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킴 존스의 디올 2019 프리폴 컬렉션

2018.12.06

by 황혜영

    킴 존스의 디올 2019 프리폴 컬렉션

    디올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왜 칼 라거펠트를 존경하는지,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는 진짜 이유, 상업적인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디올 경이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할까? 이건 훌륭한 질문인 동시에 완벽한 시작점이기도 하다. 디올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일본 도쿄에서 그의 프리폴 쇼가 열리기 하루 전 피팅을 오가며 마치 혈연 관계를 연상시킬 만큼 친숙하게 디올 경을 떠올렸다. 모델들은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과일과 핑거 푸드가 담긴 카트가 복도 사이를 분주하게 오고 갔다. 주얼리와 벨트를 올린 트레이 또한 쉴 새 없이 현장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이는 일본의 수도, 유독 호텔에 열기가 더 집중된 듯했다. 하지만 시차로 인한 피로와 데드라인에도 불구하고 디올 팀은 흥분해 있었다. 음악 소리뿐 아니라 임시 스튜디오(하지만 엄청나게 깔끔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는)를 환기시키는 통풍기의 소음에까지 맞춰가며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정말 논스톱 상태로 일하고 있어요.” 킴 존스가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불과 24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그는 도쿄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에서 아티스트 카우스(Kaws)와 함께한 2019 캡슐 컬렉션 론칭(론칭과 동시에 매진)을 축하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차로 인한 피곤함도, 폭풍 같았던 올해 스케줄도 그를 멈출 순 없었다. 대규모의 이번 쇼는 디자이너 본인의 첫 번째 디올 프리폴 컬렉션(그는 올 3월 합류했다)일 뿐만 아니라, 이 유서 깊은 디올 하우스에서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가 처음으로 책임을 맡은 프리폴 컬렉션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보아, 이번 컬렉션은 킴 존스가 그리는 진짜 ‘디올 맨’을 엿볼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이 브랜드는 정말 굉장하지만, 조금 조용했어요.” 킴 존스가 프리폴 컬렉션을 화려하고 웅장하게 변모시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여러분!, 우리가 정말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그걸 보여주기 위한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디올 경은 도쿄를 정말 사랑했어요. 일본에서 많은 영감을 받곤 했죠. 자주 방문하기도 했고요. 저도 일본을 사랑하고, 그 또한 일본을 사랑했습니다. 도쿄는 저의 첫 번째 프리폴 컬렉션을 위한 완벽한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킴 존스의 2019 S/S 컬렉션은 밝고 로맨틱했다. 크리스 반 아셰와 에디 슬리먼이 보여주던 날카롭고 감정적인 의상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럽고 우아한 출발이었다. 그의 프리폴 컬렉션은? “솔직히 꽤 어려웠어요.” 디자이너가 이야기했다. “메탈릭한 느낌과 디올 특유의 그레이 컬러, 테일러링이 가미되었습니다. 편안한 릴랙스 핏이지만 강한 면이 있어요.” 컬러 팔레트는 자연스럽게 어두워졌다. 디올 그레이와 함께 짙은 암청색에 묘한 핑크가 추가되었다. “디올 경은 상당히 고정된 컬러 팔레트를 지니고 있었어요.”  킴 존스는 황홀한 듯 디올의 아카이브를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디올 경의 그 ‘엄격한’ 컬러 팔레트가 이번 컬렉션에 직접적으로 영감이 된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아카이브에서 고스란히 가져온 레오퍼드 가죽 프린트와 넥타이 등이 있다. 컬렉션 후반부에 등장한 기모노 스타일 의상 또한 디올 경이 그의 일본인 고객을 위해 디자인한 스케치를 기초로 했다. 물론 그 스케치에도 벚꽃 모티브가 등장한다. 킴 존스는 스타일에서만큼은 디올의 클래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그 요소를 그만의 것으로 재해석했다.

