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뷰티

Beauty

지속 가능한 뷰티

2018-12-12T16:40:16+00:00 2018.12.12|

지금 뷰티 월드에서 ‘지속 가능성’이란? <보그>가 과한 포장 문제와 재활용의 위기를 논한다.

나의 하루는 부엌에서 허둥대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얗고 두툼하며 반질반질한 종이 상자 더미를 납작하게 눌러, 이미 내용물이 불거져 나온 재활용 쓰레기통에 억지로 쑤셔 넣는다. 이것은 뷰티 칼럼니스트가 겪는 직업적 고충이다. 화장품과 견본품을 받으면 아주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테스트용으로 배달된 물건은 하나같이 과하게 포장되어 있다. 게다가 화장품 자체에 잠재적으로 환경에 해로운 비누 거품, 자외선 차단 성분, 실리콘 역시 잔뜩 들어 있다. 이럴 때 나는 커피를 타서 라디오를 듣는다. 주로 환경 전문가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청취한다. 가령,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공동 소장 요한 록스트룀 교수가 “지구가 조금 더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 놓여 있고 지구 생태 시스템의 견고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그 역설적인 상황은 내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뷰티 산업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70%가 포장재다.” 렌 클린 스킨케어의 CEO 아르노 메이셀이 말했다. 그는 내게 라스베이거스(지속 가능성의 씨를 말리는 최악의 도시!)에서 전화를 걸어 자신의 회사가 새로 착수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다름 아닌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용기를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중 20%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을 맡은 회사는 테라사이클로 쓰레기를 모으고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을 미리 분리해주는 개인이나 기업 혹은 소매상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바다에서 건진 플라스틱의 90%는 전 세계 10군데 강에서 흘러 들어오죠. 그 중 여덟 군데가 아시아에, 나머지 두 군데가 아프리카에 있답니다.” 메이셀이 설명했다.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에 모였다가 강을 거쳐 바다로 유입되죠.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엄청 많아요. 게다가 그것을 분리하는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폐플라스틱으로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비용이 합성수지 플라스틱보다 15배나 많이 듭니다. 사람들은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가 바다에서 나온 플라스틱의 10% 정도일 것이라고 했죠. 하지만 지금 저희는 바다에서 건진 폐플라스틱의 20%가량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메이셀은 굉장히 긴박한 어조로 말했다. 2021년까지 쓰레기 제로가 목표이므로 할일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그는 해양 환경 보호 단체 서프라이더 재단 측과 대화를 나눴다. 영국 환경 보호단체인 ‘하수로부터 바다를 지키는 서퍼들(Surfers Against Sewage)’에 소속되어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지 1년 후,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병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메이셀은 LA에서 ‘90분간 해변 청소하기 행사’에도 참여했다. “그때 해변에서 쓰레기를 85kg이나 수거했더니, 그런대로 깨끗해진것 같았죠. 해변에서 커피 컵이나 빨대를 발견하고 그것이 해변에서 없어지는 데 450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한다면 눈시울이 붉어질 거예요. 그런데 청소한 다음 날 파도와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변으로 다시 밀려오죠.”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새로운 용기는 회색이다. 솔직히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미래예요. 회색이 초록을 대체하는 새로운 초록인 것이죠.” 지속 가능성에는 분명 회색이 많이 담겨 있기는 하다. 사실 모순점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 진정한 것인지 무엇이 ‘그린 워싱’ , 즉 위장 환경 운동인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를테면 돌고래나 멸종위기 동물을 구조할 때는 의식 있는 양 큰소리 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저임금 노동으로 생산한 용기를 전 세계에 납품하거나 중국에서 제품 동물실험을 하는 것이다.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해도, 그것을 바르게 실천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가령 렌 스킨케어 제품 용기를 100% 재활용하지만, 펌프만큼은 아니라고 처음 인정했다. “하지만 저희는 그 부분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아베다, 더바디샵, 록시땅, 닥터 하우쉬카, 버츠비, 러쉬와 같은 선구적 뷰티 브랜드의 노력 덕분에 다양한 혁신과 창의성이 지속 가능성을 가장 흥미로운 문제와 해결책으로 만들고 있다. 혁신적 신기술을 들자면 향수 브랜드 피르메니히가 발명한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생분해성 인공 향 분자를 꼽을 수 있다. 그 밖에 지보단은 수익성 높은 농장을 만들기 위해 유해한 야자유의 교체 작업을 땅 주인들과 진행하고 있다. 사탕수수로도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으며, 샹테카이 같은 브랜드를 통해 야생동물 보호에 동참할 수도 있다. 또 향수 브랜드 새나 자르댕과 함께 모로코의 꽃 수확 여성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다. 거대 뷰티 기업인 LVMH, 에스티 로더, 유니레버, 로레알 등은 쓰레기 감소, 생물의 다양성 존중, 물 소비 줄이기 등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기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심지어 유니레버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론칭한 브랜드 ‘러브 뷰티 앤 플래닛’의 새로운 스킨, 헤어, 보디케어 제품은 지속 가능성에만 온전히 초점을 맞추며 100% 비건 제품이다.

