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리모와의 새로운 시작

2019.02.13

by VOGUE

    리모와의 새로운 시작

    ‘리모와’ CEO 알렉상드르 아르노에게 ‘밀레니엄 세대의 위스퍼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전통적 취향도 지녔다.

    파리에서 만난
    알렉상드르 아르노.
    지금은 디올 옴므를
    입고 있지만,
    곧 셀린 남성복을 입고
    <보그>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언론에선 밀레니얼 세대가 서구 사회의 주요한 문화적 특징인 백화점과 마멀레이드, 민주주의와 저녁 식사 데이트 등의 쇠락에 크게 일조했다고 주장한다. 이 세대가 실제로 세상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면, 알렉상드르 아르노(Alexandre Arnault)가 해결사다. 26세인데도 리모와(Rimowa) CEO를 맡고 있는 그는 종종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 전문가라 일컬어지지만 다른 밀레니얼 세대처럼 ‘흐트러뜨리려는’ 욕구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

    이 성향은 알렉상드르의 양육 방식에 어느 정도 기인한다. 70개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LVMH 제국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차남인 그는 클래식한 유럽식 교육을 다양하게 받아왔다. 5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수준급 피아노 연주 실력을 자랑하며 와인 리스트만큼이나 장 미셸 바스키아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열광적으로 읊을 수 있다. 수줍은 듯 부드럽게 말하면서, 키가 큰 사람들(그는 200cm에 달한다) 특유의 겸연쩍은 미소를 띤 아르노는 공손함까지 갖췄다.

    10대 시절 유일한 반항이라면, 16세에 리모와 수트케이스를 산 일이다. 뉴욕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전이었다. 나름의 반항적 행동이었다. 특유의 각진 알루미늄 케이스로 유명한 독일 명품 브랜드 리모아는 LVMH 그룹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8년 후인 2016년 10월, 그는 텔레콤 파리테크와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고 2년간 리모와 오너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가볍게 날씨 이야기를 했고, 그를 우리 공장과 샴페인 와이너리로 초대했죠.” 어린 아르노는 부친에게 8억 유로에 그 브랜드의 인수를 설득했다. 그렇게 그는 24세에 그 회사의 CEO가 됐다.

    아무도 그의 CEO 임명을 예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브랜드 인수 작업은 발 빠르게 진행됐다. 2017년, 관광산업이 전 세계 GDP의 10.4%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여행용 캐리어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20년 여행용 캐리어 시장의 연 매출이 670억 달러를 넘어설 거라고 한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 젊은 세대가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물건보다 경험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그들의 흥미를 자극할 방법은 뭘까? 그들의 여행에 함께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뭔가를 제공하는 것! 아르노는 120년 전통의 여행용 캐리어 회사의 로고를 바꾸기로 결심했고, 더불어 슈프림, 오프화이트와 협업을 시도했다. 슈프림과 협업한 한정판 캐리어는 12초 만에 매진됐고, 오프화이트와 협업한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트렁크는 인스타그램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여전히 아르노는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를 홀리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말이 싫어요.” 집과 본가로부터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파리 제7구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만났을 때, 디올 옴므 슬림 핏 수트를 차려입은 그가 점잖게 웃어 보였다.(‘다음에는 셀린 수트를 입겠지!’) “밀레니얼을 소비 타깃으로 잡는 것은 굉장히 위험해 보여요. 밀레니얼 세대 이외의 소비자들이 배제되는 느낌을 받으면 문제가 되거든요.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들이 그리 어수룩하지도 않고 말이죠.

    그들도 알아요. 우리도 알고요. 우리가 리모와에서 노력하는 부분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온 협업은 어땠나?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고 말하지 않았죠. 인스타그램에서 슈프림 트렁크를 든 안나 델로 루소를 봤어요. 그녀는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에요. 그뿐 아니라 열세 살짜리 Z세대가 그 트렁크를 들고 다니는 것도 봤죠. 우리는 굉장히 폭넓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어요. 그거야말로 정말 멋진 일이죠!”

    그는 경영자로서 1년에 150차례 이상 비행기를 탄다.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것을 관찰하기에 현장을 지켜보기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비록 늘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다니지만. 그는 2년간 리모와 공장이 있는 조용한 도시 쾰른에서 근무하다 최근 파리로 옮겼다. 그렇지만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은 독일에 간다. 그리고 6주마다 미국과 아시아로 출장을 다니며, 전 세계 어디든 새로 여는 매장을 방문한다. 그러면서도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파리에서 휴가를 보냈다. “주말마다 즐거운 삶을 위해 여행을 다니죠. 결국 제 일에 보탬이 됩니다.”

    그는 파리에 지내면서 팟캐스트를 들으며 센강을 따라 달리거나, 기술과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마레에서 어울리기도 하며, 가족과 ‘르 뒤크’에서 점심 식사도 한다. 집에서는 소형 그랜드피아노로 쇼팽을 연주하거나 <이코노미스트> 같은 주간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비행기에서 읽을 신문 기사를 직접 챙긴다고 인정했다. “그다지 밀레니얼 세대다운 모습은 아니죠?”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Thomas Lohr
      글쓴이
      ELLIE PI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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