    몸을 사선으로 감싸도록 디자인한 싱글 버튼 ‘타이외르 오블리크’ 재킷처럼, 다시 돌아온 매튜 윌리엄스의 메탈릭 버클은 아우터웨어에 모던함을 선사했다. “아우터웨어뿐 아니라 사선 디자인을 디올의 베스트셀러인 테일러링 수트에도 가미했어요. 이런 요소는 제가 디올에 합류하기 전에도 존재했죠. 저는 고객들에게 이런 디올적인 요소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킴 존스는 디올의 오래된 애호가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는 ‘상업적’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다. 때때로 이 단어는 디자이너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킴 존스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저는 상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큰 역할을 맡아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시대 감각을 잃어선 안 되죠.”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 또한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왔다. “크리스찬 디올 경은 의상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갤러리스트였어요. 저 또한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을 지향합니다.” 그가 설명했다. “그는 당대를 이끌던 예술과들과 함께 일하곤 했어요.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 등과 말이죠. 저는 이것을 바라보면서 현시대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카우스, 일러스트레이터 하지메 소라야마와도 협업을 했죠.”

    ‘슈퍼 리얼리즘’의 대가로 알려진 하지메 소라야마는 어쩌면 쿠사마 야요이나 무라카미 다카시만큼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미래지향적 견해는 디올의 우주에 매력적인 보탬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세트장 중심에 자리한 12m 크기의 에로틱한 조각상에 대해 킴 존스는 자신의 핸드폰에 담긴 클립을 보여주며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지칭했다. 또한 소라야마의 메탈로 장식한 로보틱한 새들백은 딱 10개만 한정으로 제작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디올 경이 사랑하던 벚꽃을 새롭게 업데이트하고, 자신의 유명한 여성형 캐릭터와 티라노사우르스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프린트로 탄생 시켰다. 하지만 금속 처리한 의상 시리즈만큼 놀라운 것은 없었다. “원단에는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던 테크닉입니다.” 디올의 원단 스페셜리스트이자 킴 존스의 오랜 동료인 에드워드 크러칠리(Edward Crutchley)가 설명했다. “의복을 진공실에 넣은 뒤 공기를 모두 빼냈어요. 원단을 폭발시켜 원자화한 다음 의상 안으로 금속을 자화시켰죠.”

    이런 예술가들 말고도, 킴 존스에게는 핵심적인 공동 작업 크루들이 있다. 모자를 제작하는 스티븐 존스, 오른팔 루시 비덴 그리고 매튜 윌리엄스와 주얼리 디자이너 윤 안 등이 이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디자이너 윤 안은 공개적으로 킴 존스에 대한 존경과 열망을 이야기한 바 있다.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마다 그 특유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쇼 직전에 그녀가 <보그>에 이야기했다.) “당신 주변에 함께하고 싶은 팀을 두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존스가 이야기했다. “칼 라거펠트 같은 디자이너를 예로 들자면, 그는 정말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팀은 정말 그를 사랑하거든요. 그는 팀을 웃게 하고, 일하게 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이에요. 제 생각엔 팀이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다시 한번)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킴 존스가 루이 비통을 지휘하던 당시 그의 스타일과 동일시되다시피 했던 스트리트 웨어 요소였다.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사람들이 어떤 시선을 지니는지, 어떻게 옷을 입는지를 바라보며 스스로 도전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저에겐 디올 하우스의 코드를 존중하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점을 추가해 사람들이 매 시즌 구매하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알기란 불가능하죠. 당신의 본능에 따르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홉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가 디올을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일까? “제가 깨달은 것은 옷이란 그렇게 변덕스럽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물건을 사죠. 그리고 제 생각에 그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상이 어려울수록 더 그렇죠. 당신이 즐길 수 있는 것 그리고 당신 스스로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즐겨야 해요.” 그의 답변은 1월에 있을 디올 남성복의 F/W 시즌 컬렉션이 ‘기분 좋은’ 쇼가 될 거라는 힌트일까? “정말 최대한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선보인 쇼 중 현재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입니다. 그리고 이미 꽤 작업이 진행됐어요.”

      에디터
      Sam Rogers, 황혜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