뷰티 브랜드 오너인 마샤 킬코어는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후원하면서 구호단체 워터에이드와 함께 수질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 론칭한 액상 비누 브랜드 ‘소퍼듀퍼’를 통해 말이다. 그녀는 비록 달성하는 것이 오래 걸린다 해도 바른 목표를 설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저는 100% 합성 수지로 만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브랜드보다 50%라도 줄이는 브랜드의 물건을 사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문제의 일부분이라도 해결하는 편이 낫죠. 우리 모두가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늘 실천 가능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서 유리는 플라스틱보다 운송하기가 더 무겁죠. 그리고 전 세계 모래를 고갈시킬 수도 있고, 출하 과정의 탄소 발자국, 즉 이산화탄소 총 발생량이 훨씬많죠. 그렇지만 여전히 모든 플라스틱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포장만이 유일한 골칫거리가 아니다. 화학자 겸 제품 개발자로 활동하는 ‘엘레큐라 스킨케어’의 설립자 나우신 쿠레시는 이렇게 설명한다. “전 세계가 친환경적이지 않은 포장을 이용하고 있죠. 심지어 포장 재질의 특정 성분은 폐수 처리 시설을 거쳐도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않죠. 다시 말해, 그냥 바다로 흘러들어 오염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최악의 주범 중에서도 자외선 차단제, 계면활성제, 인공 향료와 실리콘을 꼬집어 언급했다. 우리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선택은 바로 자연 친화적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천연 성분을 토양에 뿌리면, 그런 성분은 인공적인 것보다 더 빨리 분해됩니다. 그렇지만 특정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하는 ‘생물학적 성장주기’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 바로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녀에게 욕실과 화장대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보여주며 지구의 관점에서 좋은 제품이 어떤 것인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동물실험을 한 제품을 제외하는 등 나름대로 한 번 거른 상태였다. 라후아의 샴푸와 컨디셔너가 가장 친환경 제품으로 뽑혔고 안타깝게도 매일 애용하는 필립 킹슬리의 ‘엘라스티사이저’에는 에칠헥실디메칠파바와 아미노 변성 실리콘이 함유되어 있었다. 이런 화학물질은 생태계 파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래디컬 스킨케어의 ‘에이지 디파잉 엑스폴리에이팅 패드’는 해양 생태계에 해로운 변성 알코올을 함유하며 탄소 중립 식물 추출 성분 역시 포함한다. 그리고 아워글래스 파운데이션, 로라 메르시에 립 펜슬, 비타리베라타 ‘시어 틴트’ , 인스티튜트 에스테덤 ‘노선’ 선크림, 뷰티 파이의 ‘재팬퓨전 클렌저’ 모두 수서 독성을 유발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지능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시스터앤코 ‘딥 클렌즈 얼티메이트 디톡시파잉’ 비누에는 활성탄이 들어있다. 그리고 불리 1803의 오일과 RMS 뷰티의 생분 해성 클렌징 물티슈, 신생 천연 브랜드 ‘와일드스미스 스킨’의 세럼도 그렇게 지능적인 변화로 탄생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은 수십 년간 회자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와 진화 속도를 맞춰가면서 여전히 초기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솝 코’는 고급 액상 비누를 만드는 기업으로, 영국에서 시각 장애우를 비롯한 여러 장애우에게 일자리의 80%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설립자 카밀라 마커스 듀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지속 가능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환경 측면에서 보면, 이 세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고 살 순 없습니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영향을 더 미쳐야 합니다.” 우리가 처음 발을 디뎠을 때보다 지구가 더 건강해진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또 있을까? 그러니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