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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T17:27:13+00:00 2018.12.06|

취약한 10대 중반으로 넘쳐나는 모델업계에는 완전 소진되거나 그보다 상태가 나빠진 모델 천지다. 이제 패션계는 투표권을 가질 정도로 충분히 나이 든 모델과 일하겠다고 약속해야 할 때가 아닐까?

파샤 하울리아는 낯선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녀에게 접근해 그녀가 모델 일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을 때 15세였다. 그녀는 별 관심 없었지만, 엄마의 권유로 그 일을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16세가 되자 그녀는 고향 키예프에서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몇 주 후 발렌시아가 패션쇼가 예정된 파리로 향했다. “그땐 발렌시아가가 뭔지도 몰랐어요”라고 현재 19세의 하울리아는 말한다. “사람들은 그 패션쇼가 좋았다고 제게 말했어요.” 파리 패션쇼 이후 그녀는 도쿄로 와서 러시아 소녀들과 모델들의 아파트에서 같이 지냈다. 그들 가운데 가장 어린 친구가 13세였다. 그곳에서 치열하게 몇 달을 보냈는데, 젊은 모델들을 태우고 캐스팅 현장을 오가던 승합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좀 재미있긴 했지만 주로 저는 돈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중국 광저우는 달랐다. 전자 상거래 사이트를 위해 모델 일을 하면서 때로 하루에 100벌이 넘는 룩을 촬영하기도 했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제가 녹초가 될 때까지 써먹고는 그냥 내다 버리는 거죠.”

우리가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패션업계가 어쩌다 이렇게 10대의 노동력에 의존하게 된 걸까? 하울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운 점은 이것이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카라 테일러는 14세에 모델 일을 시작했고 이만 하맘이 암스테르담의 기차역 근처에서 캐스팅 스카우터의 눈에 띈 나이는 13세였다. 안드레아 디아코누는 모델 에이전시의 캐스팅 스카우터가 그녀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을 때 유별나게 키가 큰 11세 소녀였다. 이들 소녀는 그나마 몇 안 되는 행운아였다. 끈기가 있는 하울리아는 뉴욕과 파리에서 훌륭한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3월에 2018년 가을 컬렉션을 위해 미우미우 모델로 런웨이에 섰지만, 그녀가 낯선 도시에서 아파트를 함께 쓴 룸메이트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과로로 지쳐 나가떨어졌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완전히 골병이 들었어요.”

패션계는 오랫동안 젊음에 가격을 매겼다. 그러나 이른바 신인 모델을 가리키는 ‘뉴 페이스’는 끊임없이 등장했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초고속으로 업계를 계속 순환하고 있다. “이 모든 아이들이 스타가 될 운명 같지는 않아요.” 릭 오웬스와 이자벨 마랑 같은 유명 디자이너와 작업하는 캐스팅 디렉터 앵거스 먼로가 지적한다. “요즘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히려 ‘자, 벽에다 스파게티 국수 한 다발을 던지면 아마 국수 한 가락이 벽에 착 달라붙을 것이다’ , 이렇게 프라다 패션쇼를 부킹하는 식입니다.”

그 누구도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도록 설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바꿀 수 있을까? 올해 초, #미투운동이 한창일 때, <보그>를 비롯한 여러 잡지를 출간하는 출판사 콘데나스트는 글로벌 공급업체 행동 강령을 새로 발표했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나 성 상납 압박, 심지어 성폭력을 당한 적 있는 여성과 남성 모델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대응책으로, 편집부의 모든 촬영은 안전한 업무 공간(개인 분장실이 있는 성희롱 없는 지대이고 포즈와 의상에 대해 모델의 승인을 참작함)에서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항을 설정했다. 또 다른 일련의 조항은 모델의 연령 문제를 다룬다. 그들이 거의 통제가 불가능하고 학대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계로 내던져진 미성년자 특유의 취약성을 인정하며, 이 공급업체 행동 강령은 18세 이하의 모델은(그 혹은 그녀가 기사의 주제여서 그 모델이 보호자를 동반하고 나이에 걸맞게 스타일링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누구라도 편집 목적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는 내부 청산의 결과다. <보그>는 다른 여러 출판물과 함께 말 그대로 진짜 아동을 화려한 성인처럼 차려입혀 광고하는 것을 업계 관행처럼 만드는 데 일조해왔다. 브룩 쉴즈가 14세의 나이로 1980년 <보그> 2월호 표지를 아름답게 장식했을 때, 그녀는 아웃라이어였다. 그때 이후, 10대 중반의 모델이 <보그> 패션 칼럼에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그런 관행은 우리에게 옳지 않고, 우리 독자에게도 옳지 않으며, 이런 패션 잡지의 기사에 나오려고 서로 경쟁하는 젊은 모델에게도 옳지 않다. 우리는 과거를 다시 쓸 수 없을지 몰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

