치된 KAWS 조형물과 색깔이 맞았다. 아, 그리고 킴은 내가 5인치짜리 힐을 신은지 모르고 뛰었던 것 같다. 사실 킴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는데 너무 고마웠다. 나 외에도 4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데뷔 컬렉션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파리 남성복 패션 위크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과 버질 아블로(루이 비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통적 패션 디자인 경험이 없는 디자이너들이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 들어갔다. 당신들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늘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전통 패션 하우스와 스트리트 문화가 결합되는 타이밍에 맞춰 우리를 주목하고 관심을 가진 게 아닐까. 고객이 더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가 속한 서브컬처에 대한 이해와관심도 더 높아지며 우리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
    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고객 그리고 팬이기도 하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능(EQ)도 매우 중요하다. 더 이상 유명 디자이너가 고객이 이해 못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이해하고 그들에게 보여줄 새로움과 스토리텔링을 적절히 잘 섞어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얼마 전 앰부시는 조도로프스키의 <홀리 마운틴> 같은 컬트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브랜드 진행에 있어 스토리텔링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받은 영감으로 고객과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보다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은 꼭 필요한 수단이다. 지금 준비하는 새 프로젝트는 뭔가? 12월에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미래는 아시아에 있는 것 같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 속해 있는 모든 나라와 민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시아는 인구가 가장 많은 대륙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서양 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사는 듯하다. 그들을 카피하지 않아도되고, 또 그들로부터 너무 큰 영감을 얻지 않아도 된다. 전 세계에 더 많은 영감을 주며 아시아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면 좋겠다.

      에디터
      KB LEE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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