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유튜브랜드

2018.12.14

by VOGUE

    유튜브랜드

    2018년의 승자는 유튜브다. 매월 19억 명이 무료 입장해, 매일 2억 개씩 팽창하는 놀이 기구를 타며, 10억 시간을 보냈다.

    인기 유튜버는 새로운 계급이다. 일곱 살 유튜버 라이언(Ryan)이 장난감 리뷰로 한 해 1,100만 달러(약 123억원)를 벌만큼 이들의 수입은 중소기업의 회계 수준이다. 국세청은 연간 9억원을 번다고 추정되는 도티, 허팝, 대도서관 등 인기 유튜버에게 세무조사를 선포했다. 이제 유튜버는 지상파 프로그램에 연예인과 나란히 고정 출연하며, 그들보다 더 많은 팬을 보유하기도 한다. 미국 주간지 <버라이어티>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설문 조사했다. 1~6위까지 유튜버였다. 테일러 스위프트,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밀렸다. 아이들의 꿈은 아이돌에서 유튜버 혹은 크리에이터로 넘어가고 있다.

    유튜브는 매월 19억 명이 방문해, 매일 10억 시간 동안 동영상을 시청하며, 1분마다 400시간의 동영상이 새로 업로드된다. <대학내일> 조사 결과 한국 15~34세는 하루 평균 2시간 유튜브를 시청한다. 나도 집에 TV는 들이지 않아도 유튜브를 편히 보기 위해 스마트폰 거치대를 샀다. 유튜브가 데이트 주선 사이트로 시작했다는 의외의 출생을 보면 놀라운 성과다. 유튜브 최초의 동영상은 2005년 4월 23일, 공동설립자 자베드 카림(Jawed Karim)이 코끼리 앞에서 주절거리는 18초짜리 영상이다. 2018년 10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와, 이 영상이 지금도 재생될 줄 누가 알았냐.” 자베드는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첫 번째 비디오가 별로 아쉽지 않아요. 유튜브에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거든요.”

    자베드의 말처럼 유튜브의 첫 번째 성공 이유는 아무나, 마음 가는 것을, 원하는 때, 무료로 업로드하고, 볼 수 있어서다. 세계인이 76억 명이라면 76억 개의 취향이 오를 수 있는 플랫폼이며, 각 콘텐츠에 공감하는 수많은 촌락(팬들)이 모인 사회다. 메이크업 방법이나 게임 해설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도 있다. 귀지를 빼는 영상이 25만 조회 수를 기록할 일인가. 2013년 아프리카TV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Mukbang’이라는 영문 고유명사까지 생기며 유튜브의 하위문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먹방도 그렇다. 그동안 미디어 산업은 소수가 주도했다. 할리우드 몇몇 제작자와 톱스타, 돈이 차고 넘쳐서 취미로 영화 제작비를 대는 거부, 지상파의 PD와 국장님 같은. 그들은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평균 취향에 맞춰 물 탄 콘텐츠를 생산했다. 공중파는 절대 ‘청담언니’가 쇼핑한 억대 명품을 공개하는 (‘하울’이라 한다) 영상을 1시간 동안 방영하지도, 할 수도 없다. 아이돌이 ASMR 인터뷰를 할 만큼 ASMR이 메가 트렌드(어쩌면 철 지난)가 됐지만, 내내 간질이는 목소리는 심의에 걸릴 거다. 그래서 유튜브는 억눌리던 덕후, 하위 문화, 욕망이 기지개 켜는 민주 사회 같다. 바이럴 비디오 전문가인 케빈 알로카(Kevin Allocca)는 저서 <유튜브 컬처>에서 “유튜브는 산업혁명과 매스미디어가 출현하기 이전의 문화에 더 가깝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아닌 일반 대중의 독특한 현실과 열정, 두려움이 반영된 민속예술을 통해 창의성이 표현되던 시대의 문화 말이다”라고 말한다. 이전에 인터뷰한 뷰티 유튜버 씬님은 쉽게 얘기했다. “저 같은 1인 콘텐츠 제작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사람들이 TV 콘텐츠에 질렸기 때문이에요.”