나머지 패션업계도 우리의 선례를 따를 것인가? CFDA는 동참했다. CFDA 회장이자 CEO 스티븐 콜브는 CFDA가 11년 전 런웨이에 16세 이상 모델을 세우자는 표준을 확립한 이후 긍정적 변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일부 용기 있는 남녀가 특정 패션업계 성희롱 문화를 공개한 일을 계기로 우리는 모델 업계를 재평가하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어린 모델들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어요. 그들에게는 이 일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자신감, 용기, 경험, 성숙도 등이 부족할 수 있어요. CFDA는 최소 연령을 높이자는 권고안을 지지합니다. 우리는 어린 모델이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시간을 갖고 그들이 일터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여러분은 사소한 요청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투표권을 가질 만큼 충분히 나이 든 모델하고만 작업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나오미 캠벨의 경우를 보자. 슈퍼모델의 완벽한 예인 캠벨이 1년에 고작 두 차례의 패션쇼가 열리던(모델은 그녀가 원했다면 학교에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 모델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녀는 16세가 채 되지 않았다. 모델 에이전시는 극히 일부 모델하고만 계약을 체결했고 그들을 선택적으로 섭외함으로써 장기적 성공에 투자했다. 이와 같이 나오미와 그녀의 동료 모델들은 섭외 요청이 많았다. 그들은 디자이너와 긴밀한 업무 관계를 발전시켜나갔다. 디자이너는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입을 수 있도록 선별한 다양한 룩을 엄격하게 피팅하곤 한다. “피팅하는 데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뉴욕에 있는 DNA 모델 매니지먼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 데이비드 보노브라이어는 회상한다. “지금은 옷에 딱 맞는 소녀를 모델로 캐스팅하죠.”

“한마디로 숫자 놀음이에요.” 엘리트 월드 그룹의 공동 CEO 크리스 게이는 동의한다. 엘리트 월드 그룹에는 특히 켄달 제너로 대변되는 소사이어티 매니지먼트가 포함된다. “하나의 브랜드 패션쇼에서 40~50명의 소녀 모델을 필요로 하기에 디자이너가 각각의 재능 있는 모델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죠. 장시간 피팅하고 있을 시간이 전혀 없어요. 하지만 그처럼 작은 샘플에 딱 맞는 사람들이 누군지 잘 아시잖아요?” 크리스는 슬픈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10대죠. 아직 다 자라지 못해 성숙하지 않은 소녀들 말이에요.”

이번 달부터 DNA 모델스와 소사이어티 매니지먼트는 더 이상 북미에서는 18세 이하 신인 모델을 패션쇼 후보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다.(DNA의 경우, 이전에 패션 위크에 참가한 18세 이하 모델은 예외로 하고 있다) 데이비드와 크리스는 국내외 여타 에이전시도 그들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디자이너와 캐스팅 디렉터 또한 이런 변화를 수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시 모델들을 믿고 그들을 키워봅시다. 모델을 단순히 옷걸이가 아니라 다시 뮤즈로 만들어봅시다.” 데이비드가 이에 대해 말했다.

크리스와 데이비드는 패션쇼 샘플을 다양한 비율의 젊은 여성에게 딱 맞게 하던 것에서 젊은 여성을 제로 사이즈 샘플에 맞추는 점진적 변화를 목격했다. 아주 어린 모델이 런웨이의 표준이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런 변화 양상을 주목해야 한다. 왜 더 큰 샘플을 재단하는 것과 같이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지 이해하려면, 인터넷의 부상부터 철의 장막의 붕괴에 이르는 과정에서 작동 중인 여러 다른 요인을 애써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구조적 문제이며 그 원인은 산재한다.

