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새로운 계절의 일곱 가지 멋

2019.02.07

by VOGUE

    새로운 계절의 일곱 가지 멋

    이제껏 만나지 못한 자아를 발견하려는 우리 시대 여자들. 새로운 계절의 일곱 가지 멋을 〈보그〉가 요약했다.

    블랙 스팽글 드레스는 프라다, 가장자리를 별 모양 스터드로 장식한 선글라스는 구찌.

    EYES WIDE OPEN
    시소 놀이의 재미는 한쪽으로 기울면, 또 다른 쪽이 올라오기 마련이라는 것. 패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여자의 얼굴을 덮었던 작디작은 선글라스가 기울고, 이제 얼굴을 반 이상 가리는 대형 선글라스가 나타났다. 그렇다고 15년 전쯤 사둔 거대한 보잉 선글라스를 서랍에서 꺼낼 생각은 하지 말길. 스키 고글을 닮거나 극장용 3D 글라스를 닮아 조형적이고 미래적인 선글라스가 지금 대세다. 물론 아무리 이태원이나 청담동이라고 해도 쓰고 다니려면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그래서 더 새로운 건 사실이다.

    모델 이지의 꽃무늬 실크 셔츠와 재킷, 레깅스와 주름치마는 구찌(Gucci), 컬러 블록 샌들과 손에 든 마드라스 체크 패턴 토트백은 포츠 1961(Ports 1961), 검정 베일이 달린 밀짚모자는 4 몽클레르 시몬 로샤(4 Moncler Simone Rocha). 다영이 입은 페이즐리 무늬 캐미솔, 다양한 패턴이 섞인 재킷과 팬츠는 에트로(Etro), 빨간색 니트 샌들은 프라다(Prada), 어깨에 멘 가방은 포츠 1961, 자는 4 몽클레르 시몬 로샤.

    NEW NOMAD
    1월 초 <뉴욕 타임스>는 올해 가야 할 여행지 52곳을 발표했다.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부터 인도의 유적지 함피, 대서양 중앙에 자리한 포르투갈의 작은 섬 아조레스까지. 목록에 이름을 올린 지역을 살펴보자면 지금 당장 공항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도 전 세계 곳곳으로 떠나는 여행자들이 차고 넘쳐났다.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서핑을 즐길 법한 에트로의 서퍼부터, 이비자의 한가로운 항구를 거니는 끌로에의 숙녀, 지중해 어딘가로 떠난 토리 버치의 부유한 아가씨들까지. ‘일상 탈출 욕망’ 스타일에는 자유와 도전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맘처럼 쉽게 떠나지 못한다 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발렌티노를 통해 근사한 여행지를 선사한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우리 스타일에 낯선 목적지는 필요 없다고 전한다. “다들 현실도피에대해 이야기해요.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됩니다. 각자 사는 곳에서 자아를 찾고 즐기면 되니까요.”

    독특한 절개의 화이트 톱, 올리브색 팬츠와 벨트, 투명한 고글 선글라스와 사각 이어링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FIGHTING SPIRIT50
    옥스퍼드 사전’에서 뽑은 2018년의 단어는 ‘톡식(Toxic)’이었다. 단순히 ‘유독성’이라는 의미대로 환경보호를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미투운동’을 비롯해 유해한 남성성에 반하는 분위기에 맞춘 것이 이유다. 여성이기에 경험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에 대한 토론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패션 세계 역시 이러한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강인한 여성성을 담은 컬렉션이다. 물론 갑옷 같은 옷으로 여자의 힘을 드러낼 순 없다. 대신 실생활에서 존재감을 더할 만한 현대적 여전사 이미지의 컬렉션이 눈에 띈다.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이 전하는 잠언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여성의 동지애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강한 힘을 지닌 동시에 감성적일 수 있어요. 말하자면 힘을 드러내는 동시에 연약해도 좋다는 걸 표현했어요.”

    똑딱단추로 간편하게 여밀 수 있는 베이지색 셔츠, 골드 피어싱 디테일 팬츠, 오픈 토 앵클 부츠와 골드 브라스 이어링은 버버리(Burberry).

