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타이베이 패션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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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타이베이 패션 위크

2018-12-14T21:07:30+00:00 2018.12.13|

우리를 ‘푸통푸통’하게 만드는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첫 번째 패션 위크가 열렸다. 여행지로는 친근하지만 패션으로는 아직 낯선 곳. 그곳에서 발견한 디자이너들을 소개한다.

 

이런저런 행사를 빼면 패션쇼가 열린 건 단 이틀뿐이었지만, UUIN을 타이베이 패션 위크의 첫 브랜드로 정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 UUIN은 세 명의 동료 디자이너가 함께 꾸려나가는 타이완의 독립 디자이너 레이블이다. 쇼는 통일성 있고 우아하게 구성되어 디자이너가 세 명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좋은 의미로). 가벼운 실루엣과 볼륨감이 특징인 리조트풍 의상은 해변가에 부는 바람과 따뜻한 태양 빛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자크무스를 연상케 했는데, 쇼 후반에 등장한 풍성한 실루엣의 드레스는 날씨가 따뜻한 나라만 공유하는 여유로운 정취가 느껴졌고 아주 아름다웠다.

 

송미진은 타이완에서 ‘드림걸스’라는 걸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디자이너 쉔츠친과 함께 세이종(Seivson)을 론칭했다. 쉔츠친이 실질적인 디자인을 이끌면 송미진이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식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다. 둘의 개인적인 취향은 아주 다르지만 어차피 소비자는 한 가지 스타일에 만족하지는 않는다고 이들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세이종의 2019 S/S 컬렉션은 <백설 공주> 동화로 풀어낸 동시대 여자들의 자신감과 힘에 대한 것이었다. 머리에 왕관을 쓰고 어린 여자아이처럼 으스대는 워킹으로 등장한 모델들(대부분 타이완의 인플루언서로 구성돼 있었다)은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돌로 활동해서인지 무대의상처럼 장식적인 요소가 많았는데, 모든 옷에서 작은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디테일에 대한 강박적인 태도는 불필요해 보이는 디자인도 살리는 힘이 있다. 그러나 해체주의적인 일본 패션의 영향(많은 의상이 특정 디자이너를 강하게 연상시켰다)을 지나치게 많이 받은 것은 결정적인 단점이었다.

 

타이베이 패션 위크에서 인상 깊었던 건 런웨이에 올라온 옷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우리나라 쇼에서는 의상 핏이 모델에게 정확하게 맞지 않거나 서둘러서 급하게 마무리한 흔적이 역력한 옷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지만,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를 매혹시키고 놀라게 할 천재적인 디자인? 완벽한 바느질이 없다면 패션 학도나 애송이 디자이너의 치기 어린 망상일 뿐이다. 타이베이 패션 위크의 마지막 브랜드 쇼는 차린예(Charinyeh)였다. 차린예의 디자이너 예 하오는 타이완 패션 신에서 30여 년간 경력을 쌓은 인물로 ‘예 선생’이라고 불린다. 예 선생은 노련함에 컬러풀하고 스포티한 컨셉을 신중하게 구현해냈다. 레트로풍 패턴의 소박한 룩도 있었지만 레드, 그린, 블루 삼색이 거미줄처럼 투명하게 짜인 원단과 함께 겹쳐지고 가로지르는 룩은 부담 없이 눈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