나오미 캠벨이 베르사체의 런웨이에서 린다 에반젤리스타, 크리스티 털링턴, 신디 크로포드 같은 동료 슈퍼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지 마이클의 ‘Freedom! ’90’에 맞춰 함께 노래하던 무렵에 사회와 정치 구조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는 팀 버너스 리 경이 월드 와이드 웹 브라우저를 막 발명할 때였고, 세계화를 촉발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개시됐으며, 유명인이 패션 잡지의 표지 모델을 대체하기 시작할 때였다. 그리고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수백만 명의 사람이 부상하는 신세계 질서에서 기반을 잡기 위해 서로 경쟁하던 시기였다. 또한 동구권 전역에 만연하던 극심한 빈곤은 모델 일을 혼돈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보던 키가 크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자주 영양 결핍 상태에 있는 소녀들이 끊임없이 공급된다는 의미였다. 패션업계가 이내 그런 사실을 발견하고는 기뻐했다.

“그 일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동유럽과 구소련 공화국으로부터 모델을 유입한 일을 안젤라 미쏘니는 인정한다. “아시다시피, 패션 스케치는 항상 실루엣을 실제보다 길게 늘이고 과장하는 식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그런 스케치처럼 보이는 소녀들이 등장한 거였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샘플 사이즈가 작아진 시점이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그들이 더 작아 보이도록 하고 싶은 게 아니었어요. 단지 캐스팅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소녀들이 더 작았던 거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런 변화에 발맞춘 거죠.”

줄어든 게 샘플 사이즈만은 아니었다. 보수 또한 줄어들었다. 경제적 용어로, 모델계에는 동구권 출신 모델과 브라질 출신 모델이 넘쳐났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그들의 패션쇼에서 런웨이를 오가는 여성 모델에게 수천 달러의 돈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몇 명을 고용해 여러 벌의 룩을 재빨리 갈아입게 하는 대신, 수십 명의 모델을 캐스팅해 각자 하나의 의상을 걸치게 하는 것이 업계 표준이 되었다. 그런 관행이 스타일리스트에게 제격이었다. 베테랑 캐스팅 디렉터 제임스 스컬리가 언급하듯, 유명인이 잡지 표지를 장식하자, 패션쇼 무대는 모델을 위해 독창성을 발휘하는 주요 창구가 되었다. 그 시기에 슈퍼 스타일리스트도 등장했다. 소녀 모델은 좀더 교체 사용이 가능했고, 패션쇼는 온통 빅 룩이라는 명제로 뒤덮였다. 캣워크의 유니폼 군단이 탄생한 것이었다.

그들 무리는 또 다른 목적에 부합했다. 콘데나스트가 2000년에 스타일닷컴(현재의 보그 런웨이)을 론칭하고 인터넷에 런웨이 사진을 게시하면서, 디자이너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했다. 이것은 상전벽해 같은 엄청난 변화였다. 예전에는 패션쇼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해석하는 게 그들의 일이었던 에디터와 구매자를 위한 것이었다. 이제 디자이너는 직접 구매자를 상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해야 했다. 여러 차례 되풀이되는 강력하고 특이한 스타일의 룩은 의미 전달을 제대로 했다. 패션쇼는 업계 용어로 보다 ‘에디토리얼’해졌고, 스타일은 더욱 효과가 있으며 의상은 보다 화려해졌다. 목적은 많은 무리가 패션쇼 행사에 동참하던 시기에 한 브랜드의 독특함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왜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 시장이 세계화되고 런웨이 모델이 저렴하게 갈취당하는데,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세계 전역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보다 잠재 쇼핑객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처음에는 패션쇼가 조금씩 많아지다가, 이제는 늘 패션쇼가 열리죠.” 프라다와 끌로에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캐스팅 디렉터 애슐리 브로카우는 말한다. “제 캘린더를 보면, 1년 가운데 세 달 정도 패션쇼가 없는데, 저는 1년 내내 캐스팅 일을 하고 있어요. 그건 공급과 수요의 문제가 되어버렸어요. 모두가 더 많은 소녀와 소년 모델을 필요로 하죠. 에이전트와 스카우터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런 모델을 공급해야 해요.” 그녀는 계속 말한다. “린다와 크리스티, 나오미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던 옛날과는 달라요.”
수많은 10대가 모델이 되겠다는 헛된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매혹적인 환상이다. 누군가가 코첼라에서 여러분을 무리 가운데서 끌어내, ‘당신 정말 멋진데요’라고 말하며 이전에 모델 일을 해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자, 이제 불안한 10대와 작별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새로운 무리의 친구들과 제트기를 타고 세계 전역으로 돌아다녀보자.