    50 SHADES OF BEIGE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등장한 베이지색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시나몬 가루를 뿌린 카페 모카? 농도가 짙은 율무차? 수수밭이 펼쳐진 제주 거문오름의 색채? 디올, 발맹, 버버리, 톰 포드, 막스마라, 미우미우 등 수많은 런웨이에서 우리는 베이지색의 변주를 감상했다. 소란스러운 자기 PR 시대에 고요히 자기 멋을 지키는 여성을 위한 축복인지, 혹은 젠더 정치학의 본격 결투장으로 떠오른 여자의 맨몸을 위한 찬양인지, 이유는 명확히 꼽을 수 없지만, 지금 가장 근사한 색은 단연 베이지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골드 스터드가 박힌 헤어밴드는 프라다(Prada), 블랙 페이턴트 재킷은 에이치앤엠×이티스(H&M×Eytys), 가죽 장갑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BAND OF SISTERS
    익숙한 아이템의 귀환은 늘 반갑다. 이번엔 남녀노소 누구나 착용한 적 있는 ‘머리띠’의 컴백이다. 영어로 ‘앨리스 밴드(Alice Band)’. 한 세기 전쯤 흘러내리는 머리를 고정하기 위해 탄생한 요 머리띠는 여러 시기, 다양한 지역에서 사랑받았다. 80년대에는 유행에 민감한 런던 상류층 젊은이 ‘슬론 레인저’들이 즐겨 착용했다. 그 당시 다이애나 비와 사라 퍼거슨 같은 로열패밀리들은 머리띠를 하고 공식 석상에 등장할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90년대 김희선이 머리띠 열풍을 주도했다. 인기 드라마 <토마토>에서 그녀가 쓰고 나온 온갖 머리띠 스타일링을 따라 하지 않은 여자가 있었나? 이미 유행할 대로 유행한 머리띠를 런웨이에서 부활시킨 건 미우치아 여사다. 그러나 “클래식의 룰을 깨고 싶었습니다”라고 미우치아 프라다가 말한 것처럼 특별한 방식으로 머리에 올려야 한다. 머리칼을 고정하는 부수적 역할이 아닌, 볼륨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헤드피스다. 미니멀한 새틴 소재부터 비즈와 스터드를 박아 넣은 머리띠는 갖가지 룩에 잘 어울린다. 발라클라바, 바부슈카 등 2019년을 후려칠 헤드피스 트렌드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좀더 현실에 맞닿은 아이템은 머리띠다.

    다영이 입은 부드러운 끈과 나무 장식을 꼬아 만든 드레스는 포츠 1961(Ports 1961), 발레리나 슈즈를 연상케 하는 플랫 슈즈는 디올(Dior). 이지가 입은 그물 디테일 재킷과 팬츠는 JW 앤더슨(JW Anderson).

    AU NATUREL
    요즘 인스타그램에 직접 짠 ‘위빙(Weaving)’ 작품을 자랑하는 포스팅이 많다. 소규모 베틀에 색색의 실로 짠 벽걸이 오브제부터 매듭을 지어 완성하는 마크라메까지. 물리적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이 취미에 다들 열광하는 이유? “수공예(Craft)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해독제입니다.” 10년 넘게 공예품을 모아온 주인공이자 전 세계 공예가들을 대상으로 한 콘테스트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를 만든 조나단 앤더슨의 말이다. JW 앤더슨 컬렉션에는 수공예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다. 그는 흰색 실과 나뭇조각을 격자로 엮어 재킷과 바지에 활용하는가 하면, 니트를 정교히 꼬아 숄더백을 장식했다. 포츠 1961의 나타샤 차갈 역시 걸을 때마다 나뭇조각이 서로 부딪쳐 영롱한 소리가 나는 프린지 드레스와 꼬임 장식 수트, 가방을 선보였다. 다시 말해 디지털 스크린의 2D 이미지로 보는 것보다 현실 세계에서 손으로 만져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아이템이 매력적이라는 얘기.

    체인을 허리에 감아 연출한 ‘TB’ 로고 벨트 백은 버버리(Burberry), 블랙 스팽글 톱은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팬츠는 JW 앤더슨

    WAIST ON
    단체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여행객의 허리. 그곳에 걸려 있던 ‘패니 팩(Fanny Pack)’이 진화했다. 구조적 형태와 고급 소재의 벨트 백은 버버리, 펜디, 끌로에 쇼에서 뺄 수 없는 ‘악센트’였다. 이번 시즌 벨트 백이 더 매력적인 건 굳이 허리에 차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리카르도 티시의 새로운 로고가 돋보이는 버버리의 벨트 백을 보자. 체인을 허리에 감는 대신 어깨에 메면 무척 세련된 숄더백으로 변신한다.

      에디터
      손기호, 남현지
      포토그래퍼
      레스(Less)
      모델
      이지, 김다영
      헤어
      박규빈
      메이크업
      황희정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