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이탈리아 어디까지 가봤니?

2019.03.27

by 김미진

    이탈리아 어디까지 가봤니?

    이탈리아 산책(남부 이탈리아)

    소렌토반도 앞바다의 카프리섬에서 내려다본 지중해

    이탈리아는 늘 한 가지씩 기억을 보탠다. 밀라노에서 유학하던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그들과의 디자인 관련 비즈니스와 1년에 서너 번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까지… 나의 운명은 이탈리아와 함께 엮여 있음을 느낀다.

    600년에 걸쳐 완성한 밀라노 대성당과 피아차 광장

    이탈리아의 무엇이 나를 이리도 끌어당기는 것일까? 내가 빠져든 이탈리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세계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역사다. 이탈리아의 모든 것은 그들이 만들어놓은 엉뚱하고 위대하며 압도적이고 위트 있는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브라 광장에서 바라본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베로나의 오페라 극장.

    그 이야기의 시작을 남부 이탈리아에서 시작하고 싶다. 주로 밀라노, 베네치아, 코모 같은 북부 이탈리아 도시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속 안식과 향수를 느끼는 곳은 남부 이탈리아였다.

    황금색 라임스톤으로 지은 레체의 피아차 광장과 남부의 풍부하고 신선한 먹을거리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 없이 접할 수 있는 남부 이탈리아가 나와 궁합이 더 맞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남부 이탈리아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신대륙과 같은 모습으로 어렴풋이 숨어 있다. 오히려 우리의 기질과 정서, 입맛에 잘 맞는 곳은 남부 이탈리아인데 말이다.

    카프리섬에서 가장 높은 몬테 솔라로산에서 내려다본 기암절벽 파랄리오니와 소렌토반도.

    우리의 70~80년대 정서를 간직한 듯한 남부 이탈리아는 많은 부분에서 동질감을 느끼기 쉬운 곳이다. 유학 시절 머리를 쥐어뜯으며 라틴어 특유의 수많은 동사 변화를 암기하느라 힘들게 습득한 이탈리아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언어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삶과 풍파가 지나간 듯 여러 사연이 무수히 섞인 그 땅의 문화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만 있을 줄 알았던 ‘정’,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것을 이역만리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원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풀리아의 알타무르자 국립공원.

    남부 이탈리아는 고고학 박물관과 같은 유적이 언덕과 해안 곳곳에 풍부하다. 거기에다 원시에 가까운 웅장한 자연환경과 야생의 동식물이 즐비해 호텔에만 머물기 답답할 정도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빵의 도시 알타무라의 600년 된 빵집 산타키아라.

    남부 이탈리아를 재미있게 여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약간의 지식과 이해다. 알고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아도 된다. 남부 이탈리아의 건축과 음식은 트러플 버섯이나 사프란 향신료처럼 여행의 품격과 향기를 다르게 만든다.

    한때 이탈리아 3대 해상 강국이었던 도시국가 아말피에서 이국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두오모와 아말피 해안

    먹을거리가 지천에 널린 풀리아(Puglia)와 순수한 자연을 간직한 아브루초(Abruzzo), 그리스와 아랍, 노르만과 아프리카의 문화가 섞인 시칠리아(Sicilia), 낭만과 애환이 교집합을 이루는 캄파니아(Campania). 남부 이탈리아 각각의 주는 마치 옴니버스 앨범을 틀어놓은 듯 개성이 넘치며 변화무쌍하다.

    8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테라의 사시(Sassi) 지역.

    그들의 풍습과 전통문화를 훑지 말고 깊숙이 발을 담가보자. 염려와 달리 이탈리아가 나에게 성큼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떠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선택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Right now!


    이탈리아의 공간을 여행하며 베스파와 일리 커피를 즐긴다. 나이 먹을수록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에디터
      김미진
      포토그래퍼
      이현승
      글쓴이
      이현승(가구 디자이너 & 공간 디렉터) 1720ros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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