제프와 메리 클라크는 여름 뮤직 페스티벌에서 소녀 모델을 발굴하는 사람들이다. 세인트루이스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마더 모델 매니지먼트의 소유주인 클라크 부부는 미래의 스타 모델 칼리 클로스와 그레이스 하첼의 재능을 발굴했다.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10대의 환상을 떨쳐버렸다. “이것은 힘든 일이에요”라고 메리는 말한다. “우리는 모델에게 그 점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다고 말해줘요. 거절과 비판을 수도 없이 경험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그런 것 때문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말해줘요.” 그리고 그게 바로 성장 과정이 중요한 이유라고 제프는 덧붙인다.

클라크 부부는 캐스팅 일만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마더 에이전트’다. 마더 에이전트는 모델을 훈련시켜 그들을 뉴욕과 파리의 주요 패션업계로 내보낸다. 물론 이게 모델이 업계에 진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엘리트 모델 같은 경쟁사는 또 다른 경로이며, 요즘은 세계 전역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카우터가 모델을 발탁할 수 있는데, 이들은 그렇게 발탁한 사람들을 바로 캐스팅 디렉터에게 홍보한다.

클라크 부부가 계약 체결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모델 가운데 한 명인 말로리 베이스(17세) 같은 신예를 발굴했을 때, 그들은 그녀를 그들의 홈 스튜디오로 데려가 신뢰가 가는 사진작가들과 시범 촬영을 해본다. 그들은 그녀에게 포즈 취하는 법과 워킹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보수를 받는 일자리에 찔러 넣는다. 그리고 말로리가 사는 소도시에서 몇 시간 정도 떨어진 세인트루이스에서 촬영을 섭외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그녀의 활동 공간을 보다 큰 도시로 옮겨간다. 지난 1년 동안 베이스는 도쿄, 로스앤젤레스, 멕시코시티에서 각각 한 달씩 보내며 ‘대학에 일찍 들어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그녀는 이런 여행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그들은 그녀가 온라인으로 학업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 이후 연락이 끊긴 친구의 자리를 대신했다.

“말로리는 애늙은이예요.” 그녀의 엄마인 크리스타 베이스는 말한다. “그녀는 1학년이 끝날 즈음엔 학교에서 벌어진 극적인 사건이나 가십에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말로리는 이제 뉴욕에서 자신의 행운을 시험해볼 준비가 됐다고 믿고 있다. 클라크 부부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리고 크리스타는 말로리가 1차 패션쇼 캐스팅에 나섰을 때 제프와 메리도 거기 함께할 거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런데 모든 마더 에이전트가 다 그렇게 엄마처럼 잘 돌봐주는 건 아니다. 캐스팅 디렉터 먼로가 언급하듯 에이전트에 대한 ‘윤리 규범집’은 전혀 없다. 일부는 괜찮고 일부는 부도덕하며 일부는 그들의 밥줄인 어린 모델을 보살펴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자신에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를테면 안드레아 디아코누가 모델 활동 초창기에 런던에서 고통스러운 치성 농양에 걸렸을 때 그녀의 이전 에이전트는 소염 진통제조차 사다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이 제게 가져다준 모든 것에 대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해요.” 디아코누(27세)는 말한다. “더 이상 나른한 여름날을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지 못해요. 우리 반에서 최우수 학생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이제 수학 시험도 간신히 통과할 정도예요. 그러나 저는 여행을 하며 언어를 배우고, 이제 컬럼비아대학교에 입학 허가까지 받았어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장학금을 준다 해도 제가 거기로 갈 일은 분명 없을 거예요.”