    내 비밀 중 하나는 유튜브다. 홈 화면에 ‘사랑과 전쟁: 교양 있는 와이프의 살벌한 참교육’ ‘슈스스의 매장 털기’ ‘순풍산부인과 미달이 레전드 편’ ‘백종원이 극찬한 돈가스집에 각서까지 써준 이유’ 등의 콘텐츠가 떠 있다. 직접 검색한 것은 거의 없고, 이전에 본 영상을 바탕으로 유튜브가 추천해준 것들이다. “솔직히 이런 것 좋아하죠?” 같은. “네, 솔직히 좀 그래요”란 심정으로 클릭한다. 상식을 지키는 콘텐츠라면 위아래가 있겠냐만, 굳이 드러내고 싶은 제목은 아니다. 유튜브는 모기업이 구글인 만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보다 아카이브 검색이 쉽고(여덟 살 조카는 궁금한 것을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그를 바탕으로 귀신같이 추천해주는 기능이 핵심이다. 그래서 개미지옥이다. 밤 10시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를 보려고 유튜브에 접속하니, 밤 12시엔 말레이시아 여중생의 K-pop 커버 댄스를, 새벽 4시엔 태국 음식 탐방기를 보고 있다. 유튜브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크리스토스 굿로(Cristos Goodrow)는 이렇게 얘기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서 찾아주면 그들은 행복해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지 말란다. 대중의 봉기 같던 유튜브는 어쩌면 생각의 기회조차 없애는 천상계의 권력 집단일지 모른다.

    유튜브는 TV, 네이버뿐 아니라 기존 권력을 밀어내고 있다. 마미손은 노래를 유튜브에 공개하며 <중앙일보>에 “음원 사이트는 악당”이라고 인터뷰했다. “유튜브 같은 대안적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면 다른 아티스트도 시도할 것. (중략) 그 자체로 악당에 대한 상징적 단죄 행위가 될 것.” 한국은 이미 음악 감상용으로 유튜브(43%)를 멜론(28%)보다 많이 사용한다.(한국인터넷기업협회, 2018년 3월 기준) 이는 음악을 무료로 듣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영상을 함께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유튜브 관련 책마다 빠지지 않는 ‘강남스타일’이 전통(?)적인 예다. 앞으로 유튜브는 검색과 추천이라는 특기를 살려 사용자의 취향, 위치, 시간 등을 좀더 고려해 음악을 제안할거라 발표했으니, 승률은 더 높아질 거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아랍의 봄’은 소셜 미디어, 특히 유튜브의 역할이 컸다. 알다시피 많은 아랍 국가가 매스미디어를 통제한다. 결정적으로 일반인이 흔들리고 비뚤어지며 개인적인 관점으로 찍어 올린 영상은 보는 이를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남의 아픔을 체화하도록 도운 것이다. 또한 대중을 뉴스에 참여하게 한다.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이 손잡은 날,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생중계 뉴스의 유튜브 접속자 수는 13만 명이었다. 그 밑에는 엄청난 댓글(의견)이 실시간으로 달리며 ‘인터랙티브’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유튜브는 ‘댓글’, 아니 ‘커뮤니티’를 정말 중시한다. 유튜브의 제품 책임자 닐 모한(Neal Mohan)은 “우리의 목표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크리에이터와 팬 간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튜버 조엘라(Zoella)는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저는 제 의견을 신뢰하는 시청자 커뮤니티를 구축했고, 이 커뮤니티가 돈보다 훨씬 중요해요.” 자신을 드러내고, 경험을 공유하며, 더 직접적으로 소통해 영향을 주고받기가 익숙한 세대는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하지만 부를 누린다는 소문에 광고, 미디어 기업 등이 몰려 유튜브의 개성도 줄고 있다. 케빈 알로카가 가장 유튜브답다고 말한, 기이하고, 꾸미지 않았으며, 깜짝 놀랄 만한 데다, TV나 라디오, 영화와 완전히 달라 엄청나게 성공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강아지 틸만’은 사라질지 모른다. 그는 토로했다. “웹 비디오가 여전히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혁신을 대변하는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중략) 의도적으로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제 우연한 기회에 인기 비디오나 비디오 제작자가 생겨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모두 ‘유튜브랜드’로 들어가려는 지금, 유튜브는 꿈과 희망의 세계로 남을 수 있을까.

      에디터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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