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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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머리

2019-03-11T16:02:34+00:00 2019.03.11|

하루 통틀어 스마트폰으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샤워 타임이다(스피커폰으로 상대와 통화하며 샤워하는 친구도 있지만). 속이 훤히 비치는 병 안에 든 무색무취 저자극 클렌저 제품이 도열한 세면대에 반해 덩치 큰 대형 마트 표 샴푸와 린스만 덩그러니 놓인 샤워 부스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었다. 먹고 마시고 바르는 것에 이어 ‘감는’ 것까지, 온 우주가 초록으로 물든 것이다.

친환경적이면서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 스킨케어 매출을 선도한 데 이어 최근 헤어케어 카테고리가 이 흐름에 합류했다. 2월 초 <보그> 편집부에 도착한 신상 샴푸는 향이면 향, 외모면 외모,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지만 그 가운데 유일한 공통분모는 ‘그린’.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고급 헤어케어 제품 부문이 전년 대비 27% 성장하는 등 헤어케어 부문의 엄청난 신장과 더불어 웰니스와 헤어케어가 더 긴밀히 융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반에는 설페이트(황산염)와 파라벤 무첨가 포뮬러에 대한 니즈가 주를 이뤘으나 더 나아가 천연 성분 제품과 심신 통합적 치료에 기반을 둔 제품이 밀려들고 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 제이 월터 톰슨의 디렉터 루시 그린은 “이제 웰니스는 모든 소비의 기준이 됐어요. 페인트 색부터 램프,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웰빙이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상품이 차별화되는 것이죠”라고 말한다. 그녀는 헤어케어를 웰니스 열풍의 마지막 지점으로 본다. “이런 진전은 ‘모든 것이 긴밀히 얽혀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덕분이기도 해요. 생활 속 모든 면에서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을 무해한 것으로 교체하는, 일종의 청소죠.”

버몬트 소재의 자연주의 스킨케어 기업 우르사 메이저의 공동 설립자 에밀리 도일에 따르면 브랜드에 가장 많은 요청이 들어오는 제품은 샴푸와 린스였다. 유해 성분 제로의 기초 관리 제품을 앞세우는 우르사 메이저는 최근 브랜드 최초의 헤어케어 라인 ‘고 이지 데일리(Go Easy Daily)’를 론칭했다. 해당 제품은 코코넛 유래 천연 계면활성제과 콩 단백질 성분, 호호바 오일 등의 천연 성분으로 제작한다. 도일은 인체에 무해한 ‘클린 스킨케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유해 성분 없는 ‘클린 헤어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천연 성분을 앞세우는 브랜드는 2018년 3분기 스킨케어 매출의 25%를 차지했으며 현재 뷰티 카테고리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루틴에 변화를 준다면 일반적으로 스킨케어 혹은 보디케어부터 시작하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 매일 몸에 로션을 바른다면 이에 대한 대체제를 찾아야겠다고 느끼는 거예요.” 도일은 이렇게 덧붙였다. “헤어케어와 메이크업에 변화를 주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보통 스킨케어 루틴을 바꾼 이후 안전한 데오도란트 제품을 찾고 그 후 또 어떤 부분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살펴보는 식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소비자의 관심이 단지 천연 성분 함유 제품에 머물지 않고 헤어스타일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자연스러운’ 질감 그대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합성 화학물질이 가득한 스타일링 제품보다 천연 유래 성분의 트리트먼트 제품이 대단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화려하고 멋진 헤어 스타일링에 치중되어 있었다”고 말하며 꽤 오랫동안 헤어는 변신의 매개체였고 일례로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거나 파우더로 부스스하게 처리한 느낌 등 갖가지 파격적 스타일을 시도하는 대상이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유행의 추가 반대편으로 옮겨가면서 이제 자연스러운 외모와 아름다움에 끌리고 있다.

요즘 여자들은 피부와 모발 관리에 충실하다면 굳이 메이크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다시 말해 최근 내추럴 뷰티에 대한 우리 여자들의 관심은 단순히 제품 성분에 대한 우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의 고민을 반영하며 ‘어떻게 하면 본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두꺼운 메이크업 없이도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보다시피 헤어케어는 단순한 셀프케어, 뷰티 루틴의 영역을 초월했다.

‘띠링’. 결제 완료 문자다. 구매 내역은 신생 헤어케어 브랜드 알리유스(Allyoos)의 원스텝 세정제 ‘퀵 클린(A Quick Clean)’과 헤어 마스크 ‘주스 드렌치(Juice Drench)’. 아직 뜯지 않은 헤어 제품이 수두룩한데 웬 과소비냐는 남편의 핀잔에 난 이렇게 응수했다. “스피룰리나, 망고, 수박씨, 코코넛 오일 등 먹을 수 있는 원료로 구성된, 모발을 위한 ‘친환경 주스’는 처음일걸?”

 

‘그린’과 ‘클린’은 스킨케어 범주에서 유효한 핵심어였지만, 이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