그렇다 해도 디아코누가 초창기에 패션업계에서 한 경험은 이들 어린 모델이 마주하는 심각한 위험을 잘 보여준다. “제가 14세였을 때, 제게 웃옷을 벗고 촬영하자고 요구하는 사진작가들이 있었어요. 체력을 위해 녹차 알약을 섭취하며 하루 20시간씩 촬영한 날도 있을 거예요. 제가 16세쯤 됐을 때, 한번은 모델 에이전시의 부커가 제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클럽에도 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저는 이국적인 앵무새처럼 차려입고 나이트클럽의 테이블을 드나드는 모델들을 보면 아직도 불편해요.”

디아코누는 그런 심야 외출에서 건네받은 약물과 술을 홱 던져버렸다. 다른 10대 모델들은 그녀만큼 요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그들이 그러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봐요. 단지 소녀들만 있는 게 아니제프 클라크는 말한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모델 가운데는 위스콘신주 러신에서 온 소년도 한 명 있어요. 그는 한 번도 직업을 가져본 적 없어요. 여러분이 16세에서 18세 사이에 겪는 모든 변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아이의 첫 직업이 뉴욕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것이어서는 안 돼요. 그 아이는 그 일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 거예요.”

“이들은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세계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아이들”이라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라이선스가 있는 심리 치료사인 LMHC의 마리아 브루스는 말한다. 그녀는 운동선수, 댄서, 배우 등 성취도가 높은 청소년과 성인 전문이다. 브루스는 본인이 상담한 모델들이 촬영 현장에서 얻는 엇갈리는 신호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그들은 피곤하다고 불평하면 ‘어린애처럼 굴지 마’라는 말을 듣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쪽으로 그들은 이미 ‘성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런 혼란스러움 때문에 이들 10대 모델들은 그들이 위험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노’라고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용기 내어 소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침묵한다. “10대의 뇌는 과로에 민감해요.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 요인을 처리하는 데서 생길 수 있는 심리적 영향에는 낮은 자존감, 강박증, 불안, 우울증 등이 포함됩니다.”

‘모델병’ 중에서도 체형 문제는 그 자체로 특별한 하위 범주를 형성한다. 패션업계 전반에 걸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거식증 같은 섭식 장애는 여전히 만연하다. 모델들은 사춘기의 고비를 넘어 사이즈 제로 샘플이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가장 취약해진다고 브루스는 언급한다. 카렌 엘슨이 선명히 기억하는 순간이 있다. “저는 나이에 비해 신체 발육이 늦은 편인 데다 여드름을 억제하려면 피임을 해야 했다”고 1990년대 후반에 최고조에 달한 개성 있는 여러 인물의 출현을 선도한 빨강 머리 미인 엘슨은 회상한다. “제가 살이 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제 가슴은 더 커졌고, 엉덩이도 더 커졌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이러저러한 말을 하곤 했죠. 제 대변인 가운데 한 명은 제가 1파운드를 뺄 때마다 20달러를 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녀가 ‘VH1/보그 패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모델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로 그해인 1998년, 19세의 엘슨은 밀라노 패션 위크에 보통 때보다 10파운드나 더 살찐 모습으로 등장했다. 엘슨은 그녀가 대규모 패션쇼에서 거부당해 나머지 시즌 동안 결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회상한다. “왠지 몰라도 그런 내용이 언론으로 새어나갔어요.”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제가 너무 뚱뚱해서 밀라노 패션쇼 무대에 설 수 없었다고 뉴스에 나왔어요. 그냥 뭔가 잘못된 거죠.”
무수히 많은 어린 모델들은 어른처럼 굴곡 있는 몸매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업계에서 쫓겨난다. 다른 모델들은 일은 계속하지만 패션쇼 무대에는 서지 못한다. 이만 하맘은 요즘 패션계의 슈퍼스타 가운데 한 명이며, 그녀는 많은 여성이 너무도 갖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매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엉덩이 사이즈가 이른바 규정된 34인치를 초과해 캣워크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는 패션쇼 무대에 서려고 수없이 여러 차례 피팅을 하는데,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 저를 잘라버리죠.”

