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New Air

2019.02.10

by VOGUE

    New Air

    패션 브랜드에도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 패션 하우스에 새바람을 주입하고 있는 다니엘 리. 그 신선한 공기를 흡입할 수 있는 공간이 도쿄에 마련됐다.

    패션 컬렉션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광고한다면,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Daniel Lee)의 새 컬렉션은 아래처럼 카피가 넘쳐난다.

    이 하우스는 지난해 12월 10일 밀라노 국립 과학기술박물관 내부의 새로운 공간, 카발레리체(Cavallerizze)에서 2019년 프리폴 컬렉션을 공개했다. 여성복과 남성복, 액세서리와 주얼리를 망라한 컬렉션은 불과 6개월 전 하우스를 물려받은 리의 첫 작품이다. 텅 빈 공간을 런웨이 무대와 관객, 조명으로 가득 채울 법했지만, 서른두 살의 이 영국 청년은 고요한 방법을 택했다. 창고를 닮은 공간 속 행어에 옷을 걸고, 모던한 식물이 놓인 벽을 따라 액세서리와 주얼리를 갤러리처럼 전시한 것이다. 유럽 기자들은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의 모습 역시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엠바고 일정이었던 12월 13일이 지나자 컬렉션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첫 프리 컬렉션은 브랜드를 대표할 옷에 대한 것입니다. 패션 메시지보다 진짜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일입니다. 우리를 대표할 아이콘을 정립하고, 옷에 긴장을 주고자 했습니다.” 컬렉션 공개 직전 미국 <보그> 인터뷰에서 다니엘 리는 자신의 목표를 이렇게 설정했다. 그가 보테가 하우스에 오기 전 17년간 그곳을 지킨 토마스 마이어와 차별은 명확했다. “제 작업에 젊은 결심을 담고 싶었습니다. 저는 다른 세대에 속해 있고, 전 세계가 속한 커뮤니티라는 아이디어는 저를 비롯한 밀레니얼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그의 컬렉션을 향한 리뷰 대부분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은 또 있었다. 그가 보테가로 향하기 전 머물렀던 직장 셀린, 그의 보스였던 피비 파일로. 영국 북부 출신인 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뒤 도나 카란, 발렌시아가, 메종 마르지엘라 등에서 일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직장은 두말할 것 없이 셀린이다.

    “그곳에선 최대한 밀어붙일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다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훌륭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5년간 파일로 곁에서 여성복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의 작업에서 현실적인 여성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재단이 돋보이는 단단한 가죽 스커트, 편안한 니트, 세련된 외투 등이 대표적 흔적이다.

    은근한 이탈리아의 멋을 대표하는 브랜드에서 일하게된 이 영국 청년에게 이탈리아 여성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처음으로 밀라노에서 일하게된 그는 이탈리아 도회지 여성을 자신의 대표적인 영감으로 꼽았다. 거리를 누비는 아름다운 옷차림의 이탈리아 여성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모니카 비티를 비롯한 전설적인 영화배우, 프랑카와 카를라 소짜니 같은 현대적인 밀라노 여성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실험적 아이디어, 90년대 톰 포드의 도발적 여성미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실 밀라노에서 이번 컬렉션을 공개하기 나흘 전, 맨 먼저 다니엘 리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었던 곳은 도쿄 긴자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죽 엮는 방식인 인트레치아토를 표현한 듯 900개 이상의 은빛 금속 패널로 완성한 6층 플래그십 스토어가 새 컬렉션 공개에 맞추어 문을 연 것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다니엘 리 컬렉션으로 모든 공간을 채운 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곳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리를 위한 예고편 같았다. 초대받은 아시아 기자들이 기하학 패턴의 입구를 통해 들어서자, 리가 완성한 새로운 백 시리즈가 눈에 띄었다. 2층에는 여성 신발과 핸드백, 3층은 여성복, 4층은 남성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5층은 예약을 통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쇼핑 공간이다. 그런가 하면 매장을 꾸민 대부분의 가구는 보테가 베네타 가구 컬렉션이다. 여기에 지오 폰티, 지안프랑코 프라티니 등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작품이 곳곳을 채웠다. 과시욕은 없지만 고급스러운 취향이 은근하게 숨 쉬는 공간이었다.

    “보테가는 세련된 우아함을 이야기하는 브랜드입니다. 고요함이 중요하죠. 소음 속에서의 고요와 정적을 표현하는 브랜드이길 바랍니다.” 소란스럽지 않은 럭셔리, 은은하게 드러나는 취향. 다니엘 리가 꿈꾸는 보테가 베네타의 분위기는 이토록 산뜻하다. 이제 우리는 그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고 즐기면 된다.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COURTESY OF BOTTEGA VENETA
      SPONSORED
      BOTTEGA VENET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