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튼의 법칙

Fashion

뉴튼의 법칙

2019-03-25T14:58:03+00:00 2019.03.25|

20세기 패션 사진을 정의한 사진가 헬무트 뉴튼의 작품이 서울에 온다!

Tied Up Torso, Ramatuelle, 1980

“만약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 사진 속 여성을 만지려고 하면, 그들은 팔을 물어버릴지도 몰라요. 어쩌면 팔 말고 다른 걸 물 수도 있죠!”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이 지난 2001 년 헬무트 뉴튼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대목은 뉴튼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들 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이른바 뉴튼 우먼을 잘 보여주는 유명한 예시는 1975년 파리 <보그>에 실린 ‘르 스모킹(Le Smoking)’ 패션 화보다. 이브 생 로랑이 드레스 대신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수트를 여성을 위해 제작했고, 뉴튼은 이를 파리의 좁은 오브리오(Aubriot) 거리에서 담배를 들고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모델의 사진으로 남겼다. 당대 여성성을 재정의하는 파격적이고 결정적 순간이었다.

Elsa Peretti, New York, 1975

그의 영향력은 한 장의 사진으로 끝나지 않았다. 콘데나스트 출판사의 에디토리얼 디렉터였던 알렉산더 리버만은 1975년 미국 <보그>에 실린 모델 리사 테일러가 소파에 편하게 앉아 상의 탈의 남성을 응시하는 사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 사진을 실었을 때 반응은 매우 격렬했습니다. 헬무트 뉴튼은 에로티시즘 이면의 비밀을 발견했습니 다. 그가 여성을 관찰하는 시각은 가장 심오한 동시에 매혹적입니다.” 이 사 진은 기존의 남성 중심적 시선에서 예쁘고 연약하게만 그려졌던 여성의 모습을 다양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적 욕망을 감추지 않고 육체를 떳떳하게 과시하는 여자 사진 외에도 뉴튼은 셀러브리티들의 사적인 순간을 촬영했다. 전라로 테이블위에 올라 앉은 샬롯 램플링, 소파에 기대 잠을 자는 앤디 워홀, 수영장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데이비드 호크니 등등. 이런 장면은 단순히 유명 사진가라서 포착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옷장과 나이트 스탠드 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사진가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Woman being Filmed, Paris, 1980

1920년 베를린에서 유대인 단추 공장 사장의 아들로 태어난 뉴튼은 열 두살 때처음 카메라를 접한 후 엘제지몬스튜디오에서 3년간 도제 수업을 받았다. 이후 나치의 탄압을 피해 싱가포르로 이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에서 사회부 사진기자로 일한다. 이후 호주에서 스튜디오를 연 뒤 호주 <보그>와 계약한다. 그런 뒤 파리로 이주해 파리 <보그>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마레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한다. 그러던 중 영국 <보그>와 여왕을 위한 사진도 찍었다. 이렇듯 그는 유럽으로 이주해 패션 잡지에 화보를 실으며 국적 명성을 얻었다.

 

Woman being Filmed, Paris, 1980

그리하여 1992년 독일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2000년 베를린 현대 미술관에서 대형 회고전을 개최했다. 2003년에는 1,0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베를린에 기증했으나 이듬해 2004년 LA 샤토 마몽 호텔 앞 도로에서 교통사 고로 83세에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헬무트 뉴튼은 유대인의 위트를 지닌 마지막 아티스트입니다.” 또 다른 독일 패션 아이콘 칼 라거펠트가 그의 죽음을 기리며 남긴 말이다.

 

Self Portrait with Wife and Models, Paris, 1981

패션계의 전설이자 신화가 된 사진가 헬무트 뉴튼의 사진이 서울에 온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11주년 기념 전시 <헬무트 뉴튼: 사유 재산>이 청담점 3층 특별 전시 공간에서 3월 20일부터 4월 25일까지 열린다. 10 꼬르소 꼬모 창립자 겸 패션 에디터 출신인 카를라 소짜니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헬무트 뉴튼을 이렇게 회고한다. “몬테카를로에서 프로젝트를 하던 중, 헬무트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후, 여러 일과 전시를 거쳐 우린 친구가 되었죠. 헬무트와 그의 부인 준은 1990년 밀라노에서 내가 갤러리아 카를라 소짜니를 개관했을 때, 전시 사진에 대해 조언과 함께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Sie Kommen, Paris, 1981

카를라 소짜니 재단과 헬무트 뉴튼이 생전에 설립한 재단이 함께하는 만큼 1972년부터 1983년까지의 가장 상징적인 45장의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 트가 이번에 공개된다. 이는 뉴튼이 직접 시리즈로 선정한 작품이다. 전시는 스위트 I, II, III 세부분으로 나뉘고 한국에서 헬무트 뉴튼 작품이 단독 공개되는 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보그>는 4월호 지면을 통해 이 걸작 가운데 걸작을 독점 공개한다. 살펴보면 그 어떤 사진도 다른 사진과 비슷한 구도나 주제가없다.“내나이에 하지 않는것 중 하나는 나를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 라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Woman into Man, Paris, 1979

“패션 사진이 오래될수록 더 흥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것이 나타나죠.” 그의 사진은 2019년인 지금도 유효한 지점을 갖고 있다. 그 중요한 것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감상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