베르사체 2018 S/S 패션쇼의 장대한 피날레는 현재 나이가 50세 언저리이고 깡마른 몸매를 숭배하는 경향이 확고하게 뿌리내리기 전에 모델 활동을 시작한 클라우디아 쉬퍼, 카를라 브루니, 헬레나 크리스텐슨,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를 집중 조명했다. 그들의 런웨이 무대 복귀는 최신 유행 패션은 빼빼 마른 10대한테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반론을 제기했다. “가끔 저는 패션쇼를 보면서 ‘우리는 누구한테 이야기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죠.” 크리스 게이는 말한다. “이런 의상은 성인, 그러니까 다 자란 여성을 위한 것이죠. 우리는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투영하려고 애쓰고 있나요? 아니면 하나의 산업으로서, 그냥 여기서 우리 자신이 즐겁자고 하는 건가요?”

확고히 자리 잡은 유럽의 일부 유명 패션 하우스에서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지난해 끌로에 컬렉션을 통해 처음 데뷔한 나타샤 램지 레비는 모델 소피 코
엘라와 함께 패션쇼를 열어 가벼운 파장을 일으켰다. 19세의 이 모델은 호리호리하긴 하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굴곡을 자랑했다. “소피는 완전 자연 미인이에요. 그게 끌로에가 표방하는 전체 아이디어이기도 해요”라고 램지 레비는 말한다. “하지만 비율을 보면 그녀를 위한 의상을 제작해야 해요. 몇 가지 룩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게 50벌이라면 그렇게 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아마 패션계는 규모가 더 작은 패션쇼가 필요할 수도 있죠. 패션쇼 캘린더에 여유 공간을 확보해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피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거죠.”

램지 레비는 매우 본질적 주장을 하고 있다. 패션쇼 경제의 기저를 이루는 근본적인 움직임이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바뀔 때까지는) 그들이 만들어낸 환경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모델업’은 한 명의 신인 모델이 금방 다른 얼굴로 교체되는 상품 비즈니스로 지속될 것이다. 물론, 지지와 켄달 같은 예외적 경우도 있겠지만, 크리스 게이가 언급하듯 “예외적 경우를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 수는 없다”. 에이틴 플러스 런웨이 이니셔티브는 그와 정반대 목표를 갖고 있다. 기계장치를 고장 내서 다시 조립할 수밖에 없게 하는 식이다.

여성 패션은 적어도 모델이 관계된 부분에서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한길로만 가면 우리는 결국 남성 패션처럼 보일 것이라고 캐스팅 디렉터 먼로는 말한다. 그가 보기에 남성 패션 분야에서는 “모델을 대개 한 번만 쓰고 내다 버리는 일회용 같은 존재처럼 취급해왔다”. 다른 경로는 ‘개성이 뚜렷한’ 유명 모델이 밝혀주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소셜 미디어 팔로워를 자랑하는 여성 모델로 자신을 사이즈에 맞추지 않고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런웨이를 장악한다. 그들의 독특한 개성이 그들에게는 무기가 된다. 덕분에 패션업계는 스타들을 길이길이 빛나는 유명인으로 확실히 만들어주는 사업으로 다시 뛰어들고 있다.

발맹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팝 컬처를 지향하며 패션 캐스팅 분야의 선두에 서 있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패션 하우스에서 이룬 성공의 대부분은 “여성이 발맹 비전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런웨이에 서는 여성들은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패션쇼를 보는 여성과 연관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패션은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패션의 꿈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루스테잉은 덧붙인다. “그게 패션이 모던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에요.”

버질 아블로는 그런 논리를 확대한다. 오프화이트와 루이 비통 남성복 디자이너인 그에게 현실을 보는 것은 인류를 보는 것과 같다.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이전에 건축가와 갤러리 주인이었다가 칸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자칭 패션 아웃사이더인 아블로는 2015년 패션쇼 모델을 캐스팅하기 시작했을 때, ‘이름 없는’ 모델에 매혹됐다고 말한다. 그의 창조적 삶에서 어떤 다른 측면도 그런 식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저는 함께 작업하는 사람은 누구하고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라고 아블로는 설명한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제 생각은… 제 패션쇼에서는 사람이 우선이어야 하고 모델은 두 번째여야 한다는 거죠. 저는 제 패션쇼에 아티스트, 뮤지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했음 좋겠어요. 그래서 이 산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블랙, 화이트, 브라운 등 컬러뿐 아니라 관점도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작업실이나 고위 경영진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일하고 있을 때, 그때가 오래된 관례가 깨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죠.”

