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누가 포니테일을 모함했나?

2019.03.14

by VOGUE

    누가 포니테일을 모함했나?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포니테일의 귀환.

    손목에 까만 머리 끈을 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 저 사람은 분명 포니테일의 진가를 제대로 간파한 사람일 테니까. 뛰어놀기 좋아하는 활동적 성향의 소녀와 조깅을 즐기는 성인 여성의 트레이드마크로 전락한 포니테일이 봄바람을 타고 유행의 중심에 섰다.

    포니테일이 간편함의 상징이라는 나의 고정관념은 2019 S/S 마크 제이콥스 쇼를 본 뒤 산산조각 났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가 모델들의 머리를 풍성한 모양으로 손질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이건 히치콕 영화의 여주인공이 네페르티티 여왕과 대면하는 기분. “눈앞에 판타지가 펼쳐집니다.” 귀도가 초현실적 장면을 떠올리며 말했다. 컬러리스트 조시 우드가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파스텔 톤으로 염색한 덕분에 그 효과는 증폭됐다. 최근 런웨이를 수놓은 ‘있는 그대로의 차분함’은 없었다. 빈자리는 마크 제이콥스표 포니테일의 장엄함으로 채워졌다. “극단적이고 몽환적이란 키워드 아래 도출된 결과물이었죠.” 귀도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헤어스프레이를 과하게 뿌리고 솜 뭉치를 숨겨 넣는 등 숱한 손길을 거친 뒤에야 얻어지는 노력의 결실로 모두가 놀랄 만한 판타지 요소를 갖췄지만 우리 모두에게 충분히 현실적인 스타일입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포니테일 스타일링은 무료한 일상에 지친 내게 신선한 신호탄 같다. 1959년 마텔사의 바비 인형이 전하는 자유분방한 낙천주의 기질은 컬이 가미된 앞머리와 반짝이는 금발의 포니테일로 완성됐다. 당시 이 스타일은 그 시대가 지닌 단정한 완벽주의 기질과 제대로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10년 뒤 미용실을 휩쓴 문화혁명 영향으로 바비는 조니 미첼, 제인 버킨, 1969년 미국에서 방영된 시트콤 의 맏언니 마샤처럼 긴 생머리로 변신했다.

    이제 다시 변화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다. “에지 있는 헤어스타일을 할 수 없어요. 딱히 그럴 만한 이유가 없거든요.” 귀도는 들쭉날쭉한 개성조차 획일적인 것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잘 손질된 포니테일로 다니는 여자들을 보면 뭐랄까, 조금 더 펑키한 느낌이 들어요.” 포니테일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헤어스타일을 외면해온 이들이 실제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때 활동적 성향의 아이들 그리고 조깅하는 사람들의 전유물 정도로 취급받던 포니테일을 현실로 끌어들여 온종일 지속되는 세련미, 현대적인 멋을 가득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끌린다. 게다가 런웨이에만 어울리는 ‘넘사벽’ 스타일도 아니다. “이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죠.” 헤어 스타일리스트 에스터 랭햄은 익숙하고 편안한 영역을 뛰어넘어 영감을 끌어낼 자유에 대해 언급했다(지금 이 페이지를 장식한 플라밍고 컬러 포니테일은 그런 그녀의 솜씨).

    긴 머리의 미니멀리스트인 내가 미용실을 향했다. 이곳의 오너이자 헤어 스타일리스트 세르주 노르망은 시크한 포니테일 스타일을 했던 사람들에 대해 줄줄 꿰고 있다. “젊은 시절 오드리 헵번부터 메건 마클의 결혼식 시뇽 스타일이 떠오르는군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내 앞머리를 꼼꼼히 다듬었다. 그다음 허리까지 닿는 내 머리가 찰랑찰랑 움직이도록 컬을 넣고 볼륨을 높이기 위해 정수리로 머리를 빗어 넘겼다. “볼륨은 조금만 넣을게요. 상식을 벗어나지 않은 딱 이 정도면 충분하죠.” 벨벳 리본으로 포니테일을 감싼 뒤 미용실을 나섰다. 지하철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은 워커 에반스(Walker Evans)의 다큐멘터리 사진 속 인물처럼 고전적이다. 셀피를 찍어 여동생에게 전송했다. 그러자 뮤지컬 <그리스>에서 포니테일을 선보인 패티 심콕스의 대사를 인용한 답장이 도착했다. “아무리 안 좋게 말하려 해도, 역시 이만한 게 없지.”

    요즘 난 시간에 쫓길 때마다 드라이 샴푸로 정수리 볼륨을 살리고 머리를 높이 묶어 벨벳 리본을 두른다. 이 모습은 주얼리 디자이너 소피 부하이의 세련된 룩북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LA에서 활동하는 소피는 담백한 감성의 주얼리와 동일한 노선의 새틴 곱창, 플러시 소재 머리띠 같은 헤어 액세서리 제작에 힘쓰고 있다. “잘 정돈된 헤어스타일을 좋아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머리 손질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진 않죠. 그럴 때마다 헤어 액세서리의 힘을 빌립니다. 잘 만든 헤어 장식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완성된 느낌을 주죠.”

    문득 한 인물이 떠올랐다.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곱창밴드로 한껏 치켜올린 포니테일을 선보인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보다시피 포니테일은 스타일, 성별, 연령을 초월해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마성의 헤어스타일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밋밋한 검정 밴드에 리본 디테일을 더해보길. 소피가 자신의 포니테일 옆에 매달린 벨벳 리본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이 리본이 없다면 베이비시터처럼 보일걸요?”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Rémi Lamandé
      모델
      Nana Skovgaard
      글쓴이
      LAURA REGENSDORF
      헤어
      Esther Langham
      메이크업
      Pep G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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