아블로가 넌지시 언급하는 세대교체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브랜드로부터 개방된 문화를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최신 경향은 런웨이에서 모든 인종, 신념, 연령, 체형을 적극 수용한다. 후드 바이 에어와 베트멍 같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패션업계의 길거리 캐스팅 움직임에 불을 지폈고, 다른 많은 브랜드도 그들의 패션쇼와 캠페인을 위해 그들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캐스팅한 모델의 개성을 부각시키며 그 뒤를 따른다.

새로운 강령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 강령은 패션쇼 무대 뒤에서도 갱신되고 있다. 뉴욕에 기반을 둔 모델 얼라이언스는 최근 업계 전반에 걸쳐 모델의 업무 조건에 대한 표준을 만들기 위한 이니셔티브인 자체 리스펙트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콘데나스트 공급업체 행동 강령에 명시된 원칙을 확장하며 그 프로그램은 또한 그런 표준을 확실히 유지하도록 하는 고발 및 실행 메커니즘도 포함한다. 목적은 모델을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고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노동자, 즉 일을 하는 사람으로 존중하는 것이라고 모델 얼라이언스의 창립자이자 상무이사(그리고 모델이기도 한)인 사라 지프는 말한다. 이것은 여러분이 자주 무료나 ‘교환’ , 즉 그들을 고용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얻기 위해 일하는 수많은 모델의 불안하고 느슨한 고용 상태를 고려할 때까지 명백해 보인다. “저희는 노동 의식을 패션 분야에도 주입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지프는 말한다. “모델들은 여러분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오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실상은 우리 모델들도 생계 유지를 위해 일하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하고 있고 공정하게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거예요.”

“모델의 연령은 거대 담론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아요.” 스텔라 맥카트니도 동의한다. “만일 여러분이 사람을 고용하는 사업체를 운영한다면, 그들의 고용 조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어요. 패션업계가 그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없어요.” 맥카트니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패션 산업을 지속 가능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며, 그녀는 그것을 매우 커다란 퍼즐의 한 조각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일회성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사용 가능한 것이 너무 많은 가운데 새로운 무엇인가가 늘 나오고 있어요. 신인 모델, 신상 의상, 새로운 TV 프로그램, 모든 종류의 새로운 물건 등 새로운 뭔가가 항상 출시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를 수 있나요?”

18세 이상의 모델만 런웨이에 세우자는 입장 변화가 모델계나 패션계, 아니면 이 산업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 데 일조한 세계가 지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전도유망한 10대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 계약을 맺겠지만 에이전시는 그들의 모델이 특히 비디오와 소셜 미디어의 요구에 맞춰 적응해나가는 동안 그들의 성장 발전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크리스 게이는 말한다. 그는 이런 새 모델링 플랫폼이 보상으로 내놓는 우수한 모델이 성숙미까지 갖춘 모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모델은 역동적이어야 해요. 여러분이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게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 새로운 엉덩이 치수라는 점이다.

“에이틴 플러스 런웨이 이니셔티브가 굉장한 이유는 그것 덕분에 모두가 잘 살펴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거 알아요? 우리는 이것을 더 잘하거나 저것을 더 잘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마더 모델의 메리 클라크는 말한다. “제가 이곳 세인트루이스에서 알고 지내는 여성이 영감을 얻기 위해 패션계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칼리 클로스는 심지어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그런 세계가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믿는다. “이 업계에 대해 낙관하고 있어요. 제가 보는 모든 게 좀더 포용적이고 모델이 각자의 소리를 더 많이 내는 그런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요. 제가 15세에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 아마 저는 제 나이에 비해 성숙했을 거예요. 그래도 고작 15세일 뿐이었죠.” 그녀는 말한다. “10년 동안 이 업계에 있었지만 저는 바뀌었어요. 저도 다른 여성처럼 성장했고, 생각도 자랐어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10대였을 때보다 더 나은 모델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모든 요건에 꼭 들어맞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이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여러분이 세상에 어떤 식의 이미지를 투영하느냐 하는 문제예요. 그것은 단지 보여주고 있다기보다 받아들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